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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논란 45일 만에 전격 매각...남양유업 ‘흑역사’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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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y 28, 2021, 13:05:00

2013년 대리점 사태 이후 하향곡선..이달 4일 오너 일가 퇴진
갑질·마약·비방 등 악재 잇따라..불매운동 이어져 신뢰 완전 잃어

 

인더뉴스 이진솔 기자·장승윤 기자 | 남양유업이 1964년 창사 이후 57년 만에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내려놓으며 총체적 위기를 맞았습니다.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하는 ‘갑질경영’으로 쌓은 업보가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황당한 마케팅으로 폭발한 겁니다.

 

지난 28일 홍원식 전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가 전체 지분을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습니다. 홍원식 전 회장은 남양유업 지분 51.68%를 갖고 있고 부인과 동생 등이 보유한 주식을 합하면 총 53.08%에 이릅니다. 공시에 따르면 주식은 37만8938주로, 계약 금액은 3107억2916만원입니다.

 

홍원식 전 회장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쇄신책을 내놓았지만 여론이 들끓으며 불매운동이 계속되자 내린 결단입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더 거세지면서 벼랑 끝에 몰린 모양새가 됐습니다.

 

◇대리점 갑질·과대광고·경쟁사 비방..끝없는 이미치 추락

 

남양유업 ‘흑역사’를 촉발한 건 ‘대리점 갑질 논란’입니다. 남양유업 영업 사원이 대리점 사장에게 욕설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녹취록을 통해 남양유업이 지역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영업 사원 개인의 부도덕이 회사 수준으로 확대되며 논란은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이후 실적 역시 곤두박칠쳤습니다. 대리점 갑질 사태가 벌어진지 1년 만에 적자전환했는데요. 2012년 영업이익 637억원에서 2013년과 2014년 각각 175억원, 261억원 영업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1994년 이래 최초의 적자 전환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겁니다. 

 

이후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검찰 고발 등을 거쳐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당시 홍원식 전 회장이 갑질 근절을 약속했지만, 대국민 사과에서도 경영진들만 공식 석상에 나타났을 뿐 직접 모습을 보이진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 여직원이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신분으로 바꾸고, 임신한 직원에 출산 휴가를 주지 않는 등 차별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또 자사 제품을 과대광고하고, 타사 제품을 비방하는 등 비양심적인 마케팅 문제도 지적되면서 소비자들이 점점 등을 돌렸습니다. 

 

오너 일가의 일탈도 계속됐습니다. 홍원식 전 회장은 2018년 차명주식 보유한 혐의로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습니다. 2019년에는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실이 알려지며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때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지위를 누리던 남양유업은 이 사건으로 인해 9년 만에 최저 수준인 50만원대 중반으로 폭락했습니다. 매일유업과 격차는 더 벌어져 매출액 차이가 7000억원까지 커졌습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경쟁사 비방 논란’으로 또 한 번 홍역을 치렀습니다. 홍보대행사까지 써서 경쟁사 매일유업 등을 향해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 ‘우유 생산 목장 반경 4㎞에 원전(원자력발전소)이 있다’는 등 비방 댓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오너 일가의 계속되는 갑질과 일탈에도 남양유업은 반성하기보다는 이를 숨기기 바빴습니다. 불매운동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자 남양유업은 회사 이름을 숨긴 카페 ‘백미당’ 등을 운영하거나 자사 제품에 기업명을 매우 작게 표시하는 노출 최소화 전략을 사용했는데요. 하지만 시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 리스트를 공유하고 남양유업에서 위탁생산하는 타사제품까지 불매하는 식으로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갑질 사태 이후 계속 논란이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수습이 제대로 안됐다”며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남양유업이라고 씌어진 제품 외에 PB제품에서도 제조사를 찾아 정보를 공유하고 불매하는 등 소비자 신뢰가 굉장히 무너진 사례”고 말했습니다. 

 

 

◇흑역사 정점 찍은 ‘코로나19’ 황당 마케팅..오너 일가 퇴진 결단

 

흑역사에 정점을 찍은 건 최근 불거진 코로나19 마케팅입니다.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과장광고를 했습니다.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해당 연구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반박을 내놨습니다. ‘과장광고’ 논란이 커지면서 남양유업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사전 통보한 상태입니다. 일종의 ‘예고’입니다. 해당 공장은 불가리스를 포함해 남양유업 전체 상품 약 40%를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업정지 처분이 현실화하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원식 전 회장은 이달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또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러주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오너일가 퇴진’을 공식화했습니다.

 

동시에 이사회에 속한 지종숙 이사와 홍진석 이사가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기로 했습니다. 지종숙 이사는 홍원식 전 회장의 어머니이며 홍진석 이사는 장남입니다. 이어 7일에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경영쇄신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끊임없는 논란으로 지난 10여 년 간 남양유업의 실적은 크게 악화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매출액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 아랫(9536억 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영업손실은 76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2309억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3% 줄었습니다. 영업손실은 138억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종공장 영업정지 경고장이 날아오며 오너 일가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비대위 체제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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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기자 jinsol@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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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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