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정재혁 기자] 가입자가 3200만명에 달하는 실손의료보험의 대수술 작업이 끝났다. 금융당국이 지난 6월 실손의료보험 상품 개편안을 예고한대로 ‘기본형‘과 ‘기본+특약형‘으로 구분, 두 가지 유형의 상품 중 소비자가 골라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특약유형은 세 가지로 나뉘며 특약을 추가할수록 보험료는 올라간다. 특약형의 경우 보장범위가 넓은 대신 자기부담금이 기존 20%에서 30%로 오른다. 반대로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의 경우 갱신 때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 기본형에 도수치료·주사 보장 원하면 특약 1·2·3 중 선택
내년 4월부터 출시되는 실손보험은 과거 하나의 상품 구성에서 ‘기본형 + 특약’ 구조로 개편된다. 특약은 총 3가지로 나뉘는데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 검사 등이 특약 항목에 포함된다.
과잉진료가 심각한 진료행위들 중 성격이 비슷한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를 ‘특약 1’로 묶고, 나머지 비급여 주사제를 ‘특약 2’로 분리했다. 또 현행 상품구조로 인해 불필요한 입원이 관행화된 비급여 MRI검사는 ‘특약 3’으로 따로 가입해야 한다.
도수치료는 손으로 마사지 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관절을 바로 잡아주는 치료방법이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외부에서 충격파를 신체에 전달해 통증완화·손상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시술이다. 증식치료는 통증이 있는 부위나 뼈에 증식물질을 주사해 통증 완화를 유도한다.
비급여 주사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지 않는 주사제인데, ‘신데렐라주사’와 ‘마늘주사’ 등이 있다. 비급여 MRI 검사는 비급여 주사제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지 않는 MRI 검사를 말한다.
현행 실손보험의 통원한도(30만원)는 비급여 MRI 검사비용을 보전하기에 충분치 않아, 소비자는 실비를 보장받기 위해 불필요한 입원을 선택해야만 했다.
내년 4월 이후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 중 도수치료 비용을 보장받고 싶은 사람은 기본형에 도수치료가 포함된 특약을 선택하면 된다. 비급여 MRI 검사와 비급여 주사 비용을 보장받고 싶다면, 기본형에 특약 두 개(비급여 주사·비급여 MRI)를 선택하면 된다.
◇ 특약형 자기부담비율 20→30%로 상향..보장횟수 연 50회로 제한
금융당국은 이번 실손보험 개편을 통해 특약 가입자(기본형은 20% 유지)의 자기부담비율을 기존 20%에서 30%으로 높였다.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보장한도와 보장횟수도 설정했다.
보장한도는 도수치료를 포함한 특약의 경우 연 350만원, 비급여주사제 250만원, 마지막으로 비급여MRI 검사는 300만원으로 조정했다. 금융당국이 진료행위별 1인당 연간 청구금액을 분석한 결과, 위의 제시한 진료비용이 가입자의 95% 이상 보장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
보장횟수는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와 비급여주사제에 대해 연 최대 50회(입·통원 합산)로 제한한다. 다만, 비급여 MRI 검사는 보장횟수를 따로 제한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진료행위별 1인당 연간 청구횟수를 분석한 결과 MRI검사 횟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대신 보험료는 기존보다 낮아진다. 기본형의 경우 현재 실손보험보다 약 25% 저렴하고, 특약1·2·3을 모두 합쳐도 7%가량 낮아진다. 예를 들어 40대 남자 기준 현재 보험료는 1만 9429원 수준인데, 기본형으로 가입할 경우 1만 4309원, 특약 3개를 모두 선택하면 1만 8102원 수준이다.
◇ 보험금 청구안한 가입자엔 보험료 10% 이상 할인
실손보험 가입자 중 무사고·무청구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할인제도를 도입한다. 직전 2년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갱신 때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해주는 방안이다. 실손보험료는 연령증가분 등을 감안해 보험료가 매년 5%가량 인상되기 때문에 인상된 보험료에서 할인이 적용된다.
예컨대 40세 남성이 2017년 실손보험 신상품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는 1만 9429원이다. 보험료가 매년 5%가량 증가해 2018년 보험료는 2만 400원, 2019년엔 2만 1420원으로 오른다. 이 가입자가 2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2019년 2만 1420원에서 10% 할인돼 1만 9278원으로 낮아진다.
보험료 할인제도는 내년 3월 이후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된다. 다만, 보험금 미청구 여부를 판단할 때 급여 본인부담금과 4대 중증질환(·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희귀난치성질환)관련 비급여 의료비는 제외한다. 소비자가 필수적으로 진료를 받는데 주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금 미청구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가입자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고,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이번 개편안으로 필요한 진료를 충실히 보장하는 착한 실손의료보험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