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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북스] 시대의 이면을 건너는 삶 <하루는 죽고 하루는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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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18, 2022, 10:11:00

이영옥/154쪽/걷는사람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마흔 중반, 고향인 천년 고도를 떠나 항구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내조하던 평범한 주부는 서울의 한 신문사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속으로 울음을 삼켰습니다.

 

해가 짧아져 겨울밤은 길었지만 마음은 그저 봄빛에 나온 새순들처럼 파릇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시인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내가 쓴 언어들이 시일까?’ 고민이 깊었던 무렵이었습니다.

 

이영옥 시인은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작 '단단한 뼈'를 통해 문단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2007년 첫 시집 <사라진 입들>(천년의시작)을 냈고 2014년 두 번째 시집 <누구도 울게 하지 못한다>(천년의시작)를 통해 시인으로서 한 걸음 더 내딛었습니다.

 

이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하루는 죽고 하루는 깨어난다>(걷는사람)는 인생의 정점을 지나 어느덧 장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마주친 삶의 노정이 밀도 있게 채워져 있는 시집입니다.

 

<누구 울게 하지 못한다>에서 미학적인 소통보다는 삶의 비루함과 엄정함에 더 천착했던 시인은 더욱 세밀하고 단단한 시어를 통해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탁류와 격류와 한류와 온류가 뒤섞여 흐르는 중년의 강을 건너갑니다.

 

그 강에서 눈으로 확인한 명도와 피부로 느낀 온도는 시들의 줄기에 저마다 다르게 각인됩니다. 그 다름을 통해 인생의 고됨과 소모되는 듯한 시간들이 역설적으로 다채로워지고 또 아득해지기도 합니다. 

 

치매 걸린 어머니가 머무는 요양 병원에서 떨어지는 물휴지를 날아드는 새처럼 느끼기도 하고(무중력의 장소) 사람들 사이의 숱한 뒷담화 속에서 "인간은 소문을 생산하는 고단한 노동자/외로움은 소문이 양육하는 여리디여린숨(사피엔스)"이라고 짐짓 태연한 척 해봅니다. 지난 시절 뜨거웠던 사랑의 쇠락함을 “당신의 뒷모습은 갈수록 아름다워서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눈사람)고 돌아봅니다. 

 

앞서 출간한 두 시집에서처럼 이 시인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시류나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시대의 전면을 받치고 있는 성실한 일상의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입니다.

 

갈수록 들뜨고 책임 질 수 없는 현란한 언어들이 주목 받는 시대, 그 시대의 이면에서 자신의 내면을 상실하지 않으려 애쓰는 이들의 삶을 한층 더 명징하게 조명합니다.   

 

그 명징함은 "나를 한 장 넘겼더니/살은 다 발라 먹고 뼈만 남은 날이었다"(11월)는 고백처럼 허허롭기도 하겠지만 시집 제목처럼 "하루는 죽고 하루는 깨어난다"는 삶의 숙명 속에서 앞으로 견뎌 나가야 할 일상에 대한 나지막한 예찬이 결국 시인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속마음 아니었을까요. 그 마음은 시집의 마지막에 실린 작품 <산책>에 사분사분 담겨있습니다. 

 

-산책

 

동네 한 바퀴 돌고 올게요

매일 하는 산책이지만

함께 걷던 꿈길을

나 혼자 걸어 나오면

애끓는 봄날도 지나가겠지요

우리면 어떻고 남이면 어때요

내가 스리슬쩍 나를 지나왔으니

당신도 스리슬쩍 당신을 지나가세요

눈물 뚝뚝 흘리는 동백일랑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또 보자 달래 주고

귓가에 묻어

눈가에 묻어

여기까지 함께 흘러왔으니

동네 한 바퀴 돌고 올게요

몇 세기가 걸리면 어때요

돌아오지 못한들 어때요

함께 울었던 날들은

꽃그늘 아래 세워두고

남은 세월 한 바퀴 돌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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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 lucky@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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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뉴스 제해영 기자ㅣ현대건설이 호주 전력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현대건설은 12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에서 김경수 현대건설 글로벌사업부장과 조나단 디실바 오스넷 인프라개발책임자를 비롯한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현대건설과 오스넷은 빅토리아주 전력망의 안정성과 신재생 확대에 필요한 송변전 인프라,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공유하고 향후 호주 및 오세아니아 신시장으로의 공동 진출 기회를 적극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오스넷은 빅토리아주에서 전기·가스·송전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책임지는 대표적 기업입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시드니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남호주 주정부와 신재생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 협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해 왔습니다. 특히 호주 정부는 ‘Rewiring the Nation’ 정책 아래 국가 전력망 재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넷제로 2050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송변전 설비 투자와 신재생 인프라 확대를 병행하는 것이 핵심이며, 현대건설은 초격차 시공 역량과 재무 경쟁력을 기반으로 태양광, 해상풍력, 수소 등 미래 에너지 분야까지 협력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김경수 현대건설 글로벌사업부장은 “호주의 대형 송변전 인프라 운영을 주도해온 오스넷의 노하우와 현대건설의 글로벌 경험·기술력이 결합한다면 조만간 가시적인 사업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동반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습니다. 현대건설은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송전선로 공사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180건이 넘는 송변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습니다. 또한 최근 미국 ENR 2025 순위에서 송변전 분야 10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호주와 같은 신규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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