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끝난 뒤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심과 2심에서 판단이 엇갈렸던 삼성 전자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게 세 마리의 말을 제공한 것을 두고 뇌물 공여라 판단해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삼성은 29일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 며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기소, 1심 실형 판결, 2심 집행유예 판결 등 주요한 일들이 있었지만 공식적인 입장을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그 동안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 이후 여러 수사가 겹치면서 경영진이 여론재판의 피의자 신분이 된 것에 대해 피로를 호소해 왔다. 그 과정에서 리더십이 마비되는 악순환이 이어져 답답함과 위기감을 호소가 위해 입장문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지난 3년 동안 삼성은 리더십과 내부 사기 등에서 만신창이가 됐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그 동안 삼성은 국정농단과 관련된 무수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수장들 구속,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등이 이어졌다. 최근엔 반도체 시장 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 일본 수출 규제, 미중(美中) 무역 갈등 격화 등이 겹치는 ‘퍼펙트스톰’을 맞고 있다.
삼성 측은 “리더십 위기 등으로 3년동안 미래 준비를 못 했는데, 더이상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있다”며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