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폐지된 지 3주가 흘렀지만 보조금 경쟁 열기는 예상보다 미지근했습니다.
단통법 폐지를 앞둔 시점에서는 '보조금 상한선이 폐지되면 이동통신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원금을 풀어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 있었습니다.
특히 SK텔레콤[017670] 유심 해킹 사태로 가입자 이동이 많았던데다 삼성전자[005930]의 신규 폴더블폰인 '갤럭시 Z 폴드·플립7'도 출시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예상은 확신에 가까웠습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이 폐지된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소위 '성지'로 불리는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를 찾아 시장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현재 이동통신 3사가 AI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다 높아진 5G 보급률, 길어진 단말 교체 주기로 인해 보조금 경쟁에 지출할 여유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신시장의 특성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통신사를 바꾸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아예 통신서비스를 끊으며 시장에서 이탈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과거 LTE, 5G와 같은 신기술 보급이 있지 않는 한 현재 이동통신 3사가 나눠 가진 점유율 내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동통신시장이 이미 3강 체제로 굳어진데다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3사들이 서로 뺏고 뺏기는 출혈경쟁이 점유율에는 큰 변화가 없으면서 비용만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SK텔레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해킹 문제도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로 가입자 이탈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고객 유심 교체와 대리점 손실 보상 등으로 실적이 감소한 SK텔레콤이 적극적인 가입자 재탈환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SKT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3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7.1% 감소했습니다.

어느 한쪽이 움직이면 이에 대응하는 식으로 움직이는 일종의 '눈치게임'과도 같은 이동통신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사업자들이 보조금 경쟁을 촉발해 비용을 키울 이유가 없다는 분석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로 보조금을 푸는 등 경쟁을 하면서 가입자를 뺏고 뺏기다 보면 지출은 늘어났는데 가입자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단통법이 폐지됐지만, AI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굳이 지출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장민 KT CFO(재무실장)도 지난 11일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9월 아이폰 출시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경쟁체제가 장기화하기는 어렵다"며 "5G 보급률이 80% 이상이 되는 현재 상황에서 각 통신사도 인공지능 등 신규사업 부문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