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시범시행을 적극 검토해 조속히 시행하겠다."
지난해 12월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관광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군대가 국회를 봉쇄하려는 등 갑작스러운 12·3 비상계엄과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 관광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을 염려해 '2025년 관광진흥을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우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국제사회에 한국관광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며 "해외공간을 통해 한국여행의 안전성을 적극 설명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외신간담회 및 유력 해외미디어와의 협업 등으로 관광 이미지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의에서 나온 대책 중 하나가 제주도에서 한해 개별 단체 관광객 30일 무비자 체류 외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시범시행을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이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의 배경을 2025년 11월 8일 한국을 비롯한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에 대해 중국 정부가 최대 15일간 무비자로 중국에 체류할 수 있게 한 조치로 꼽았습니다.
그로부터 9개월여가 흐른 29일, 정부는 국내외 전담 여행사를 통해 모집된 중국인 단체 관광객 3인 이상인 경우 내년 6월 30일까지 무비자로 최대 15일 동안 국내 관광을 허가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체부의 ‘2024 외래관광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1인 평균 지출은 항공료까지 포함할 경우 1859달러로 일본인 관광객의 807달러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제주도를 제외하곤 무비자 여행이 허가되지 않았기에 서울이나 수도권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애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중국인 무비자 정책에 맞춰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를 촉진할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라면세점은 무비자 시행 첫날 승객과 승무원 2800여명을 태운 중국 선사 톈진동방국제크루즈의 7만7000t급 '드림호'의 인천항 입항에 맞춰 면세점 쇼핑 코스와 서울의 관광 명소를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환영행사와 다양한 할인행사를 마련했습니다.
롯데면세점 역시 중국 관광객을 위해 명동본점을 중심으로 알리페이 위쳇페이 등 중국산 모바일 간편 결제 프로모션 강화와 중국 관광객 선호 브랜드의 상품 구성을 확대했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와 인스파이어, 그랜드코리아레저 등 카지노를 운영하는 복합리조트 또한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기대하며 각종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20204 한국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관광 실적 분석’에 다르면 한국의 관광수지는 2019년 85.2억달러 적자에서 2023년 96.9억 달러로 악화되었고 지난해에는 100.4억달러로 적자 규모가 더 커졌습니다. 다소 단순하게 표현하면 한국인들이 해외에 여행에 쓰는 돈이 외국인들이 한국에 여행 와서 쓰는 돈보다 많다는 의미고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무역수지 적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항목입니다.
세계가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과 각종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각자도생을 위해 저마다 대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최근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풍에서 보듯이 세계인들이 '여행을 가고 싶은 나라'로 다시 한번 도약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돈을 쓰겠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 관광산업에서 뒤처져 있습니다. 한국의 관광수지는 적자지만 일본은 지난해 외국인 여행객 지출이 515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3% 증가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 관광수지 흑자는 448억달러 규모에 육박했습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637만명이었지만 일본은 3686만명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일본국립관광기구(JNTO)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수는 698만명이었고 한국인은 881만명이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50만명이었고 일본인 관광객은 322만명이었습니다.
현재 일본은 중국인 완전 무비자 입국 허용은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전자비자 발급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부터 중국인 관광비자 유효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단체 관광 비자의 체류 기간을 15일에서 30일로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반중' 분위기를 추도하고 있는 현 야당이 정권을 잡고 있던 지난 정부에서도 중국 관광객 무비자 정책을 추진했고 정권이 바뀐 지금도 그 정책이 이어져 시행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제상황에서 중국 관광객 유치가 여행수지 적자폭을 줄이고 엔저의 일본과 관광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카드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인들이 해외여행에 나가 돈을 많이 쓰는 만큼 외국인들도 한국에 와서 돈을 쓰게 만들어야 관광수지 적자폭도 줄어들고 그만큼 한국 경제의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소수의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보인 추태가 사회문제로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80년대 후반 여행 자유화 이후 한국 관광객들 역시 일부가 동남아에 가서 '어글리 코리안'으로 낙인찍힐 정도로 그 국가에서 문제를 일으키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상대 국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대놓고 반대하거나 혐오하지 않았습니다. 관광산업에서 따라오는 일정 부분 불가피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과 특정 국가 관광객을 반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사안임을 알아서 입니다.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유치를 두고 감정적 논란만 반복한다면 한국은 스스로 기회를 버리는 셈입니다.
일본은 엔저를 기회 삼아 관광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반중 정서'와 '어글리 투어리스트' 논란에 갇혀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치권 일부에서 편향된 근거를 바탕으로 '중국 관광객 무비자' 반대 여론을 선동하고 세를 과시하는 탓입니다. 결국 그 피해는 결국 한국 경제와 관광산업 종사자 모두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그런 한국의 자중지란을 보고 속으로 웃는 나라들도 있을 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