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국내 백화점업계의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의 올해 3분기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신세계는 명품 판매 증가와 공간 혁신에 힘입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벌크업’에 성공했지만, ‘체질 개선 중’인 롯데는 희망퇴직 및 신규점 오픈 등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부진했습니다. 4분기에도 신세계가 호조를 이어갈지, 롯데가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집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올 3분기 매출액 50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727억원으로 같은 기간 81.3% 증가했습니다. 롯데백화점에 이어 국내 백화점 매출 2위인 신세계백화점은 몸집을 빠르게 불리며 롯데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가을에 웃지 못했습니다. 올 3분기 매출에서 6560억 원을 기록하는 등 매출액 규모는 주요 백화점 3사 중 가장 많았지만, 신장률은 5.9%에 그쳤습니다. 신세계백화점(15%)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소비 심리 회복에 따른 ‘명품 매출 증가’와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로 대표되는 ‘공간의 혁신’을 꼽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일상화와 백신 접종률 향상, 보복 소비 심리 등이 맞물리면서 3분기 명품과 해외패션 매출이 각각 32.7%, 29.7% 증가했습니다. 여성과 남성 패션 매출도 각각 15.7%, 19.8% 오르며 실적 향상에 기여했습니다.
지난 3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모두 입점한 동대구점의 경우 3분기 매출이 23.3% 올랐습니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문을 연 대전신세계 Art & Science는 매출 201억 원을 기록하며 출점 두 달 만에 매출 목표의 40%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유통업계 전반의 명품 매출 상승세를 크게 누리지 못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3분기 명품(해외패션) 매출 신장률은 18.3%에 그치며 신세계백화점과 10% 이상 차이를 보였습니다. 남성스포츠와 생활가전 매출도 각각 10.8%, 9%를 기록해 성과가 미미했습니다.
무엇보다 210억 원의 영업 적자가 뼈아팠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9월 시행한 희망퇴직에 대상자의 약 25%인 545명이 지원했고, 이에 따라 희망퇴직 관련 비용 600억 원이 일회성 비용으로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3분기 연이은 신규 점포 오픈(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9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으로 판매관리비가 증가(29.6%)한 게 영업 손실의 결정적인 이유라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의 ‘혁신’과 관련해서 신세계가 롯데를 앞서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3분기 ▲업계 최초 중층 도입(신세계 강남점) ▲국내 최대 규모의 명품 화장품 전문관(신세계 강남점) ▲업계 최초 식품관 유료 멤버십 도입(경기점) 등 기존 백화점에서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공간의 ‘변주’를 시도했고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현재 구체적으로 나온 계획은 없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본다”며 “위드 코로나와 대목인 연말을 맞이하는 4분기에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롯데백화점도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특히 동탄점과 타임빌라스를 방문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롯데답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기존 롯데의 ‘올드’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머물고 싶은 공간’을 지향하는 동탄점은 건물의 절반 이상을 예술·문화·휴식 등 체험 콘텐츠로 채웠고, 전체 영업 면적의 28%를 식음료(F&B)매장으로 구성했습니다. 타임빌라스의 경우 최상층부 ‘글라스빌’이 대표적으로, 유리 온실을 연상시키는 10개 매장을 짓고 조경에만 70억 원을 썼습니다.
다만 롯데의 이미지 변신 노력과 트렌드를 반영한 오프라인 공간 변화 시도가 신세계에 비해 늦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롯데백화점이 꾸준히 지적돼 온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해결해야 ‘반 박자 늦은 혁신’을 개선하고 앞서나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부진 점포 매각 및 대대적 리뉴얼, 구조조정 등 비용 효율화 작업을 연내 마무리해 내년 실적 개선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롯데쇼핑 측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오프라인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과 병행해 온라인 사업 본격 도약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라며 “리빙, 중고거래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제휴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