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추석 연휴, 온 가족이 모여 보는 TV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역할과 모습, 특징이 달라져 왔습니다. 일반적인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채널을 돌려보던 과거의 모습부터 넷플릭스, 티빙과 같은 OTT와 IPTV를 지나 현재 미디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FAST까지 TV는 시대와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모습을 바꾸어 왔습니다.
케이블 꺾은 IPTV…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변화
유료 방송의 시작이자 한국 TV 시장의 부흥기를 함께한 것은 케이블 TV였습니다. 가입형 유료 서비스로서 기본 채널에 더불어 영화, 스포츠, 드라마 등 다양한 전문 채널들을 볼 수 있어 시청자들의 선택 폭이 늘어나 큰 인기를 끌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500만명에 달했던 케이블 TV 가입자는 지난해 700만명까지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입니다. 바로 인터넷망(IP)를 기반으로 한 IPTV의 등장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IPTV는 기존의 TV 방송 방식이었던 케이블이나 위성에서 벗어나 인터넷 프로토콜(IP) 네트워크를 통해 TV 방송을 전송하는 서비스입니다. 특정 통신사의 인터넷 회선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IPTV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셋톱박스와 초고속 인터넷망을 사용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SK브로드밴드의 'B tv', KT의 '지니TV', LG유플러스의 'U+tv' 등이 있습니다.
IPTV가 케이블을 꺾고 한국 유료방송 시장의 대표 격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건 기존 케이블 TV에서 제공되던 실시간 채널들을 모두 제공하면서도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는 VOD(Video On Demand)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검색, 다시보기, 추천, 채팅, 쇼핑, 게임 단순 시청을 넘어 다양한 인터랙티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다 통신사의 이벤트, 제휴, 결합 할인 등 혜택까지 더해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TV라는 틀을 깬 OTT…시청 경험을 뒤집다
하지만 이랬던 TV 시장 자체를 흔든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OTT의 대명사이자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등장입니다.
OTT는 IPTV와 동일하게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영상을 전송합니다. 하지만 OTT라는 단어 자체가 'Over The Top(셋톱박스를 넘어)'이라는 뜻으로 셋톱박스라는 하나의 플랫폼에 묶여있지 않고 TV를 비롯한 PC, 스마트폰, 태블릿, 게임기까지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서비스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춘 것이 차별점입니다.
또한, 기존의 TV 매체는 정해진 시간에 드라마, 예능과 같은 콘텐츠를 방송했다면 OTT는 언제든 원할 때 콘텐츠를 재생하고 멈추고 이후 이어 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렇듯 OTT는 시간과 장소라는 기존 TV가 갖고 있던 제약에서 벗어나면서 기존의 시청 경험 자체를 바꾼 것입니다.

소비자의 시청 경험을 바꾸었다는 의미에서 OTT는 '뉴미디어'로 불립니다. 기존의 IPTV와 케이블은 '올드 미디어'로 일컫습니다.
현재의 스마트 TV와 같은 '커넥티드 TV(CTV)'들은 대부분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들을 모아 제공하면서 이들과 공존하는 전략을 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디바이스로 퍼져 있던 시청자들을 다시 TV 앞으로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으며 OTT와 TV 시장이 결합하게 되었습니다.
무료지만 광고?…새로운 형태의 TV 'FAST'의 등장
IPTV에 이어 OTT까지 등장하며 TV 시장에서의 경쟁은 격화됐습니다. 특히, 케이블 TV의 경우 가입자 수가 급격히 줄며 일명 '코트 커팅' 현상까지 겪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운 형태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바로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입니다.
FAST는 최근 글로벌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기존 서비스들과는 다르게 별도의 구독료 자체가 없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대신 서비스 제공업체는 광고를 붙여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단일 콘텐츠, 그것도 과거의 콘텐츠 자체가 하나의 채널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하나의 FAST 채널에서는 '무한도전'의 과거 회차들이 24시간 재생되는 것입니다. 시청자는 특정 회차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해당 채널에 들어가면 언제든 무한도전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FAST는 과거 전통적인 TV 시청과 유사하게 채널을 돌려가며 시청하는 방식으로 '올드 미디어'에서 파생된 서비스로 분류됩니다. 그렇다면 왜 FAST가 현재 미디어 업게에서 화제가 된 것일까요?
우선, 오래된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방식이기에 콘텐츠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기존 IPTV나 OTT가 최신 콘텐츠를 빠르게 업로드하지만 구매 비용이 높기에 소비자들에게 가격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지만 FAST는 이미 옛날에 소비된 콘텐츠를 재활용하기에 24시간 스트리밍을 해도 콘텐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CTV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타깃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수익화에 유리합니다. 거기다 젊은 세대에게는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무료 스트리밍'과 유사한 방식이기에 진입 장벽도 낮은 편입니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독료의 부담이 없고, 광고주 입장에서는 정밀한 타겟팅 광고가 가능하며, 콘텐츠 회사에게는 오래된 콘텐츠를 재활용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기에 FAST는 빠르게 미디어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FAST는 글로벌 단위에서 성장하고 있는 대규모 시장입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FAST 시장 규모가 연간 10~20%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30년까지 207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 비하면 국내 FAST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되지만 삼성 TV Plus와 LG Channels 등이 한국 FAST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이전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으로 봐도 IPTV가 활성화된 시장이기에 FAST 시장이 한 번 자리 잡으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FAST가 K-콘텐츠의 글로벌 전파에 활용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단일 콘텐츠를 묶어 24시간 스트리밍 하는 데다 무료로 제공되는 만큼 접근성이 좋아 FAST의 성장은 곧 과거 K-콘텐츠가 재조명될 수 있는 기회의 성장과 같다고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