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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의 음식추억] 입에 대지 않은 송편과 두 번의 훈련소 수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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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06, 2025, 13:10:01

 

정은정 농촌사회학자ㅣ1992년 8월, 하필 가장 덥다는 대구의 신병훈련소로 입대한 오빠의 퇴소식을 보러 통일호 기차를 타고 내려갔다. 덥기도 더웠지만 형편이 꼬일 때여서 집안 공기가 무거울 때였다. 속 깊은 오빠가 단칸방이나 다름없던 좁은 집에서 지내기 난감하기도 하여 입대를 선택했을 것이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것은 아니어도 엄마의 외아들 사랑도 만만찮아 군대를 보내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오빠가 입소할 때 입었던 옷과 신발을 집으로 보내는 '장정소포'를 받던 날, 엄마는 주머니에 꼬깃꼬깃 몰래 쓴 편지를 펼쳐 읽고 세상 잃은 사람처럼 울었다. 며칠 뒤 사진을 한 장 받았다. 훈련병에게 지급되는 군복은 새 옷도 아니던 때여서 낡은 군복을 입은 오빠가 철모를 쓰고 거수경례를 붙이고 찍은 사진과 함께 퇴소식 초대장이 왔다. 지금은 사진도 훈련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하고 모바일로 퇴소식 초대장을 받는다.

 

가장 더울 때 대구로 음식을 싸들고 내려가야 하니 엄마 마음도 분주했다. 성격만큼이나 입맛도 무던하기 그지없는 오빠여도 좋아하는 음식들을 만든다고 그 좁은 부엌에서 엄마는 며칠 내내 복닥거렸다. 아들 입대의 경험이 있는 이들이 한두 마디씩 보태면 그때마다 음식도 한두 가지씩 추가되었다.

 

불고기는 기본이요, 군인이니 당연히 통닭을 좋아할 것이라 지레짐작 하여 통닭도 한 마리 추가. 지금은 흔해 빠진 음식이 김밥이지만 우리 집에선 소풍이나 운동회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고, 오빠가 좋아하여 김밥도 말았다. 여기에 잡채에 전을 부치고 송편까지 빚었다. 집안 행사가 있으면 잡채와 떡이 꼭 빠지지 않던 시절이어서 그랬다.

 

물론 엄마가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송편이기도 했다. 뭣보다 추석 명절을 함께 보낼 수 없을 테니 미리 해서 갔을 수도 있다. 여기에 군인들이 초코파이를 좋아한다는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초코파이 한 상자와 오빠가 좋아하던 라면도 챙겼다. 짜장면이 먹고 싶을지 모른다며 짜장라면까지 가져 갔다.

 

라면을 끓이고 불고기를 볶으려면 코펠과 버너는 필수. 문제는 염천에 그 많은 음식을 대구까지 싸 들고 가는 일이었다. 아침 9시 정도까지 대구 훈련소로 가야 하는데 자가용도 없던 우리 집에서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 전날 출발했다. 어디에서 빌려왔는지 큰 아이스박스에 음식을 욱여넣고 대구로 향했다. 그 무거운 짐을 들으려면 장정이 필요하여 형제처럼 자란 이종오빠와 오빠 친구도 합류했다. 여기에 군입대나 퇴소식도 집안의 큰 행사로 여길 때여서 시골에서 외숙모와 이모가 구두에 스타킹까지 갖추어 신고 올라와 난데없는 민족 대이동이 되었다.

 

대구에 밤늦게 도착하여 낡은 여관방에서 쪽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였다. 그리고는 새벽부터 일어나 여관방에서 밥을 지었다. 버너가 한 개뿐인 탓에 고기를 불판에 구우려면 밥을 미리 해서 가는 묘수를 낸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신병훈련소, 전국 각지에서 아이스박스 들고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그늘도 마땅찮은 훈련소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불판 걸고 지지고 볶는 시간이 왔다. 잔뜩 싸 들고 간 음식들을 꺼내놓기는 하지만 더위와 훈련으로 지친 오빠는 큰 식욕이 없어 보였다. 엄마만 애가 타서 이거 먹어보라 저거 먹어보라 권할 뿐이고 오빠는 시원한 콜라만 연거푸 들이켰다. 배앓이를 비롯해 수인성 질병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군대에서는 끓인 물을 주기 때문에 시원한 탄산음료가 그토록 먹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마당에 잡채나 송편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을 터다. 그저 시원한 음식들에만 손이 갔을 것이다.

 

결국 남은 음식을 다시 아이스박스에 넣고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지금처럼 냉동실에 얼리는 짱짱한 아이스팩도 없어 물병을 얼려 갔지만 진즉에 녹아버렸다. 잡채나 김밥은 반나절만 지나도 쉬이 상하는 음식이다. 하물며 이틀, 그것도 대구의 더운 여름 한낮에 햇빛을 한 번 쬔 음식이 멀쩡할 리가 없다. 그래도 이모와 외숙모는 아깝다며 기차 안에서 김밥을 주섬주섬 집어 드셨고, 이내 이모가 크게 배탈이 나 고생을 했다.

 

이날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이유는 여러 사정으로 가족들이 퇴소식에 오지 못해 어디 갈 바를 찾지 못하는 군인들 때문이었다. 군 간부들이 돌아다니며 가족들이 오지 않은 장병들의 자리를 잡아주었고, 집집마다 마련해 온 음식은 차고 넘쳐나 누가 와서 함께 먹어줘도 좋을 일이었다. 내 자식들과 마찬가지여서 너도나도 이리 와서 먹으라 손을 잡았다.

 

그런데 퇴소식에 가족들이 오지 않은 것도 서럽건만 다른 가족들에게 뒤섞여 입에 우걱우걱 무언가를 넣자면 마음이 얼마나 쓰릴까 싶어 어린 마음에도 내내 마음이 쓰였다. 배를 곯는 시절도 아닌 마당에 분명 먹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무심하고 무지한 시절이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는지 위화감 조성과 병사들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1998년 훈련소 수료식은 폐지되었다. 그러다 군부대 지역경제 활성화와 신병 사기 진작을 명분으로 2011년 다시 부활했다. 이제는 퇴소식 때 가족들이 오지 않으면 지자체가 제공하는 지역 관광과 식사를 따로 하기도 한다. 그마저도 원하지 않으면 생활실에서 먹고 싶은 간식을 사서 먹으며 쉴 수도 있지만 그래도 허전하고 섭섭한 마음이야 마찬가지일 것이다.

 

33년이 지나 아들이 늦 여름 입대를 했고 며칠 전 훈련소 수료식을 마쳤다. 훈련병이어도 주말마다 한 시간씩 휴대전화도 쓸 수 있어 굳이 손 편지 꾹꾹 눌러쓸 일도 없다. 간식도 꼬박꼬박 나와 다 먹을 수도 없을 정도여서 초코파이에 대한 포한도 없다. 주말에는 PX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니 먹고 싶은 과자나 음료수도 사 먹을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 라면도 먹을 수 있어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지 않는다나. 심지어 급식에서 고기가 빠지는 날이 없다시피 해 고기도 지겹다며 피자나 한 판 시켜 먹자는 말을 할 정도였다.

 

이제 철이 들어 엄마와 이모가 힘들까 싶어 부러 저렇게 말하는가 싶었으나 그건 진심이었다. 뙤약볕에서 돗자리 깔고 불고기를 볶고 굳어버린 통닭을 먹던 시대가 아니라 펜션을 잡아 에어컨 바람 밑에서 먹는 시대에 잡채와 송편, 김밥이 MZ군인들에게 무슨 소용이랴.

 

그래도 수료식 날짜가 잡히자 마음은 분주했다. 추석을 목전에 두고 영 섭섭할까 싶어 송편과 동그랑땡, 잡채도 결국은 했다. 그래도 군인인데 고기를 먹여야지 싶어 고기와 생선회, 훈련소에서 지나간 생일도 기념할 겸 케이크와 온갖 과일도 챙겼다. 아들 녀석은 배달 피자에 생선초밥 몇 개 집어 먹고는 예의 휴대전화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의 엄마처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라면도 몇 개 가져갔지만 역시 그대로 들고 왔다. 그때 우리 오빠처럼 차가운 콜라라도 먹고 싶으려나 했지만 이제 생활실마다 냉장고가 있어 차가운 음료수를 넣어두고 마실 수 있어 시원한 탄산음료는 군대에서 더 이상 귀물도 아니다. 성능 좋은 정수기로 시원한 물도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염천에 따뜻한 물을 마실 일도 없고 말이다.

 

그래도 부대 복귀를 하는 시간이 다가 오자 병사들 모두 발을 쉬이 떼지 못하고 손에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쥐고 홀짝거리며 시간을 벌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는 시간만큼이라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더 있고 싶은 마음이야 33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을 것이다.

 

객지에서 생활을 하다가도 집으로 돌아오는 명절에 처음으로 묶인 몸들이 되었으니 입도 대지 않던 송편도 잡채도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명절은 본래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 그리운 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리움을 배우기에는 군대가 딱이다. 군 생활 무사히 마치고 제대하며 그리움도 배워오기를. 아이스크림은 녹고 복귀 시간이 되어 훈련소 정문에서 아들을 들여보내는데 잊고 있었던 33년 전 오빠의 뒷모습이 겹쳤다.

 

■ 정은정 필자

 

농촌사회학 연구자. <대한민국치킨展>,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뿌리다 – 백남기 농민 투쟁 기록>을 썼다. 농업과 먹거리, 자영업 문제를 주제로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라디오와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 나가 농촌이야기를 전하는 일도 겸하고 있다. 그림책 <그렇게 치킨이 된다>,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 와 공저로 <질적연구자 좌충우돌기>, <팬데믹시대, 한국의 길>이 있고 <한국농업기술사전>에 ‘양돈’과 ‘양계’편의 편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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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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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 KT, 영업익 5382억원…전년 동기 대비 16↑

[3분기 실적] KT, 영업익 5382억원…전년 동기 대비 16%↑

2025.11.07 10:46:36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KT[030200]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538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습니다. 매출은 7조126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4453억원으로 16.2% 늘었습니다. 이번 영업이익 증가는 클라우드·데이터센터(DC)·부동산 등 주요 그룹사 중심의 성장과 강북본부 부지 개발에 따른 일회성 부동산 분양이익 반영 등이 주효했다고 KT는 설명했습니다. 사업 부문 별로 보면 무선 사업에서 무선 서비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5G 가입자는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80.7%를 차지했습니다. 유선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습니다. 인터넷 사업 매출이 2.3% 늘었으며 미디어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습니다. 기업서비스 매출은 저수익 사업의 합리화 영향이 이어졌으나 기업메시징과 기업인터넷 등 요인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습니다. AI·IT 매출은 일부 사업의 구조개선과 DBO(설계·구축·운영) 사업의 기저효과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최근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산업별 맞춤형 AX 로드맵을 컨설팅하는 'KT 이노베이션 허브'를 개소했습니다. 이곳은 양사 AX 전문 인력이 협업해 B2B 고객이 AX 솔루션을 직접 체험하고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산업별 맞춤형 지원 거점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kt cloud는 데이터센터(DC)와 AI,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AI 클라우드 사업 수주가 확대되고 가산 AIDC 완공으로 신규 데이터센터가 확보되면서 DC 및 클라우드 사업 모두 안정적인 매출 흐름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KT에스테이트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늘었습니다. 특히 호텔 부문은 숙박 수요 회복과 신규 호텔 개관 효과가 더해지며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콘텐츠 자회사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편수 감소로 매출이 줄었습니다. 케이뱅크의 9월 말 기준 고객 수는 149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0만명 늘었습니다. 수신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한 30조4000억원, 여신 잔액은 10.3% 증가한 17조9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와 개인정보 유출의 후속 조치로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논의를 시작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공식 개시했으며 연내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김영섭 대표는 공개 모집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연임을 포기한 상황입니다. 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8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외부 전문기관 추천·공개 모집·주주 추천(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사내 후보 등 경로를 통해 후보군을 구성할 예정입니다. 이후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하고 주주총회에 추천하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가 최종 선임됩니다. 장민 KT CFO 전무는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고객 보호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는 동시에 정보보호 체계와 네트워크 관리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시장 신뢰를 높이고 통신 본업과 AX 사업의 성장을 통해 지속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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