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거 하나는 있겠지”
조금 과장해서, 테이블 위에 놓인 BBQ 치킨 삼총사가 제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레트로와 비주얼을 강조했습니다. 근데 ‘이색’ 경험을 시도한 부분은, 다소 도전정신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2일 서울시 송파구 BBQ 헬리오시티점에서 열린 BBQ 신메뉴 시식회에 다녀왔습니다. 신제품은 BBQ가 가을을 맞아 출시한 파더’s치킨, 눈:맞은 닭, 까먹(물)치킨 3종입니다.
식기와 소스들이 세팅된 후, 새까만 무언가가 나왔습니다. 까먹(물)치킨입니다. 까망 오징어 먹물로 튀김옷을 만들고 엉치살(넓적다리살) 순살 조각을 황금올리브오일로 바삭하게 튀겨냈습니다.
검은색이 주는 첫 느낌은 강렬했습니다. ‘치킨’이라하면 튀김기에서 갓 건져 올려졌을 때의 황톳빛이 먼저 떠오르고 그다음에 양념이 버무려진 빨간색이 생각납니다. 검은색과 치킨.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을, 까먹(물)치킨이 시도했습니다. 맛은 어떨까요.

현무암을 닮은 겉모습만 보면 딱딱할 것 같지만, 바삭합니다. 한입 크기의 치킨을 입안에 넣고 서너 번 씹다 보면 오징어 먹물 향이 금세 퍼집니다. 얇은 오징어 먹물 튀김 속 엉치살은 부드러웠습니다. 생각보다 중독성이 있었지만, 몇 개 집어먹다 보니 ‘물리는’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 백년초 소스를 찍어 먹으면 새콤함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감귤칩도 있습니다. 현무암(을 닮은 치킨), 백년초 소스, 제주도 감귤칩. 여기에 ‘치어스’까지 더하면 ‘제주 테마 치맥’ 완성입니다. 치어스는 지난 9월 BBQ가 수제 맥주 업체 ‘제주맥주’와 협업해 선보인 맥주입니다.
BBQ 관계자는 “돌하르방처럼 제주도가 연상되는 것 중 특이한 걸 찾다가 현무암이 생각났고, 뻔하지 않은 음식을 즐겨 먹는 MZ세대를 겨냥해 이색적으로 만들어본 치킨”이라며 “치킨뿐 아니라 백년초 소스와 감귤칩까지 넣어서 제주도 느낌을 살렸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눈:맞은닭. 특제 간장소스로 만든 윙과 봉으로 구성된 치킨 위에 갈릭 후레이크를 쌓았습니다. 이름 그대로 닭 위에 눈이 흩뿌려져 있는 비주얼입니다. 특징은 ‘단짠단짠’.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달고 짠맛입니다. ‘추억’과 ‘이색’을 앞세운 신메뉴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마지막으로 테이블 중앙에 자리한 제품은 파더’s치킨입니다. ‘아빠의 치킨’이라는 이름처럼 레트로를 강조했습니다. 어릴 적 퇴근길에 아버지가 사오셨던 옛날 통닭의 맛을 새롭게 재현했습니다. 당당한 자세로 반신욕을 하는 듯한 자세의 파더’s치킨은 와사비 맛과 마늘 맛 두 가지로 구성됐습니다.
와시비 맛은 몇 번 베어 물면 껍질의 바삭함이 사라지기 전에 코끝부터 찡해집니다. 와사비 소스가 치킨 위에 뿌려져 있습니다. 반신욕을 마친 치킨이 거품을 미처 닦아내지 못한 모습이랄까. 마늘 맛의 경우 생각보다 마늘의 알싸한 맛이나 매운맛이 강하진 않았습니다.
이름은 파더’s치킨이지만 나이 드신 분만 찾는 건 아닙니다. MZ세대, 특히 젊은 여성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눈:맞은닭은 짭짤하고 맥주랑 같이 먹기 좋기 때문에 연령대 폭이 넓은 편이라는 설명입니다. ‘못 보던 치킨’인 까먹(물)치킨은 예상대로 호불호가 갈리고 있습니다.
BBQ측에 따르면 현재 신제품 삼총사 중에서는 언급한 파더’s치킨, 눈:맞은닭, 까먹(물)치킨 순으로 잘 팔린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까먹(물)치킨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너무 특이한 조합’, ‘신선하지만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감을 여럿 들었지만 저는 ‘이색적인 치킨’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건 인스타용’이라는 직감과 함께, 검정색 바탕에 분홍색 소스·감귤색 포인트가 주는 색의 조합도 ‘재미’있었습니다.
4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BBQ 신메뉴 3종에 대한 게시물들을 비교해보니, 까먹물치킨 관련 해시태그(#)가 가장 많았고 파더’s치킨과 눈:맞은닭이 그다음이었습니다. 실제 판매량에서는 까먹물치킨이 가장 낮지만,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언급되는 횟수는 제일 많았습니다.
실제 판매량이나 맛에 대한 평가에 앞서, 이색 경험을 즐기고 SNS를 통한 공유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것에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다른 두 치킨과 달리 까먹(물)치킨은 백년초 소스가 없다면 한 마리를 통째로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평가입니다.
BBQ 관계자는 “색다른 메뉴로 MZ세대의 도전정신을 자극해 젊은 소비자층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동시에 향수를 일으키는 추억의 메뉴로 기성세대의 입맛도 사로잡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여러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