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판매량 전년比 1.9% 감소..SUV 판매 늘어 매출은 ‘상승’
25.2% 줄어든 영업익은 ‘착시’..지난해 ‘통상임금 환입금’ 영향
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기아자동차가 올해 1분기 코로나19의 확산에도 비교적 선방했습니다. 기아차의 1분기 판매 실적은 지난해 대비 소폭 떨어졌지만 매출은 오히려 늘었는데요.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과 SUV 위주의 신차 판매로 큰 폭의 수익성 저하는 없었습니다.
기아차는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컨퍼런스콜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2020년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기아차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조 5669억 원과 4445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7.1% 늘었고, 영업이익은 25.2% 감소했습니다.
기아차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총 64만 8685대를 판매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1분기에 기록했던 66만 1355대 대비 1.9% 떨어진 수치입니다. 현대차가 같은 기간 11.6%나 뒷걸음질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전한 셈인데요. 기아차는 해외시장에서 전년 대비 2.6% 적게 팔았지만 내수에서 1.1% 성장하며 감소 폭을 최소화했습니다.
기아차는 유럽(-10.1%), 중국(-60.7%), 러시아 등 신흥시장(-2.4%) 등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부분 시장에서 감소세를 보였는데요. 다만 북미에서는 전년 대비 8.9% 증가한 19만 3052대를 판매했습니다.
판매량이 줄고도 매출액이 증가한 건 우호적 환율과 국내 신차 판매 호조, 미국시장의 RV 차종 판매 확대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선 셀토스, 신형 K5 등의 신차 효과를 이어 갔고, 미국에서도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앞세워 판매가 증가했습니다. 절대적인 판매량은 줄었지만 비싼 차의 비중을 늘리면서 매출도 상승한 셈입니다.
특히 원·달러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도 기아차의 매출 상승에 기여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1달러 당 1125원였던 환율은 올해 1분기엔 1193원까지 떨어졌는데요. 수출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82.0%(1분기 기준)에 달하는 기아차가 원화 약세 효과를 제대로 누린 셈입니다.
매출액 증가와 반대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도 눈여겨볼 점인데요. 기아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2%나 떨어진 건 지난해 1분기에 일시적으로 반영된 통상임금 환입금 때문입니다.
앞서 기아차의 지난 2018년 3분기 영업손실은 무려 4270억 원에 달했는데요. 8월 말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소급 지급해야 할 급여 1조 원 등을 손실 예상 비용으로 집어넣었기 때문입니다. 기아차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건 1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너무 많은 충당금을 설정했기 때문에 남는 금액을 다시 이익으로 넣어주게 됐는데요. 이 때문에 지난해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94.4% 증가한 594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배경인 셈입니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1분기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전이라 우호적 원-달러 환율, 국내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차 효과, 제품 믹스 개선 등의 요인이 실적에 반영됐다”며 “지난달 말부터 주요 지역 공장 가동과 판매 중단이 시작되면서 2분기에는 심각한 경영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신차를 앞세워 판매 감소 최소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아차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급격한 수요 감소 탓에 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국과 유럽, 미국, 인도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얼어붙인 만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기아차의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텔루라이드(북미), 셀토스, 신형 쏘렌토 등 고수익 SUV 차종 판매에 집중할 방침인데요. 코로나19에 대응한 특별 할부 구매 프로그램 운영, 온라인 판촉 활동, 전방위적 딜러 지원으로 판매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