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소비 심리 침체,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설 연휴 등 ‘삼재(三災)’를 겪은 완성차업계가 올해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쌍용차와 한국지엠은 내수 시장에서 5000대를 간신히 넘겼는데요. 현대차는 전년 동월 대비 30% 넘게 쪼그라들었고, 4000대에 턱걸이한 르노삼성은 최하위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연말 파격적인 할인으로 반등에 성공했던 완성차업계가 새해 들어 일제히 주저앉았습니다. 세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대부분 두 자릿수 감소 폭을 기록했는데요. 올해 출시된 GV80, 트레일블레이저를 비롯해 아반떼, XM3 등 신차들이 대거 쏟아져 나올 예정이지만, 소비심리가 살아날지는 미지수입니다.
◇ 월 5만대 밑으로 떨어진 현대차…주력차종 대부분 최악의 부진
현대차는 지난 1월 내수 시장에서 총 4만 7591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31.3% 급감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엔 아무리 못 팔아도 5만대(9월)는 넘겼지만, 올해는 새해 첫 출발부터 바닥을 찍은 겁니다.
차종별로 보면 감소 폭이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그랜저(9350대)는 구형 시절인 전년 동월 대비 7.2% 떨어졌고, 싼타페(3204대)와 팰리세이드(5173대)도 54.2%, 12.4%씩 줄었습니다. 그나마 쏘나타(6423대)는 전년(구형)보다 41.4% 늘었지만, 전월보단 25.1% 감소했습니다.
올해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아반떼와 투싼도 각각 2638대, 1766대에 머물렀습니다. 또, 최근 GV80을 출시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달 총 3000대를 판매했는데요.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3.1%나 줄어든 수치입니다.
◇ 기아차, 전년比 2.5% 줄었지만 그나마 선방…“K5야 고맙다”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총 3만 7050대를 판매한 기아차도 전년 동월 대비 2.5% 줄었습니다. 다만, 신형 K5의 활약으로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는데요. 신형 K5는 8048대 판매되며 전년(구형) 동월 대비 144.8%나 뛰어올랐고,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K7(3939대)도 31.3% 늘었습니다.
하지만 세단과 달리 SUV·RV 차종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쏘울과 스토닉은 79대와 299대에 그치며 시장 입지를 완전히 잃었는데요. 셀토스(3508대)와 카니발(3352대)만 3000대를 넘겼을 뿐, 대부분 1000여 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 5557대 그친 쌍용차, 내수 3위 지켰지만 전년比 ‘반토막’
지난 1월 쌍용차는 내수 시장에서 총 5557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36.8% 급감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완성차 5개사 가운데 가장 큰데요. 핵심차종인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가 각각 42.4%, 40.8%씩 줄어들면서 내수 판매실적도 반토막난 셈입니다.
코란도(1159대)는 구형 시절인 전년 동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지만, 전월(2514대)의 절반도 안되는 실적입니다. 줄곧 1000대 이상 판매되던 G4 렉스턴 역시 534대에 머물렀는데요. 쌍용차는 지난해 1월 1만대를 돌파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올해는 주력차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 5000대 턱걸이한 한국지엠…777대 팔린 콜로라도가 ‘위안’
지난해 내수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지엠은 올해 첫 달 5101대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월(5053대)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콜로라도·트래버스 등 라인업이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주행한 셈입니다.
특히 한국지엠이 직접 생산하는 국산차들의 하락세가 눈에 띄는데요. 한국지엠의 베스트셀링카인 스파크(2589대)는 그나마 선전했지만, 트랙스는 527대, 말리부는 398대로 급감했습니다. 특히 트랙스와 말리부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각각 67.8%, 61.7%씩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수입차 라인업은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는 777대나 판매돼 기대 이상의 성적을 달성했는데요. 반면 신차 트래버스는 257대에 그쳤고, 이쿼녹스(257대), 카마로SS(20대) 등은 사실상 시장 입지를 상실했습니다.
◇ 르노삼성, 4000대 간신히 넘겨 ‘최하위’…“XM3만 믿는다”
르노삼성이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4303대가 전부입니다. 5174대를 팔았던 전년 동월 대비 16.8% 떨어졌고, 1만대 가까이 판매한 전달과 비교하면 56.9%나 급감했습니다. 지난달엔 사실상 QM6(3540대)만 팔린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매우 부진한 성적입니다.
QM6와 쌍두마차를 형성하는 SM6가 669대에 그치면서 힘을 쓰지 못했는데요. SM3·5·7, 클리오, QM3가 모두 단종되면서 라인업도 큰 폭으로 축소됐습니다. 특히 위탁생산 중인 닛산 로그가 전년 동월 대비 83.1% 급감하면서 전체 판매량(6233대)도 반토막 났습니다.
다만 위안거리는 주력차종인 XM3를 비롯해 캡처(QM3 풀체인지), 조에(전기차) 등 신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순차 출시할 신차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경우, 르노삼성의 올해 내수 순위는 3위권까지 뛰어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