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강민기 기자] ‘직장 신경내분비종양’이 CI보험에서 보장하는 ‘중대한 암’에 해당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원장 윤석헌)은 감독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직장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 CI보험의 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CI(Critical Illness)보험은 암, 뇌졸중 등 중대한 질병으로 진단받은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상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2년 5월부터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하기 시작했다.
분조위에 따르면, 2007년 12월 CI보험에 가입한 A는 작년 10월 ‘직장 신경내분비종양’ 진단을 받고난 뒤, 보험약관상 ‘중대한 암’ 진단을 받은 경우 지급되는 보험금을 B생명보험에 청구했다.
하지만, B생명은 A의 종양이 ‘중대한 암’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분조위는 지난 4월 ‘중대한 암’을 정의한 보험약관 해석을 통해 B생명이 A에게 ‘중대한 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CI보험 약관상 ‘중대한 암’의 정의는 ‘악성종양세포가 존재하고 또한 주위 조직으로 악성종양세포가 침윤파괴적 증식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악성종양’이다.
B생명 측은 “A의 종양은 주위 조직으로 침윤파괴되지 않았다”며 “제3의료기관 병리과 전문의에게 의료감정을 진행한 결과, A의 종양은 경계성종양에 해당된다는 소견을 받았기 때문에 CI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분조위 측은 “주위 조직으로 침윤파괴적 증식하는 특징‘은 바로 악성종양세포의 세포병리학적 특징이고, 이런 성향을 보이는 세포를 의학적으로 악성종양세포로 정의‧진단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침윤파괴적 특징은 ’중대한 암‘을 정하는 별개의 요건이 아닌 악성종양의 일반적 특징을 부연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약관에서 침윤파괴적 증식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이라고 정하고 있을 뿐, 침윤파괴적으로 ‘증식한’이라고 구체적인 정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예를 들어, 약관에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의 정의에는 “발병 당시 2가지 특징을 모두 보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지만, ‘중대한 암’의 정의에선 이런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분조위는 약관의 해석이 애매할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근거로 고객의 손을 들어줬다. 분조위는 “주위 조직으로 침윤파괴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악성종양의 존재만 인정되면, 중대한 암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게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분쟁 당사자들은 이번 분조위의 결정 내용을 수락해 지난 5월 조정 효력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B생명은 A에게 ‘직장 신경내분비종양’ 진단 확정에 따른 ‘중대한 암’ 보험금과 지연이자를 모두 지급했다.
한편, 생보업계는 이번 분조위의 결정에 대해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 등 규모가 큰 대형사들일수록 해당 CI보험 판매 계약이 많기 때문에 향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이번 분조위 판결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며 “최근 암보험 약관의 ‘암 치료 직접 목적’ 문구 해석 문제를 비롯해 생보사들에게 악재가 겹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