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수백조원대 글로벌 시장으로 부상 중인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양사의 공조 사업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HVAC 사업은 가정과 다양한 상업, 산업 시설에 최적의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 온습도를 제어하는 산업으로 지구온난화, 친환경 에너지 규제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HVAC 시장은 2020년 약 2020억 달러에서 연평균 4.8% 성장하여 2030년에는 약 358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로 공조 시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력하던 가전 시장은 B2C 시장으로 계절적 성수기·비성수기가 존재하며 수익 편차가 크다는 불안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가전 시장의 성장 정체와 중국 업체와 경쟁 심화로 양사는 B2B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급부상 중인 HVAC를 핵심 사업으로 채택한 것입니다.
특히, HVAC 사업은 글로벌 공급 경험, 설계와 설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 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지만 양사는 오랜 기간 가전 시장에서 경쟁 역량을 키워왔기에 더욱 매력적인 사업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자체 기술로 승부하는 LG전자…'글로벌 사우스' 공략
LG전자는 HVAC 사업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습니다. 2011년 LS엠트론으로부터 칠러(Chiller) 사업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HVAC 시장에서 점유율 5위까지 올라섰습니다.
이후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LG전자는 HVAC 사업을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ES사업본부를 신설했습니다. HVAC 사업을 단독 부서에 맡겨 보다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리고 올해 1분기 ES사업본부는 매출 3조544억원, 영업이익 4067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LG전자는 따로 사업본부를 둔 만큼 자체 기술 개발과 글로벌 협업 및 진출을 통해 HVAC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자체 개발한 '무급유 자기(磁氣) 베어링' 기술을 적용한 대용량 공랭식 칠러를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공랭식 칠러를 필요로 하는 AI 데이터센터가 세계적으로 늘어난 만큼 해당 기술의 적용은 LG전자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HVAC 사업을 위한 기술자 양성을 위한 노력도 지속 중입니다. LG전자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43개국 62개 지역에서 '글로벌 HVAC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연간 3만명 이상의 HVAC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의 기후와 시장 특성에 맞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LG전자는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HVAC 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우스는 높은 경제 성장률과 도시화로 인해 HVAC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에 LG전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LG전자는 인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7개국의 HVAC 컨설턴트를 초청하여 'LG HVAC 리더스 서밋 2025'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8년 만의 대형 M&A…삼성전자, HVAC 사업 본격화
삼성전자는 비교적 최근 미국과 유렵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우거나 대규모 M&A(인수합병)을 통해 HVAC 사업 확장에 나섰습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 이하 플랙트)을 15억유로(한화 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조 단위 인수합병(M&A) 성사는 2017년 전장·오디오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8년 만입니다.
삼성전자의 핵심 공략 시장은 북미입니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는 미국의 3대 HVAC 기업 중 하나인 레녹스와 합작법인 '삼성레녹스HVAC노스아메리카'를 설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의 공급망을 단순화하고 글로벌 유통망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유럽 시장의 경우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에 고효율 히트펌프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ISH 2025' 전시회에 참가해 다양한 고효율 히트펌프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플랙트그룹 인수를 통해 유럽의 HVAC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해 기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입니다.
중동 시장도 공략 대상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2025 삼성 중동 에어솔루션 데이'를 중국 소주와 상하이에서 개최했습니다. 이 행사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HVAC(냉난방공조)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사로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8개국에서 약 40여 명의 공조 전문 인력이 참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의 연결성을 적용한 HVAC 원격 제어를 차별점으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원격 유지보수, 통합 에너지 관리, 자동화 운영 등을 지원하는 스마트 솔루션을 통해 HVAC 시장에서의 강점을 지키겠다는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