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은행산업을 대변하는 은행연합회 차기 수장으로 조용병(66)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현정부 들어 은행권을 향한 강도높은 비판과 압박이 이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은행연합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에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권력의 정점으로부터 시작된 날선 발언과 정부당국의 규제강화 기조, 저성장·고금리 국면의 싸늘한 민심 한가운데 선 은행권의 선택은 순수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입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업권을 대표하는 동시에 정부당국과 최일선 정책소통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료 출신 인사의 '깜짝등장'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은행권이 40년 경력의 '정통 은행맨 조용병'을 택한 것은 은행산업 전반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탄탄한 네트워크, 무엇보다 '아름다운 용퇴'로 금융당국과 껄끄러울 것 없는 그에게 '외풍' 극복과 당면위기 돌파라는 지혜로운 리더십을 요청한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당초 차기 은행연합회장 물망에 오른 건 모두 6명이었습니다.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가나다순)이 그들입니다.

이중 윤종규 회장은 리딩 금융그룹 수장이라는 상징성과 KB금융의 성장가도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유력후보로 분류됐지만 "은행권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분이 선임되길 바란다"며 스스로 후보군에서 물러났습니다.
은행연합회장 경쟁구도는 '민 VS 관' 경합으로 빠르게 재편됐습니다. 특히 고위 경제관료 출신 인사가 후보군에 오르면서 최근 정부의 '은행 때리기' 기조와 맞물려 강력한 후보로 급격히 떠올랐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제관료 출신 인사가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에 올랐을 때 업계 안팎에서 수군거림이 적지 않았다"며 "금융지주 회장 경력이 있다지만 오래전 일이고 이후 이렇다할 대외활동이 없다 보니 용산이나 당국에서 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등 여러 설이 나돌기도 했다"고 귀띔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강경기류로 보면 정부나 은행권 모두 상호 부드럽게 소통하며 비판적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상생금융안 등 정책을 조율·생산할 수 있는 관 출신 인사를 필요로 하지 않겠느냐"면서 "규제산업이라는 특성상 정부의 비판적 태도와 차가운 여론을 도외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은행권에 감돈 이같은 분위기를 고려하면 '민간인 조용병' 낙점은 이변 아닌 이변이자 절묘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은행권이 규제의 칼날을 쥔 정부의 으름장에 무조건 납작 엎드리기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주요구성원으로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됩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신한맨'이자 40년 경력의 '정통 엘리트 뱅커'로 꼽힙니다.
신한금융 회장으로 재임한 2017년부터 6년동안 그룹의 견조한 실적을 견인하고 조직을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2022년말 무난한 3연임 유력설을 뒤로 한 채 과감한 '용퇴'를 선언하면서 신한금융 '세대교체'의 물꼬를 텄습니다.
당시 금융당국이 은행권 전반의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대해 노골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며 새 인물 교체를 종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룹과 당국간 불필요한 마찰소지를 없앤 결단이었습니다.
"조용병 회장이 3연임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거꾸로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결정을 보면서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당시 공개적 평가가 그 방증입니다.
은행권으로선 누구보다 은행업계 사정에 밝고, 시대조류와 정부당국 기대에 부응하는 모양새로 40년 은행업에 마침표를 찍은 '민간인 조용병'을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낙점하는 것으로 절묘한 이변을 연출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