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수민 기자ㅣ“완전무결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기사를 평가하는 컴퓨터는 실수 안 합니까?”
이달 어느 날 아침. 서울 강남 쪽에 약속이 있어 여느 때처럼 카카오T 앱을 켜서 택시를 잡았습니다. 20여분 정도 지났을 때, 15분 후에 온다던 택시 기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거 카카오 네비가 계속 이상한 곳을 가리키니까 주변에서 빙빙 돌고 있어요. 제가 갈 수가 없습니다. 취소 좀 해주세요” 그 뒤로 택시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몇 정류장 가서 택시를 다시 잡았는데, 이번에도 10분 정도 대기 시간이 발생한다고 떴습니다. 결국 카카오T로 택시 타기를 포기하고 지나가던 법인 택시를 운 좋게 잡아탔습니다. 카카오T 취소 수수료는 이미 2000원이나 나갔습니다.
“앱을 사용해도 요즘 택시 잡기가 왜 이렇게 어렵죠?” 어렵게 다른 택시를 타자 저도 모르게 푸념하듯 물었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기사님은 처음 보는 승객의 물음에 ‘카카오 택시 배차가 왜 느린지’ 직접 보고 느낀 경험담을 이야기해 줬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카카오 네비가 도로 사정과 정확하게 맞지 않아요. 교통 상황은 시시각각 바뀌고, 교통량 등은 자꾸 업데이트되니까 틀릴 때도 꽤 있습니다. 손님이 콜을 불렀을 때 뜨는 예상 시간이 틀린 경우도 많을 수 있어요”
20년 경력의 기사님은 요일과 교통상황에 맞게 본인이 쌓은 노하우로 최적의 길을 찾아서 운전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오히려 본인의 노하우가 카카오T 배치에 영향을 미치는 평점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카카오T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가지 않으면 고객이 이용 후 직접 평가하는 ‘평점’에 영향이 가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사고가 날 뻔해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승객이 차에서는 감사하다고 이야기 하시더니 막상 내려서는 별점을 낮게 줬던 경우도 있어요. 또 저는 마스크를 써달라는 상식적인 요구를 했지만, 승객이 이에 항의를 하다가 시비가 붙어 소위말하는 ‘평점 테러’를 당했던 적도 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카카오 운영센터에 문의를 해봤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고객 평점은 누적되어 있고 전체 평점의 평균치이기 때문에 평점 테러를 당해도 기사의 잘못이라는 논리였다는 겁니다.
“평점이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니까, 회복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죠. 작년 겨울에는 회사에 사납금을 내야 하는데 그걸 사비로 매워야 할 정도였습니다.”
기사님에 따르면 다른 법인 택시 기사님들 사이에서도 ‘카카오T 가맹 법인택시 기사들은 평점의 노예다’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고 합니다. 수익을 위해서라면 현실 환경을 반영한 운전보다는 시스템 상 ‘좋게 보일 수 있는’ 기준들을 맞춰가야 한다고.
기사님은 “카카오가 콜을 줄 때 고객 평점이 높은 기사들에게 괜찮은 조건(거리 등)을 먼저 주기 때문에 고객이 평점 테러를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리하게 배차를 몰아준다는 ‘카카오 가맹 택시’ 회사 소속으로 일하고 있지만 바깥에서 보는 것과 내부에서 느끼는 것이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기사님 말씀을 듣고 카카오T 가맹 법인 택시 기사님들의 가장 큰 불만인 평점 민원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에 물어봤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사님들의 평점과 배차 과정이 합리적인 프로세스로 운영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평점은 고객 전체 누적 평점에서 평균치를 내기에 단발성으로 확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어 그는 “배차 같은 경우는 AI가 직선 거리상 단거리가 기준이 아닌, 다양한 교통 상황을 고려해 최단 소요 시간 기준으로 매칭시켜준다”며 ETA, 기사의 운행 패턴, 전체평점, 실시간 교통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실시간으로 고려해 배차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공정위원회는 올해 2월을 시작으로 총 3번에 걸쳐 카카오 블루 택시를 우선 배차 되게 하는 ‘카카오 택시의 알고리즘’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운송가맹사업자 KM솔루션을 통해 ‘카카오T 블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승객이 택시를 부를 때 가까이 있는 일반 택시보다 먼 곳에 있는 카카오T 블루가 우선 배차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공정위는 ‘배차 콜 몰아주기’ 혐의 조사를 내년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스마트폰 보급과 모빌리티 산업이 성장하면서 이제는 앱으로 택시를 예약해 타는 일은 일상이 됐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제 콜텍시 점유율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택시들의 배차권을 독과점하고 있습니다.
몇몇 지자체들은 카카오 택시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택시사들의 중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자체 택시 앱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수원e택시, 경기도 리본택시, 부산 동백택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용자들의 관심 끌어내 카카오의 맞수로서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올해 5월 행정안전부가 한국행정학회에 의뢰한 ‘모바일 디지털지방정부 발전방안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모바일 앱의 활용도가 저조한 이유(복수응답)로 '낮은 인지도'(70%)를 1순위로 꼽았습니다.
적절한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지역민들이 자신의 지역에 카카오 택시를 견줄 만한 앱이 있다는 것 마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지난 4월 출범한 수원시 전용 택시 호출 앱 ‘수원e택시’의 경우, 기술적 한계 인한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
기사님들이 호출을 받게 되면 화면이 자동으로 꺼져버리고 거리 순이 아닌 수원 전 지역을 대상으로 4~5km 거리에서도 콜이 들어오는 등 지자체 앱은 한정된 예산에서 진행돼 카카오 T가 이미 구축해둔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에서 택시는 ‘대중교통수단’으로 분류됩니다. 그만큼 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교통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카카오택시가 무료로 도입되면서 ‘기사님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밤에도 안전하게 집에 귀가할 수 있는 여성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운행 전 비용을 비교적 정확히 예상해볼 수 있으며, 간편 지불 시스템으로 실물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등 편리해진 점이 많습니다.
쾌적함과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 그러나 현장과 호흡하며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카카오가 ‘개발자 마인드’로 대화 테이블에 나오니 ‘현장 노동자 마인드’의 기사님들은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합니다.
물론 시스템을 유료로 전환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무조건적 수수료 인하는 비현실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올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카카오 대표는 “궁극적으로 플랫폼과 택시가 윈윈하는 구조가 돼야겠지만 아직까지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수익이 일정수준 이상 되면 수수료를 5%나 그 이하로 내릴 수 있는데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사업 초반부 전면 무료로 운영됐던 카카오 T의 수익 구조를 따졌을 때, 택시 업계가 만족할 만한 합의점이 당장 뚜렷하게 나오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드러나는 어려움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목소리는 점점 한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카카오는 자체 기술의 완전 무결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며 기사님들 또한 ‘양질 서비스 제공을 위한 체계적인 구조를 염두해 둬야 할 것입니다.
택시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이들이 ‘역지사지’의 태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