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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디지로그DigiLog] 21세기 어른이 쇼핑몰에서 만난 축음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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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February 29, 2020, 06:02:00

스트리밍Streaming 대신 바이닐Vinyl

 

반찬거리를 사러 가끔 방문하는 모 대형쇼핑몰 옆에 ‘남자들을 위한 쇼핑몰’이 들어섰습니다. 얼핏 보니 온갖 전자제품을 파는 곳이 있더군요. — 사실 전자제품을 남성들만 좋아한다는 것도 편견이겠지만 —

 

어쨌든 전자제품 자체를 오프라인에서는 거의 구입하지 않다보니 그다지 방문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쇼핑몰 안쪽으로 마블Marvel의 아이언맨Iron Man 피규어가 제게 손짓을 하더군요.

 

1:1 스케일 인피니티 워Infinity War 버전 아이언맨의 손짓에 저는 순식간에 매장 내부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어쩌면 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range의 슬링 링Sling Ring이 작동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분명히 그랬던 것 같습니다. — 죄송합니다. 이건 농담입니다. —

 

장바구니를 옆에 끼고, 쇼핑몰 안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마블과 DC의 피규어뿐만 아니라 드론과 무선조종 자동차, 비행기 같은 어른들 — 요즘은 ‘어른이’라는 표현도 쓰더군요. — 을 위한 장난감도 눈에 띄고, 자전거 퀵보드와 같은 레저용품과 의류, 각종 휴대폰과 관련 액세서리 그리고 랩탑과 게임기, 오디오, 소형 대형 가전제품까지 꽤나 많은 종류의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 와인과 위스키, 커피까지... 마치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21세기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오프라인 쇼핑몰에, 그것도 전자제품이 가득 진열된 곳에 있다는 사실은 꽤나 오랜만의 경험이었습니다. 문득 옛날 옛적 용산전자상가를 배회하던 기분도 들더군요. 제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곳은 따로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플레이스테이션과 겜보이 진열대 앞쪽에 가지런히 놓여진 축음기蓄音機였습니다.

 

 

네! 이렇게 생긴 걸 과거 — 라고 해봐야 불과 20~30년 전 이지만 — 에는 축음기Phonograph라고 불렀습니다. 전축電蓄, 턴테이블Turntable, LP 플레이어 라고도 불렸었죠. 정확히 영어로는 Turntable, 또는 Vinyl Record Player 라는 명칭이 맞다고 합니다.

 

작동원리는 저 동그랗고 납작한 검은색 플라스틱을 레코드판, 바이닐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회전하는 상태에서 축음기의 바늘 — 정말 바늘처럼 얇은 부분 — 을 레코드판 표면의 원형으로 난 홈에 올려놓으면 미세한 홈을 따라서 진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진동을 음향으로 변화시켜 내보내면 비로서 음악을 듣게 됩니다. 뭔가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닌 수동식 그라인더에 곱게 간 원두를 모카포트에 넣어서 끓여내는 정성이 느껴지는 설명이네요.

 

음… 아무튼 솔직히 많이 의아했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카세트테이프Cassette Tape는 물론이고 컴팩트디스크Compact Disc로도 잘 안 듣는 음악을! 그것도 카세트테이프보다 더 이전 시대를 풍미했던 최초의 음악재생도구인 축음기로? 그걸 최신형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라는 생각들이 한동안 제 뉴런Neuron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혹시나 음악 매니아들만 찾아오는 매장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저같은 일반 쇼핑객들만 붐빌뿐 ‘아날로그 우월주의자’나 ‘바이닐 레코드 찬양자’라고 불릴 만한 분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런 명칭으로 불리는 분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이걸 왜 갖다놨지?’, ‘이게 설마 팔리나?’ 이것이 제가 처음 품었던 의문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된 사실은 이런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 중에 10대와 20대도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과거의 향수 또는 과거의 취미를 이어가는 분들이 주소비층이지만 새로운 소비층으로 10대와 20대가 합류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2019년 1월 미국의 경제잡지이자 ‘자본주의의 도구Forbes - The Capitalist Tool. — 이게 이 회사의 모토입니다. — ’인 포브스Forbes는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실었습니다. 포브스가 인용한 버즈엔젤BuzzAngle의 ‘연례 음악 소비 보고서’라는 뭔가 거창해 보이는 문서에 따르면, 바이닐 레코드 판매량이 2017년에 비해 두 자릿수 증가해 2018년에는 거의 천 만장이나 됐다는 내용이었죠.

 

2019년 10월 더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바이닐 레코드의 이상한 부흥The strange revival of vinyl records.’이라는 기사를 통해 컴팩트디스크Compact Disc의 소비가 급속도로 감소하는 반면 오히려 바이닐 레코드는 판매가 증가하고 있음을 기사화했습니다.

 

물론 우린 음악을 스트리밍Streaming으로 가장 많이 듣고, 거기에 유튜브YouTube 등을 통해 뮤직비디오Music Video로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아주 작지만 좁은 틈사이로 불편한 기계식 아날로그를 ‘꽁냥’거리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미세하지만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 합니다.

 

아날로그Analogue, 레트로Retro, 기계식Mechanical, 로터리Rotary 방식의 문화, 기기, 방법, 스타일은 분명 현재보다는 이전 시대에 활발히 소비되고 사용되며 누리던 것들입니다. 과거에 이미 이러한 방식을 경험했던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오는 존재들이죠.

 

하지만 이러한 것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새로운 문물(!) 입니다. 세상 힙Hip하고, 쿨Cool하며, 멋Classy스러운 것들이죠. — 이런 표현은 역시 잘 입에 안붙네요. 어색합니다. —

 

그렇다면 모든 아날로그가 다시 부활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게 될까요? 아무래도 그건 힘들어 보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아날로그는 새로운 문화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아날로그를 즐기기엔 너무 편하게 변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버리고 과거의 유선전화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전지구적 반란이 일어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사실 사용하기에 너무 귀찮다는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물론 기꺼이 새로운 경험을 감수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 딱 거기까지일 듯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축음기와 그 옆에 놓인 낡아보이는 — 사실은 새롭게 제작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 레코드판을 촬영해서 소셜미디어에 보여줄 수 있고,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즐길 수 있어야만 이 경험의 생명력은 지속될 수 있겠죠.

 

***

 

글쓰는데 도움이 된, 읽고 재미있었던 글과 기사들

The strange revival of vinyl records

from. The Economist https://www.economist.com/graphic-detail/2019/10/18/the-strange-revival-of-vinyl-records

 

Is Vinyl’s Comeback Here to Stay?

from. Pitchfork https://pitchfork.com/features/article/is-vinyls-comeback-here-to-stay/

 

English(中文·日本語) news is the result of applying Google Translate. <iN THE NEWS> is not responsible for the content of English(中文·日本語)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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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기자 leo_kim@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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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앱 키우는 식품업계…수수료 줄이고 데이터 잡는다

자사앱 키우는 식품업계…수수료 줄이고 데이터 잡는다

2025.05.01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식품업계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사앱 육성이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습니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충성 고객 확보와 고객 데이터 축적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앱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으로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배달에 이어 이달 14일부터는 포장 주문에도 중개 수수료 6.8%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요기요도 포장 주문 시 7.7%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측은 서비스 품질 향상 및 운영비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반응을 냉랭합니다. 포장 주문까지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면서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식품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자사앱 혜택을 강화하며 소비자 유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습니다. 배달앱의 강점이 편리성인 만큼 자사앱도 사용자 편의성 강화를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메뉴 주문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개편하고 멤버십 별 할인 혜택을 세분화했습니다. 소비자가 할인율을 체감할 수 있도록 프로모션 빈도도 높였습니다. 새단장 효과는 즉각 나타났습니다. bhc가 지난 2월 새롭게 선보인 뉴 bhc 앱은 출시 한 달 만에 회원 수가 4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3단계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하고 퀵오더 기능, 간편 선물하기 등 기능을 추가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입니다. 리뉴얼 후 한 달간 자사앱을 통한 주문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시기 출시한 신메뉴 콰삭킹 인기도 앱 활성화에 한몫했습니다. 실제 콰삭킹 출시 이후 앱 주문량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bhc는 최근 선릉역 인근에 직영 매장 오픈과 함께 매장 내 QR 방식의 테이블오더 시스템, 자사앱 사전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며 앱을 활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bhc 관계자는 "치킨 업종 특성상 배달 주문 비중이 매우 높은데 배달앱 수수료로 인해 가맹점주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개 수수료가 없는 자사앱을 강화해 가맹점주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달앱 수수료 증가에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운 공공배달앱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신한은행 등과 출시한 공공배달 서비스 '땡겨요'는 소비자에게 최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수수료는 2% 이하입니다. 기존 3대 배달앱 수수료(최대 9.7~9.8%)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입니다. 땡겨요는 최초 가입자와 가입 후 주문 이력이 없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두 번째 주문까지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할인 쿠폰을 증정합니다. 서울시와 가맹 계약을 체결한 BBQ는 이달 30일까지 3000원 할인 쿠폰을 추가 제공해 총 할인금액을 8000원까지 높였습니다. BBQ 앱에서 이달 30일까지 신메뉴 마라핫 주문 시 '누누씨 부적카드' 증정 프로모션을 진행 중입니다. 신메뉴 효과에 방문객도 증가세입니다. 지난 2월 BBQ가 앱과 웹사이트에서 진행한 랜덤 치즈볼 증정 프로모션 3일 동안 자사앱 매출은 전주 동기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신규 가입자는 3만명 늘었습니다. 교촌치킨 역시 자사앱 활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4월 한 달간 월 2회 이상 주문해 KING 등급을 달성한 회원 중 추첨해 신메뉴 교촌후라이드 모바일 교환권을 제공합니다. 교촌치킨은 총 3단계로 멤버십을 운영하며 구매 포인트 2% 적립, 배달·포장 할인, 치즈볼 교환권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치킨 프렌차이즈업계는 자사앱이 가맹점 수익을 높이는 동시에 배달앱 의존도를 낮춰 독과점 구조를 견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페 프렌차이즈도 자체 앱 활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디야커피는 올해 1분기 자사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전년 동기보다 약 9% 증가했습니다. 앱 편의성을 개선하고 고객 참여형 프로모션을 확대한 게 주효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픽업 주문을 한 고객 중 선착순 600명에게 아메리카노 즉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디야커피는 자사앱을 통한 주문이 외부 플랫폼 대비 가맹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독 서비스도 선보입니다. 오는 5월 1일부터 베타 테스트 형태로 론칭해 고객 맞춤형 혜택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식품기업과 가맹점주가 배달앱에 지출하는 수수료는 주문 당 10~20% 수준입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배달앱에 입점하면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대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부담도 함꼐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자사앱 강화는 이러한 배달앱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사앱을 활용하면 이용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수 있다"며 "자사앱이 활성화되면 기업이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가능하고 이를 신메뉴 개발에 활용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앱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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