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현재 국내 은행업 내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쟁도 제고를 위해 혁신적이고 기존 은행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소형·전문은행에 대한 신규 인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최종구)는 2일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 5월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 발표 이후 구성된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가 지난 9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했다.
평가위 위원장은 정순섭 서울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위원은 권혁진 동국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교수, 김완섭 법무법인 신촌 변호사, 성영애 인천대 교수,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규 중앙대 교수, 이수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장국현 건국대 교수, 주동헌 한양대 교수, 최현자 서울대 교수 등이다.
경쟁도 평가 결과, 은행업의 경쟁은 산업 구조 등에 대한 보조적 분석과 정성평가(소비자 만족도 등) 면에서는 경쟁이 불충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시장 집중도 지표인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HHI)로 본 정량분석 면에선 판단이 다소 어려웠다.
우선, 시장구조와 경영효율성 등에 대한 보조분석에서 은행업 경쟁은 개선 필요성이 존재했다. 상위 6개 은행의 규모가 하위 은행들과 큰 격차를 유지하면서 비슷해지는 상태로 안정화되고 있어, 향후 경쟁유인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상위 6개 은행의 비용효율성 지표인 이익경비율(cost to income ratio, 판관비를 총이익으로 나눠 산출)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 제시됐다.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일종의 ‘자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ROE 등으로 평가한 은행업 수익성이 최근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의견을 지지한다. 이는 기존 은행의 관점에서 다른 은행의 신규진입을 감내할 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위 6개 은행의 ROE는 2016년 5.27%, 2017년 7.02%, 올 상반기 9.47%로 매년 개선세다.
정성평가에서도 은행업에 경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은행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은행이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해 경쟁하는지 여부’에 소비자들은 46.7점(100점 만점)으로 보통 이하(50점 보통)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했다.
다만, HHI지수로 평가한 정량분석에서는 국내 은행업이 경쟁시장과 다소 집중된 시장의 경계선 상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은행업 HHI지수는 1233~1357로 나왔는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는 다소 집중된 시장이지만, 미국 법무부 기준으로는 집중되지 않은 시장이다.
결론적으로, 평가위는 은행업 경쟁도 제고를 위해 신규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신규진입 형태는 시중은행·지방은행에 대한 신규인가 보다는 혁신을 선도하거나 기존 은행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소형·전문은행에 대한 신규인가가 보다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현행법상으로도 인가가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를 고려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업 인가단위의 세분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추진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