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사기 피해 규모가 수 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주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이 일부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육류담보대출 피해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해 업계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후 열린 첫 CEO 기자간담회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특정 몇 몇 언론사만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가 김영란법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는지를 따져봤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 4일 언론 매체 7개사를 대상으로 육류담보대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이 참석했고, 경제지 5곳과 통신사 1곳, 중국 언론매체 1곳의 기자 7명이 자리했다.
◇ 동양생명 기자간담회 김영란법에 위배 여부는?
간담회 형식은 간소하게 진행됐다. 동양생명 본사가 있는 종로 그랑서울 빌딩의 한 회의실에서 1시간 미만의 티타임 형식으로 이뤄졌다. 구한서 사장이 직접 육류담보대출 사기 피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전달했고,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험업계는 물론 금융과 유통 등 많은 분야와 연관돼 있는 데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인 데도 특정 매체들에게만 정보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자간담회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에 위배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티타임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기자간담회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관련 법에서 정하는 '공식적인 행사'에 인정되지 않아서 법 대상 요건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의 목적에 해당돼 3만원 이하의 식사, 5만원 이하의 선물 등의 제한을 받는 행사는 맞다. 이를 어겼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러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란법에서 인정하는 공식적인 행사의 요건은 주최자, 참석, 행사 목적과 내용, 비용부담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참석자와 행사의 목적, 내용의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와 참석자가 특정되거나 차별되지 않는지 여부, 행사의 전체 또는 일부분에 대한 공개가 이뤄지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일례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제공한 김영란법에 관한 법률 매뉴얼에 따르면 연초 업무계획을 발표해 해당 기관의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경우는 공식행사로 인정된다.
반대로 법률 매뉴얼상 참석 대상이 극히 한정돼 있는 이번 간담회와 같은 경우는 공식적인 행사로 보기 어렵다. 특정된 소수의 언론사만 참석하는 등 합리적 사유가 없는 점과 단순 홍보를 위한 경우 간담회 주최 기관의 업무와 사업 시행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공식적인 행사는 아니지만 동양생명 간담회는 '김영란법' 제 8조 3항(김영란법 예외조항)중 2호의 제한을 받는다는 게 권익위의 의견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식적인 행사로 볼 수 없는 기자간담회의 경우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목적 등에 해당되는데 이 경우 음식물, 경조사비 등의 제한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 티타임 기자간담회..회사 입맛대로 '김영란법' 역이용 하면 되나?
새해가 밝았지만 금융사 중에서 기자간담회를 계획하는 곳은 드물다. 작년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괜한 구설수에 오르진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동양생명의 기습적인 기자간담회를 두고 업계에서도 여러 말들이 오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권익위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가 법에 저촉되는 것이냐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법률상 '공식적인 행사'에 해당하느냐가 법 적용의 기준이 되지만, 예외되더라도 제한받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권익위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매뉴얼상 '특정된 소수의 언론사만 참석하는 등 합리적 이유 없이 참석대상을 한정한 점'인 경우 공식 행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경우는 3만원 이하의 식사, 5만원 이하의 선물 제공 등에 한해서만 제한받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동양생명이 이같은 김영란법의 틈새를 역이용 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김영란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동양생명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7개 매체 선정기준에 대해선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동양생명의 이같은 처사가 김영란법의 본질인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을 금지를 통해 일부 특권에 제공되는 특혜와 편익을 막기 위한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장 이번주 오픈 형식으로 진행되는 보험개발원 신년 기자간담회와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을 출입하는 언론사 기자 전체를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공지했다. 특정된 소수의 언론사만 참석하는 간담회 대신 출입기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식 행사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간담회를 개최 장소의 공간이 좁은 관계로 선착순 30명으로 인원을 제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정청탁 금지법은 식사와 선물값을 제한해 특권층에 제공하는 특혜와 편익을 우리사회에서 없애자는 뜻 아니겠느냐”며 “지난 9월 말 시행전부터 일부 모호한 법 규정 탓에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동양생명이)본인들의 입맛대로 활용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