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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칼럼

[서지은의 보험키워드] AI시대, 보험설계사의 생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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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06, 2024, 10:10:39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많은 분야에서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 지능)를 빼놓고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시절이 되었다. 소위 4차 혁명이라 부르는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 중이고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력이 월등하게 향상했고 사람들은 풍요와 편리함에 익숙해졌다. 그렇다면 AI와 같은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마냥 득일까? 정답은 없겠지만 과거 산업혁명 시절 일자리를 빼앗겨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던 역사적 사실을 돌아보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그리 밝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르포 작가 한승태의 노동 에세이 <어떤 동사의 멸종>에 보면 저자는 AI나 로봇 등 첨단기술로 인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직업을 몇 가지 골라 현장 노동자로 일한다. 그는 대체 가능성이 90% 이상인 직업 가운데 역사가 오래된 아주 평범한 직업을 선택했는데 콜센터 상담사, 택배 물류센터 상하차 직원, 뷔페식당의 요리사, 빌딩 청소부 등이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보면 최초 응답자가 사람인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또 각종 산업에서 콜센터보다는 인터넷이나 앱 등을 통한 CS 처리가 더 보편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기계 덕분에 무거운 것을 번쩍 들어 올려 착착 옮길 수 있게 되었으며, 처리 속도도 훨씬 빠르다. 대형 빌딩이나 식당에서는 로봇이 서비스하고 청소한다. 무인 자동차의 상용화 역시 머지않아 보인다.

 

한승태 작가의 책은 내 직업인 '보험설계사'의 미래 전망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적 정년을 65세라 한다면 앞으로 적어도 앞으로 15년은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인데, 보험설계사가 과연 15년 동안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는 직업이 될까? 사실 보험 업계도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과거엔 보험 계약 때 청약서를 하나하나 서면으로 발행해 손수 자필로 서명하고 제출한 청약서를 바탕으로 보험 심사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체결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통해 컨설팅부터 제안, 인수 가능 여부뿐 아니라 비대면 청약까지 가능하다. 이런 흐름이라면 보험 상담 응대 및 맞춤형 컨설팅으로 청약을 진행하는 보험봇과 만나는 상황이 아주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

 

BBC가 예측한 사라질 위험성이 높은 직업들 순위를 뉴스로 접한 적이 있다. 다행인지 15위 안에 보험설계사는 들어있지 않았다. 반면 어느 공대생이 ChatGPT에게 '미래에 없어질 직업'을 물어봤더니 공장 노동자, 캐셔, 운전자, 비서 등과 함께 7위에 보험판매원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위 직업들을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군으로 판단했고, 보험 구매 및 가입이 대부분 인터넷으로 처리되어 보험판매원의 역할이 줄어들 거라는 예측이었다. 인공 지능이 수집한 빅 데이터를 통해 도출한 이러한 결과 앞에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보험설계사의 한 명으로 무서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테다.

 

그간 보험업에 깊숙이 들어온 스마트 기기 운용이 어려워 보험 영업을 포기하는 설계사도 적잖이 보았다. 구시대적인 영업방식을 촌스럽다고 평가하며 설계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것이 현실임을 부정할 순 없다. 다만 8년 차 보험설계사 시각으로 보자면 ChatGPT의 예측에 덮어놓고 동의하기는 어렵다. 보험 설계에서 판매, 체결까지의 과정은 실제로 그리 단순하지 않고, 무엇보다 보험 특성상 장기 납부가 대부분이라 '관리' 측면에서 인공 지능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영역이 존재한다.

 

'디테일이 곧 생명'이라는 광고 문구가 있다. 보험은 한 마디로 그 문구처럼 디테일이 생명인 세계다. 한 사람의 생애를 단순히 몇 가지 패턴으로 묶을 수 없는 까닭은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곳엔 100개의 몸에 깃든 다양한 이야기와 100개의 다른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모아도 사람이 직접 파악하는 ‘감정적’ 디테일을 AI가 (아직은) 알아챌 수 없다.

 

단언컨대 보험 영업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 즉 공감 능력이다. 포털 사이트에 주르륵 등장하는 수많은 보험 플랫폼이 일견 편리해 보여도 편리한 만큼 클릭 몇 번으로 가입한 내 보험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을 거의 만나본 기억이 없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고통을 통해 교훈을 학습하고 기쁨의 힘으로 관대함의 지평을 넓히는 존재다. 무인 자동차 안이나 기계가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에서 보험 상담을 주고받는 광경은 상상이 가도 AI로 생성된 목소리나 기계 로봇이 상담에 응하는 모습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보험이 필요 없을 만큼 위험이 사라진 세상이 아닌 이상 그런 장면이 가까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동안은 계속 '사람'으로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다. AI에 지지 않기 위해 나는 매일 사람의 마음을 먹는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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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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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한강 “문학은 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다”

노벨문학상 한강 “문학은 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다”

2024.12.11 11:14:16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소설가 한강(54)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았습니다. 한강은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 문학사상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습니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시상에 앞선 5분가량의 연설에서 한강의 작품들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강은 시상식 후 열린 연회에서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날 한강과 함께 물리학상 존 홉필드(91)와 제프리 힌턴(76), 생리의학상 빅터 앰브로스(70)와 게리 러브컨(72), 화학상 존 점퍼(39)와 데미스 허사비스(48), 데이비드 베이커(62)가 메달을 받았습다. 경제학상은 다론 아제모을루(57), 사이먼 존슨(61), 제임스 로빈슨(64)이 수상했습니다. 다음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전문입니다. 폐하, 왕실 전하,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습니다.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문학을 위한 이 상이 주는 의미를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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