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인더뉴스>의 청춘 독자들께 촌철살인 언론사 취업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아랑카페 운영자] 요즘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시즌이다. 해마다 많은 인원을 뽑는 KBS가 생각보다 적은 인원의 채용 공고를 냈다. KBS는 방송저널리스트(기자 + 시사교양PD를 합한 직군), 아나운서 등의 직군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다.
손석희 앵커의 활약으로 온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JTBC 역시 아나운서와 PD(예능과 교양 분야) 직군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아쉽게도 기자는 없었다.
2014년의 시작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서류 접수 덕분에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소서를 잘 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나운서 지망생 K씨 역시 그랬다. 타 방송 최종까지 가볍게 갔을 정도의 실력이지만, 딱 1명 뽑는 아나운서 전형을 응시하는 입장에서는 한 줄이라도 더 잘 쓰고, 한 줄이라도 다시 한 번 퇴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다.
언론사 자소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불명확하다. 일반 취업 자소서 책을 읽어 본다고 해도, 소수의 인원을 선발하고 각 사별로 다양한 툴(tool)과 채용정책을 갖고 있는 언론사의 입사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부 현직 기자들이 자신의 합격 과정을 마치 전부인양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그 해에만 통용되는 철 지난 것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왕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와 주변 현직 언론인들의 경험, 그리고 후배들을 멘토링해 합격시켰던 경험을 바탕으로 5가지 언론사 자소서 작성 액션플랜을 짜본다면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다.
#1. 그 해의 채용 니즈(needs)를 파악하라
아나테이너와 앵커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그 회사 현직 언론인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올해의 채용 주안점을 파악해야 한다. 아나운서라면 스타를 원하는지, 아니면 무난한 진행자를 원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선배들을 어떻게 뽑아왔고, 그 선배들이 어떤 활약을 했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아나운서 후보자에게 원하는 덕목이 된다.
기자직군의 경우에도 매년 채용 콘셉트가 다른 경우도 있다. 예컨대 한 언론사에서는 전년도 수습기자 선발 5명 중 3명이 타사로 이적했다고 한다. 똑똑한 사람을 위주로 뽑아놨는데, 더 큰 회사 더 처우가 좋은 회사로 옮긴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그 다음 해에 채용 방향이 ‘인내심’ ‘근속 가능성’ 등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종래의 기자상,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어필 포인트만 주구장창 물고 늘어졌다가는,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 수 없다.
#2. 회사의 정책적 방향을 확인하자
회사의 정책적 방향을 확인하는 것은 좋은 자소서를 쓰기 위한 중요한 방책이다. 신문과 방송의 융합을 추구하는 회사에 지원한다면, 두 가지 영역 모두에서 잘 할 수 있는 본인만의 강점을 어필해 보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지 않고 자신은 방송 부문에만 지원했다면서 글쓰기에 대한 소신이 없어 보인다면 고득점이 어려울 수도 있다.
방송사에서는 공영방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이라는 화두 역시 KBS와 MBC의 방향이 다를 것이고, 최근 공영방송급 이상의 공정성을 보이는 SBS에 지원한다면 그 방향이 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미디어 이슈에 대한 각 회사의 방향 역시 첨예하게 다를 수 있다. 가령 논란이 되고 있던 디지털 송신 관련 이슈 ‘8SVB’에 대해 지원회사에서 어떻게 다루는지를 알아두는 것은 필수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단기간에 파악하기란 어렵다. 이 때문에 필자는 꾸준한 스터디 그룹을 권장해 왔다. 이는 특정 저널리즘스쿨이나 신문사 부설 아카데미, 사설 학원 등에서는 커버를 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평소 신문 읽기 및 스크랩 활동을 통해 꿰고 있어야 한다. 또한 자소서에서 이런 내용을 구구절절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이슈에 대한 깊이는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겠다.
#3.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를 설득하라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모의 면접을 진행하면서 “왜 당신을 선발해야 하는가”라고 물어보면, 문제에 대한 답은 하지 않고 올바른 기자상에 대해서 구구절절 떠들고 있는 지원자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기자 선발’ 말고 ‘네 선발’에 대한 이유를 대라고 하면 기껏 나오는 소리는 열정이나 끈기, 기자정신 등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기자정신이 없는 지원자가 어디 있나. ‘열정?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다. 끈기 역시 수습하면서 몇 번 욕 먹으면 생겨나는 것이다. 그건 기본 덕목이고, 당신 자신의 강점을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가장 쉬운 것은 외국어능력일 것이다. 외국어 능력은 2000년대 중반까지 조류를 좀 타다가,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점차 인기가 떨어졌다. 요즘 언론고시생 중 제2외국어 제대로 하는 학생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기껏해야 영미권에서 어학연수 좀 하고 온 정도겠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 시절 자신이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어필을 할 수라도 있어야 한다. 언론인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이 외부와의 소통을 위한 프로젝트나 미디어 제작 활동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그런 프로젝트가 없는 1~3학년들은 무언가 자신만의 활동을 해보라는 이야기다.
특히, 기자 지망생들은 자신만의 글쓰기 활동을 해볼 것을 권한다. 글쓰기의 주제에는 제한이 없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는 말이다. 요즘 온라인 중앙일보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위기의 가족들’ 같은 칼럼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혼 판결문과 트렌드에 대한 분석, 가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말랑말랑한 칼럼 형식으로 연재가 되고 있는데, 각종 정치ㆍ경제ㆍ사회 대형 기사보다 클릭이 많이 나오고 피드백도 쏟아진다. 물론 이정도 수준은 어렵겠지만, 언론 지망생들이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다양한 SNS를 통해 연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작게라도 반향이 있었다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다.
#4. 너 훈계하고 있는 것 아니니
때로는 자소서를 읽다보면 이것이 자신에 대한 소개인지, 뻔한 공자님 말씀을 써놓은 것인지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또한 자신의 포부를 쓰라고 하면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했던 기자의 사례를 잔뜩 설명해 놓거나, 위키리크스를 위시한 크라우드 소싱의 위대함에 대해서 설파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외 사례 좋은 것은 이미 국내 언론인들도 다 알고 있다. 만약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이 있었다면 당장 써먹었을 것이다. 실제로 경향신문의 경향리크스 같은 크라우드 소싱 사례도 있다. 그러니 훈계하지 말자. 그래 봤자 자신의 손해다.
다만 지원 회사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취재 모델이나 콘텐츠 수익 전략 등을 제시하는 것은 긍정적일 수도 있겠다. 요즘 많은 언론들이 뉴스 콘텐츠 유료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5. 말하고 싶은 것 VS 듣고 싶은 것
필자는 강의나 멘토링 현장에서 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에 7을 말하면, 면접관이 듣고 싶은 것도 3 정도는 할애를 하라고 말이다. 비판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A라는 점에서 잘못됐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B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점도 있으니 이를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고? 필자가 존경하는 임원급 언론인은 이를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훌륭한 선배도 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