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우리나라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가이드라인을 지금보다 세분화하자는 제안에 보험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공감을 표했다. 사고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어 사고 당사자간의 의견에 의존하는 현재 과실비율 산정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원장 한기정)은 27일 ‘자동차보험 과실상계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학계, 보험업계, 금융당국, 소비자단체 대표들과 함께 논의했다.
우선, 사고가 났을 때 보험회사 실무자가 현장에서 과실비율을 따지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고 영상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서 과실을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는 것. 특히 사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박종화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자동차사고 과실상계제도 논의는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본다”며 “블랙박스를 보고 사고과실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법원에서 사고유형을 세분화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면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정확하게 보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도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사고유형을 세분화한다면 과시비율을 따지기 쉽고, 명확하기 때문에 소비자 분쟁 소지가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다. 다만, 과실비율 개선과 함께 대물 50만원 이상이면 보험료가 할증되는 제도를 바꾸는 것은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차사고가 나면 보험료가 할증될까 우려해 당사자들이 본인의 과실을 축소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현재는 과실비율이 적더라도 대물 50만원 이상이면 할증이 되는데, 소비자 분쟁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는 할증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찬성의 의견이 나왔다. 보상 담당자가 과실비율을 산정하는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면, 불필요한 분쟁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박성원 변호사는 “(가이드라인 제시로)사고에 대한 결과가 예측 가능하고 투명해진다면 분쟁발생 확률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과실비율 산정기준 단순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일태 금융감독원 자동차보험 팀장은 “과실비율을 100대100, 70대 30 등으로 유형을 단순화하는 것이 가장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며 “도로교통법의 개정을 통해 과실비율과 세부 내용을 같이 넣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홍주 서울중앙지방법원 자동차손해배상 담당 판사는 “과실비율 산정기준이 몇 가지로 축소해 단순화하면 법원에서도 여러 분쟁을 줄일 수 있어 찬성하다”면서도 “다만, 법적으로 과실비율 산정을 규범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여서 다각도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정요소 세분화 작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보다 수정요소가 세분화될 경우 오히려 분쟁을 촉발시킬 것이란 의견이다. 박성원 변호사는 “현재 과실비율의 수정요소를 더욱 세분화하면, 비율을 따지는데 더욱 복잡해질 수 있어 법적인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보험사에 대한 당부 의견도 제기됐다. 문홍주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는 “자동차사고가 났을 때 보상처리는 당사자간의 합의가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면서 “법적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험사들이 제기하는 소송의 비율이 낮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날 세미나는 보험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등 유관기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