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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북스] 김다은 소설<덕중의 정원>, 훈민정음 언해본에 감춰진 모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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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09, 2023, 14:10:40

김다은/336쪽/무블출판사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한국의 영화, 드라마, 가요 등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한 '한류'는 이제 세계 각국에서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한류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알아 갈수록 이른바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보다 더 놀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글'입니다.

 

한글은 조선의 4대 왕인 세종대왕이 창제한 문자입니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덕에 문자 창제의 시기와 목적, 사용 방법을 기록으로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인류가 현재 쓰고 있는 여러 문자 가운데 한글만이 만들어진 시기와 창제 원리, 사용 방법이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만큼 한글이 한국의 문자를 넘어 '인류의 유산'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글 창제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아직도 의문이 많습니다. <훈민정음 혜례본>이 발견되었고 <훈민정음 언해본> 등이 전해지지만 한글 반포 시기에 세종과 신하들간의 한글 창제의 목적을 놓고 대립이 있었으며 반포 이후에도 어떤 과정을 통해 궁중에서 사용이 되고 백성들에게 배포가 되고 교육이 되었는 지 등등은 학계에서도 계속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런 한글 창제를 둘러싼 논쟁과 미스터리 자체도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의 콘텐츠로도 활용되며 ‘한류’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다은 작가의 <덕중의 정원>도 바로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1995년 국민일보 1억 고료 제3회 국민문학상에서 첫 소설 <당신을 닮을 나라>로 당선한 김다은 작가는 국내 문단에서 서간체 소설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작가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불문학을 전공한 김 작가는 프랑스 상류사회의 퇴폐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묘사했던 피에르 쇼데르로스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나 괴테를 일약 독일문학의 아이콘으로 부상시켰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처럼 서간체 작품이 주는 힘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연애편지> <훈민정음의 비밀>등의 작품으로 한국에서의 서간체 소설을 시험하고 시도하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김 작가의 소설 <덕중의 정원>은 한글 창제와 이후 조선 역사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김 작가는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결국 조카인 단종을 폐위하고 스스로 왕에 오른 세조와 그 주변 인물을 소설의 공간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그 계기는 세조 역시 한글 창제와 관련이 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세조는 재위 5년이던 1459년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을 합친 목판본 불교서적 <월인석보>를 간행합니다. <월인석보>는 한글 연구에 무척 중요한 간행물로 손꼽힙니다. <월인석보 초간본>의 제1권 맨 앞부분에 <훈민정음 언해>가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문으로 작성되었지만 <훈민정음 언해>는 <훈민정음 해례본>중 어제 서문과 예의 부문만을 한글로 풀어 작성한 문헌으로 한글 창제 및 중세 한국어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김 작가는 현재 내려오는 <훈민정음 언해본>이 세조가 왕이던 시절 발간한 <석보상절>에 있지만 실제로는 세종 시기에 간행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작가는 세종의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이 <훈민정음 언해본>과 관련이 되었고 <훈민정음 언해본>의 제작 과정에서 왕권을 이어받지 못하는 둘째 아들의 마음이 담겼을 것이라는 상상을 펼칩니다.

 

그 상상의 길잡이가 된 것이 바로 수양대군의 잠저(왕의 되기 전 사저)의 뒤뜰에 있는 정원을 가꾸던 여중 덕중입니다. 덕중은 결국 세조의 눈에 띄어 후궁(정3품 소용 박씨)으로 입궐합니다. 소용 박씨는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인물로 세조의 조카인 귀성군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가 목숨을 잃습니다.

 

김 작가는 애초 소용 박씨가 귀성군에게 보냈던 편지를 일종의 ‘연애편지’로 여기고 이를 소재로 <모반의 연애편지>라는 장편소설을 2010년 발표합니다. 김 작가는 당시 <모반의 연애편지>를 84통의 서찰로만 이어지는 형식을 통해 서간체 소설의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모반의 연애편지>는 문체부 우수교양도서로도 선정되었지만 책을 낸 출판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많은 독자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덕중의 정원>은 <모반의 연애편지>를 10여년 만에 개정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김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쓴다는 마음으로 <모반의 연애편지>를 바탕으로 글을 썼습니다, <덕중의 정원>에서는 귀성군이 소용 박씨에게 전한 한 통의 서찰이 10여 년 만에 다시 드러나면서 펼쳐지는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서간체 부분의 서술도 조절해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였습니다.

 

책을 낸 출판사에서는 <덕중의 정원>에 대해 "실제 역사 사건을 바탕으로 탄탄하게 짜인 구성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후 한글이 어떻게 우리의 글로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알리는데도 큰 의의를 갖는다"고 평했습니다. 

 

김 작가는 "흔히 같은 역사적 모티브를 여러 작가가 다르게 써내는 경우가 있지만, 한 작가가 같은 역사적 모티브를 전혀 다르게 썼으니 이 또한 실험소설이 아닌가 싶다"며 "시간과 함께 역사에 대한 필자의 의식 변화가 일어난 것이므로 단순히 죽은 책을 살린 개정판이 아니라, 역사와 문학을 이전과 다르게 인식한 작가적 성장 과정의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덕중의 정원>은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소설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성장과 변화를 비교해볼 수 있는 지점에서도 한국 문학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 남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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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 lucky@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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