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카페 운영자] 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인더뉴스>의 청춘 독자들께 촌철살인 언론사 취업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최근 멘토링하는 한 학생이 모 언론사의 실무전형에 진출했다. 복원한 글을 읽어보니 필기시험을 통과하기에는 약간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는데, 시험장에서는 더 잘 썼던 모양이다. 실제로 상당수 학생들은 시험장에서 고도의 집중력으로 평소보다 더 잘 쓰는 경우가 꽤 있다.
우여곡절 끝에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무방비로 그 다음 단계 전형인 실무평가를 응시했다가 그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언론고시 현장에서 보면 많은 지망생들은 필기시험에 맞춰 공부를 한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필기시험의 문턱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1000명 이상이 지원하는 서류 전형에서 몇 백명이 필기시험에 응시한다. 하지만 필기 합격자 수는 많아야 50~100명 정도. 이 때문에 수험생들은 오직 논술과 작문에만 매달린다.
필기시험은 말 그대로 ‘첫 걸음’이다. 필기를 합격하면 그 다음에는 진검승부가 있다. 다들 필기시험은 가볍게 합격하는, ‘합격 가시권’ 수험생들만 추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 작성 등 실무평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않고 있다가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나서야 준비를 하는 것이 예사다. 필자의 멘티 역시 비슷했다.
이번 편부터는 2~3회에 걸쳐 실무평가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기사작성시험 대비에 대해 다룬다. 이번에 다룰 주제는 그 중의 제일 기본인 피처기사 취재 및 작성 평가다. 대개 청계천, 이태원, 광화문 등 뻔하디 뻔한 위치를 주제로 내는 경우가 있다. 지난 10여년 간 출제됐지만, 앞으로도 나올 기본형 스타일의 문제다. 이 경우 참신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유형이 출제되면 많은 지원자들이 쓰는 방향은 ▶청계천 주변의 상인 고충 ▶인사동 외국인 관광객 불편 ▶서울역 노숙자들의 삶 ▶이태원 이슬람 사원 방문기 정도를 꼽아볼 수 있겠다. 내가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남들은 어떻게 쓸지를 따져봐야 하는 유형이다.
피처 기사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부분은 멘트에 대한 고민이다. 실제로 많은 수험생들은 전문가 의견을 써야 할 부분에 자신의 의견을 썼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많은 행인들이 택시의 승차거부로 인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택시기사들의 이기심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라는 식으로 글을 쓰는 학생들이 있다. 사실과 의견의 분리가 기사의 기본이라는 점을 모르는 듯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방향이 있더라도, 냉정하게 전문가들의 의견과 취재된 팩트를 위주로 써야 한다.
물론 초심자들에게는 코멘트를 받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대학 교수 등 유명한 전문가들이 학생들에게까지 코멘트를 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 이럴 때는 박사과정이나 시민운동가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평소 지인들 중 관련 분야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공신력을 적절히 판단해 취재할 수도 있다. 인턴기자나 학보사 경력이 있는 친구들이 그렇지 않은 지원자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피처 취재에 있어 영상 취재에 대한 평가가 동반되기도 한다. 자신의 휴대전화를 갖고 취재 영상을 찍어서 내라고 하는 경우(SBS, JTBC), 그래픽을 그려서 내라고 하는 경우,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보고하라고 하는 경우(한국경제 나는 기자다 전형) 등의 예를 들어볼 수 있다. 평소 텍스트로 기사 쓰는 것에만 신경 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기사를 볼 때는 기사를 구성하는 영상, 사진, 그래픽 등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때로는 피쳐 기사 주제가 난해하게 나오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오늘 1면 기사를 작성하라’ 같은 기사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평소 체크했던 조간신문의 헤드라인과 심층 분석을 중심으로 하나의 주제를 정해 취재 방향을 정하는 것이 올바르다. 또한 자신이 평소에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이슈가 나왔을 경우, 그것을 잘 조합해 과감히 취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 댓글 문제가 논란이라고 해서 모두가 댓글 관련 기획 보도물을 답안으로 낸다면 차별화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너무 기성 언론과 비슷하게 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흔히 학보사 등 경력이 있는 친구들이 그럴 때가 있다. 지나치게 특정 언론을 답습하는 느낌, 기성 기자들이 할 법한 ‘면피성’ 발제를 기획아이템으로 선정하는 경우는 오히려 시험에서 저득점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실 피처 기사 평가에서 어떤 주제를 쓸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요, 영원한 해답이 없다. 하지만 왕도 격인 습관 하나는 있다. 평소에 수첩을 하나 갖고 다니면서, 대학가나 주변 친구들, 언니 오빠들의 이야기 중 기획기사로 쓸 만한 거리가 있다면 적어두는 식이다. 관련 통계나 코멘트가 있다면 기억하거나 적어두는 것도 좋다. 시험 볼 때 그 사람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코멘트를 받아 기사에 반영할 수도 있고, 기억해둔 수치가 시험장에서 그래픽 거리로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성공적인 인터뷰 방법과 인터뷰 기사 작성 평가에서의 접근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