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 “속사정을 다 아는 저도 보험사에서 오는 전화는 안 받게 됩니다.”
보험사 홍보 담당자 박 모씨는 하루에도 수 차례씩 걸려오는 각종 금융상품 가입권유 전화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업무 상 회의 중에도 전화기를 켜놔야 하는 상황인데, 그럴 때마다 스팸전화 때문에 성가셨던 경험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최근 지인의 소개로 스팸전화 출처를 알려주는 앱(App)을 다운받았더니, 자동으로 필터링이 돼 실제 스팸 전화를 받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보험사의 비대면채널(TM: 텔레마케팅 등)에서 새로운 장애물로 휴대전화 스팸차단 앱(App)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콜 횟수 등을 제한했던 비대면채널 영업가이드라인을 폐지해 보험사가 전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스팸전화 차단 앱이 TM영업에 큰 골칫거리로 작용한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스팸전화 차단 앱은 스마트폰에서 내려받아 설치하면 끝. 발신자가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스팸 분류돼 수신거부 상태로 이어지거나 통화를 거부할 수 있다. 지난 2014년부터 활성화된 이 앱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중 4명 중 1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보험사에 비대면채널 영업가이드라인을 폐지함에 따라 보험사 자체 내부규정을 만들라고 통보했다. 지난 2014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건 이 후 전 금융사에서는 소비자보호를 목적으로 보험모집자 등이 준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왔다.
금감원이 제시한 비대면채널 영업가이드라인에는 고객정보 활용부터 고객에게 문자·이메일·전화를 할 때 지켜야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가령, 해당 회사에 개인 정보 마케팅활용에 동의를 한 고객에 한해서만 보험영업이 가능하고, 동일한 고객에 보험상품 가입권유 전화는 하루 1회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이 작년 보험산업 자율화 방안에 따라 최근 폐지되면서 보험사에서 자체적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보험영업과 관련 콜 횟수를 제한했던 부분을 고쳐 보험사 입장에선 좀 더 적극적인 영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가이드라인 폐지에도 떨떠름한 표정이다. 다름 아닌 스마트폰 스팸전화 차단 앱이 TM영업에 새로운 방해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금융상품 가입 권유, 대출, 기기변경 등 금융사와 통신사의 각종 스팸전화에 대한 수신거부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금융사의 잇단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비롯해 전화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휴대폰에 저장돼 있지 않은 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보험사에서 콜 응답률을 정확하게 집계하지는 않지만, 최근 1년사이 무응답률이 크게 늘었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화연결이 된 후 고객이 원치 않아 통화가 지속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연결이 잘 안된다는 호소가 많다“면서 “보이스피싱 때문에 금융사기 차단용으로 개발된 앱이 금융사 전화는 아예 안받는 형태로 점차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이른바 ‘손 안대고 코 푼격’이 됐다. 개인정보를 포함해 스팸차단이 강화된 탓에 비대면채널 영업가이드라인 폐지에 따른 TM영업 과열양상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의 영업가이드라인이 없어져도 회사 내규에 관련 내용이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공격적인 영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며 “특히 요즘엔 스마트폰 차단 앱이 다 깔려 있어 사전에 필터링을 해주기 때문에 나부터도 상황에 따라 전화를 안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각 통신사를 비롯해 IT업체에서 스팸차단 앱을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중 스팸차단 이용자는 무려 1000만명에 달한다. 이중 ‘후후‘(KT cs)가 다운로드 1위이며, ‘뭐야 이번호’(IT기업), ‘T스팸필터링’(SKT), ‘후스콜‘(네이버 연계사) 등이 인기 앱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보험사는 TM영업에 대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대다수의 TM채널에서 설계사가 고객에게 전화를 해야 할 경우 문자 메시지를 먼저 보낸 후 나중에 전화하는 등 2번에 걸쳐 연락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 보험사 TM영업 담당자는 “상품 가입권유를 비롯해 갱신 안내 등 여러가지 내용을 알릴 때도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후 통화를 하는 이른바 ‘TWO TRACK‘ 절차를 사용하고 있다”며 ‘’무턱대고 전화했다가 고객이 전화를 안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 공지는 필수단계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