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 가족 몰래 8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광화문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글판을 보고 저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많이 울었습니다.
제 말을 들어줄 이 하나 없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돼준 이 글귀는 너무도 큰 위안이었습니다. (나태주 ‘풀꽃’)
지난 25년 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광화문글판’은 무엇일까? 14일 교보생명은 지난달 4일부터 한달간 블로그를 통해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글판은?’이라는 주제로 온라인투표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 결과, 시민들은 가장 사랑한 광화문글판으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를 꼽았다. 이 문안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2012년 봄편)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음으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2011년 여름편)가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교보생명 측은 “두 편 모두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운 요즘 세태에서 사람이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고 있다”며 “진지한 만남과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긴 점이 많은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장석주 시인의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와 정호승 시인의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가 뒤를 이었다.
글판의 여운과 감동을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시민들이 가장 사랑한 광화문글판을 알아보기 위한 시도였던 것.
교보생명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광화문글판이 어느덧 스물 다섯 청년이 됐다”며 “이번 투표 결과 소통과 도전,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문안이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표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100여 명을 선정해 광화문글판 25주년 기념집, 교보문고 드림카드 등 다양한 상품을 나눠준다.
한편,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1991년 광화문 네거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광화문글판’은 25년째 이어오고 있다. 1년에 네 번,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시의성 있고 정감 어린 글귀로 시민들에게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사랑을, 또 위로를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