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전건욱 기자ㅣ“관피아 싹쓸이”
최근 금융권 협회장 인사를 두고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더 자주 듣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3년 전보다 더 많은 정관계 출신 인사들이 금융협회장이나 유관기관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13일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새 협회장으로 선출했습니다.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하고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서비스국장과 상임위원 등을 지낸 전형적인 금융관료입니다.
현재는 민간 출신 기업인으로 채워져 있는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도 정관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 전 이사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한국거래소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처럼 민간 기관장 자리 대부분이 전직 관료 등으로 채워지는 모습에서 어쩌면 관피아 논란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정권이나 정부 주요 부처와 맺어온 관계를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돈을 쥐고 있는 금융기관을 통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팽배했으며, 현직 관료가 뒷배가 돼 퇴직 공직자의 취업 자리를 알아보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관피아란 용어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같은 기형적인 관계는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은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고 합니다.
입김이나 외압에 의한 소위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관료 출신 인사로 채워지는 데 대해 “협회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라고 넌지시 말했습니다.
협회를 정의하는 공정거래법 제2조를 보면 2인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라 나옵니다. 현재 거론되는 협회장 후보군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로 뽑혔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특히 보험업계의 경우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은 금융권 내에서도 ‘비주류’ 취급을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관 출신들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데는 업계의 목소리가 정부에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녹아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종합하면 업계가 원하는 협회장의 모습이 지금 이 ‘관료의 전성시대’와 맞아 떨어졌다는 겁니다. 일부에선 과거 민간 출신 수장들이 기대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 실망감도 반영됐다고 평가합니다.
결국 인물의 출신보다는 그가 갖고 있는 업에 대한 이해도, 전문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놓고 보면 전직 관료 등이 금융유관장 자리를 나눠 갖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무조건 낙하산으로 규정하며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업계가 충분히 검증하고 고민한 끝에 앞으로 일 잘할 것 같은 사람을 뽑았고, 그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