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인더뉴스 부·울·경

Column 칼럼

[김정기의 일본의 눈7] ‘와다츠미’에 왜 ‘바다’라는 신라어가?

URL복사

Thursday, August 22, 2019, 23:08:31

김정기 교수가 쓴 일본이야기. 쓰시마의 명신대사에 얽힌 진실

 

우리는 쓰시마-이키 라는 작은 섬에 신사로서 명성이 높은 시키나이샤(式內社)가 유난히 많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말하면 <엔기시키>(延喜式) 신명장에는 쓰시마에 29사, 이키에 24사의 시키나이샤가 기록되어 있다. 이전 이야기에서 보듯이 전체 2861사의 시키나이샤가 모신 제신은 3132좌에 이른다.

 

이 신들은 ‘메이진’(名神, 또는 明神, 이후 ‘명신’)으로 불리며, 이 신들을 모신 신사는 ‘명신대사(名神大社)’가 된다. 명신이란 영험을 나타낸 신의 뜻으로 조야의 숭경을 받는 신을 말한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명신은 쓰시마를 통해 한반도에서 건너간 신[海神(와다츠미 신)]들의 웃어른 격이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쓰시마의 명신대사에 얽힌 줄거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명신대사는 신사의 품격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나?

 

일본은 신의 나라...팔백만 신과 함께 산다

 

일본은 신의 나라라고 할만하다. 열도 곳곳에 가지가지 신들이 묵고 있는 신의 나라이다. 이 신들은 열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신사는 물론이고, 산의 숲[모리(森])이나 바위 또는 나무에 깃들이기도, 사람들에 지피기도 한다.

 

이렇게 곳곳에 두루 묵고 있는 일본신의 편재현상을 무로마치(室町) 시대[1392~1573] 신도가인 요시다 카네토모(吉田兼俱(1435~1511)는 “삼라만상(森羅萬象) 모두가 신령(神靈)이니라”라고 일깨웠다.

 

일본의 옛 사서(史書)인 <고사기>(古事記, 712)에는 ‘야오요로즈노카미’이라는 표기가 나오는데 이는 팔백만 신(八百万神)의 훈독(訓讀)이다. 이들 ‘팔백만 신’을 <고사기>의 경우 ‘카미(神)’ 또는 ‘미코토(命)’으로 부르지만, 천황의 신성(神性)에 중점을 둔 <일본서기>(日本書紀, 720)의 신대권(神代券) 신화에서는 ‘미코토’를 구분하여 지고(至高)의 신을 尊(미코토)으로, 나머지를 命(미코토)으로 부른다.

 

‘팔백만 신’이라는 숫자를 훌쩍 뛰어 넘는 표현도 등장한다. <이즈모국풍토기>(出雲国風土記)에 의하면 ‘천신 천오백만, 지신[地祇] 천오백만’이라고 적고 있다. 이들 표현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신들이 저 땅에 있는지 어리둥절케 하지만, 이는 숫자가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나는 이 ‘팔백만 신’의 배경에는 한토 무교의 만신(萬神)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수많은 신과 소통하는 무녀를 ‘만신’이라 부르듯 이 만신사상이 일본에 건너가 ‘팔백만 신’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에 반해 이들 신의 고향인 한토에서는 외래 종교인 불교, 그리고 뒤에 유교의 종교적 내지 정치적 이데올로기아래 철저하게 배척당해 겨우 명맥만이 민간신앙의 형태로 남아 있게 된 형편이다.

 

이 ‘팔백만 신’에 대하여 메이지(明治)기에 일본에 온 영국의 영문학자이자 문필가인 라프카디오 헌(Rafcadio Hearn [일본명, 고이즈미야쿠모(小泉八雲)], 1850~1904)은 일본에서 처음 받은 강한 인상이 ‘팔백만 신’이라 면서 ‘별의 별 신’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마을의 신, 땅의 신, 지역의 신, 일월신(日月神), 각종 기능의 신, 상업 농업의 신, 군인, 지배자, 정치가의 신, 샘의 신, 부엌의 신, 냄비 솥의 신, 문짝의 신, 밥통의 신, 마당의 신, 허수아비의 신, 다리의 신, 나무의 신, 냇물의 신, 길의 신...별의별 신이 다 있는 것이다<신령의 일본>(靈の日本).

 

신의 계급, 신사의 품격...상위 칸페이사와 하위 코쿠페이사

 

독특한 것은 일본인의 경우 인간이 신의 계급[신위]을 정할 뿐만 아니라 신을 모시는 신사의 품격도 가른다. 예컨대 전국적으로 3만 2000여 채의 분사를 자랑하는 후시미이나리(伏見稲荷) 신사의 제신인 이나리신은 정일위(正一位)를 부여받고 있다. 카토리신궁(香取神宮)의 후쓰누시 신(経津主命)의 경우 정일위훈일등(正一位勳一等)으로 되어 있다.

 

후쓰누시 신은 천손강림 신화에서 타케미카즈치 신(武甕槌神)과 함께 천상에서 파견신으로 내려와 아시하라나카츠국(葦原の中つ国, 갈대 벌 한가운데의 나라, 즉 옛 일본의 별칭으로 볼 수 있다--글쓴이)을 평정해 오오나무치 신(大己貴命, 이즈모(出雲)대사의 제신인 오오쿠니누시 신(大国主神의 별칭--글쓴이)을 위협해 황손에 나라를 양보케 했다는 신이다. 그 결과 황손이 이 세상의 통치를 맡게 되고 오오쿠니누시는 저 세상[幽界]의 일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신사의 품격은 시키나이샤에 적용된다. 우선 칸페이(官幣)와 코쿠페이(国幣)로 나뉘고, 다시 대사(大社)와 소사(小社)로 나뉜다. 이들이 칸페이대사, 칸페이소사, 고쿠페이대사, 고쿠페이소사라는 네 품격의 신사이다.

 

여기서 말하는 칸페이란 도읍에 가까운 하후리(祝), 즉 신직(神職)들이 직접 신기관(神祈官)에 출두해 칸페이(官幣=관[조정]에서 주는 공물)를 받은 데서 유래한다.

 

그러나 도읍에서 먼 지방국[国]의 신사들은 지방관[国司]에게서 코쿠페이(国幣=지방관이 주는 공물)를 받았기 때문에 코쿠페이샤로 부르게 되었다. 그 결과 결국 신사의 품격으로 상위의 칸페이사와 하위의 코쿠페이사로 나뉘게 된 것이다.

 

쓰시마에는 와다츠미 신이 섬 곳곳에 들어서 있네

 

그런데 쓰시마에는 ‘와다츠미’ 신이 섬 곳곳에 들어서 있다[진좌(鎭座]. <엔기시키> 신명장에는 상현 2좌[1좌는 와다츠미미코 신(和多都美御子神)], 하현에 2좌의 와다츠미신사가 보인다. ‘와다츠미’란 신명은 <고사기> <일본서기>[이하 <기기>] 신화에 海神라고 쓰고 ‘와다츠미’라고 읽으라고 이른다.

 

쓰시마 신들에 신위를 내린 것은 일본 최초의 사료인 <속일본후기> 죠와(承和) 4년[837] 2월 5일 조에 보이는데, 쓰시마 상현 와다쓰미 신(和多都美神), 코로쿠미코 신(胡籙御子神), 하현 다카미타마 신(高御魂神), 스미요시 신(住吉神), 와다츠미 신, 다쿠츠 신(多久都神), 후토노리토 신(太祝詞神), 모두에 종오위하(從五位下)를 내린다고 되어 있다. 뒤이어 840년 11월 조에 쓰시마 와다츠미미코 신, 와라와 신(波良波神), 쓰쓰치 신(都々智神), 킨야마 신(銀山神)에 관사(官社)를 내린다고 되어 있다. 쓰시마에 모두 11사가 헤이안(平安)초기에 관사로 들어선 것이다.

 

그 뒤 이들 신의 신위가 진급됨에 따라 새로운 관사로 지정되어 <엔기시키> 신명장에는 상현군 와다츠미신사 이하 16좌, 하현군에 타카미타마신사 이하 13좌가 관사로 되었으며 그 중 상현의 와다츠미, 스미요시, 후토노리토 6개사가 명신대사가 되어 지방국에서 공물을 받았다.

 

 

다시 반복하지만 쓰시마에 ‘와다츠미’라고 이름 지은 신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인가?

 

와다츠미는 和多都美를 음독(音讀)한 이름인데, 이는 아테지(当て字)이기에 뜻을 얼른 읽기 어려운 이름이다. 그러나 海神을 훈독하면 <기기>가 이르듯 와다츠미로 읽는다. 예컨대 키사카(木坂)의 海神神社의 海神은 와다츠미로 훈독한다.

 

그런데 和多都美도 자세히 살펴보면 뜻이 숨어 있다. 뒤에서부터 보면 ‘미’는 혼령[靈]이라는 뜻이며, ‘쓰’는 소유격 조사 ‘의’이다. 문제는 ‘와다’인데 이는 ‘바다’가 전와된 것이라는 유력한 설에 주목하면 ‘와다츠미’는 ‘바다의 신’ 즉, 해신(海神)이 된다. 쓰시마 재지 사학자인 나가토메 히사에 씨는 ‘와타(ワタ)’ ‘와다(ワ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와타(ワタ)’ ‘와다(ワダ)’는 해(海)를 나타내는 고어로 “조선어 Pata(海)와 같은 원천[同源)이라고 일컬어지듯이 이리에(入江, 바다가 육지 안으로 들어 온 곳--글쓴이)를 와다 라고 부르고 海原을 와타노하라(ワダノハラ=넓은 바다)라고 칭하고 있다. 그래서 ‘츠(ツ)’는 조사이며, ‘미(ミ)’는 뱀[蛇]의 고어인 ‘헤미(へミ)’가 ‘미(ミ)’로 전와하여...(永留久惠, 2009, 335).

 

나가토메 씨는 이렇게 ‘와다’를 한껏 잘 풀이해 놓고도, 왜 와다츠미 신에 조선어 ‘와다’ 즉, ‘바다’가 붙게 되었는지, 당연히 이는 의문에는 외면하고 있다. 물론 와다츠미 신은 쓰시마에 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엔기시키> 신명장에는 ‘海神社’라고 쓰고 ‘와타츠미’라고 읽는다는 신사가 세츠(摂津[현 오사카]), 하리마(播磨), 타지마(但馬), 오키(隠岐), 치쿠젠(筑前), 이키(壱岐)에 있다고(위 책, 같은 면).

 

그런데 ‘와다츠미’ 신사가 있는 곳을 세츠에서 이키까지 역순으로 읽으면 바로 와다츠미 신들이 바다를 건너가는 모습이 재현된다. 그들이 현해탄을 건너 쓰시마·이키를 거쳐 다시 북 규슈[치쿠젠]를 거쳐 일본열도로 전래하는 코스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신들이 홀로 갔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도래인 들이 숭경한 와다츠미 신들이 열도로 다가가는 모습도 보인다. 오아리(尾張, 현재 아이치(愛知 현 서부)에도 와다신사(綿神社)가 있다. 하지만 와다츠미(和多都美)라고 쓴 신사는 쓰시마의 네 사[四社]와 아와(阿波, 현 도쿠시마(德島)의 와다츠미토요타마히메신사(和多都美豊玉姬神社) 뿐이다(永留久惠, 위 책, 같은 면).

 

이렇게 생각하면 와다츠미 신은 바다를 건넌 한신(韓神)에 다름 아닌 것으로 된다. 게다가 1686년 편찬된 <다이슈신사지>(対州神社誌)에는 와타츠미 신을 아애 ‘渡海宮(와타츠미노미야)’로 표기하고 있다. 즉 ‘바다를 건넌 신’을 우러르는 말이다. 한일고대사에 밝은 교토대학의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교수는 <귀화인>이라는 저서에서 신라에서 도래한 하타인(秦人)을 추적하면서 ‘바다’와 연결시키고 있다.

 

<신찬성씨록>(新撰姓氏錄) 등 고서에서 ‘하타’를 ‘波蛇’로 음차(音借)하는 예도 있는 만큼 그 말의 유래는 신라어 하타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조선의 옛 지명의 하단(波旦)에서 구하는 설도 있지만 신라어의 하타는 ‘바다’를 의미하므로 조선반도에서 온 바닷사람[海人=외래인]을 의미하고 있었던 것이 그 후 씨족명(氏族名)으로서 특정 씨족을 가리키게 되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김달수, 1993, 68 재인용).

 

그런데도 쓰시마 재지 사학자 나가토메 씨는 쓰시마의 와다츠미 신을 엉뚱한 곳으로 부회한다. 그는 “쓰시마의 와다츠미신사(和多都美神社)는 황통의 조상신에 나란히 오른 히코호호데미노미고토(彦火々出尊), 우가야후키아에즈노미고토(鵜茅葺不合尊), 오오와다츠미 신(大海神)의 딸 토요타마히메(豊玉姬)를 제신으로서 <고사기> <일본서기> 신대사에 전해지는 이야기와 같은 뿌리[同根]의 유서를 싣고 있다”(永留久惠, 위 책, 같은 면)고. 황통의 조상신과 ‘같은 뿌리’라는 와다츠미 신이 ‘바다를 건넌 한신’과는 다른, 황손이라는 뜻이다.

 

우미사치히코-야마사치히코 두 형제 전설

 

그는 또한 쓰시마의 와다츠미 신을 우미사치(幸)히코(海彦)·야마사치(幸)히코(山彦) 전설에 나오는 ‘해신(海神[와다츠미 신])’에 갖다 붙이고 있다.

 

우미사치히코(海幸彦)와 야마사치히코(山幸彦) 이야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 두 형제가 천손강림의 황손인 니니기노 미고토(瓊瓊杵尊)의 아들로 전설적인 초대 천황 진무(神武)가 조부라는 것이다. 또한 두 형제는 니니기노미고토와 코노하나노사쿠야히메노미고토(木花之開耶姬命) 사이에 낳은 아들이다.

 

우미사치·야마사치 두 형제의 이야기[渋谷申博, “山幸彦と豊玉姬、塩士老翁,” 2007에 의함]는 이렇게 전개된다. 어느 날 두 형제 신은 그들이 부리는 사냥도구를 교환한다. 낚시 바늘과 화살을 서로 교환하지만 동생 야마사치는 낚시가 영 신통치 않을 뿐만 아니라 낚시 바늘마저 잃고 만다. 하는 수 없이 칼을 쪼개 바늘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나 형 우미사치는 본래 것을 달라고 고집한다.

 

해변에서 낙담하고 있던 차 시오쓰치노오지(塩士老翁)라는 신이 나타나 용궁[海神宮]으로 가보라고 가르쳐 준다. 그는 용궁에 가 환대를 받고 용왕[해신(와다츠미)]의 딸 토요타마노히메(豊玉姬)와 결혼한다. 그리고는 육지로 돌아 와 용왕이 가르쳐준대로 보옥(宝玉)의 힘으로 형의 항복을 받아 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쓰시마의 와다츠미 신은 현해탄을 건넌 해신(海神[와타츠미 신])이기에 우미사치·야마사치 이야기에 등장하는 같은 이름의 와다츠미 신(海神)과는 서로 연이 닿지 않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후자 와다츠미가 천황가의 황손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가토메 씨는 후자에 전자를 부회한다. 그야말로 견강부회에 다름없다.

 

나가토메 씨는 앞 이야기에서 일본의 ‘국민작가’ 시바료타로가 “우익 사상화한 메이지 후의 국가신도의 해독에서 벗어나고도 남을 만한 인물”이라고 추어 올린 쓰시마 출신 사학자이자 키사카의 와다츠미신사(海神神社)의 사가(社家, 세습신관가--글쓴이) 출신이다. 글쓴이도 쓰시마 적석탑의 원형을 찾아 멀리 한국의 경상북도 의성까지 섭렵하는 그의 모습에 “학문적 열정이 묻어 난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쓰시마의 ‘바다를 건넌 한신[와다츠미 신]’을 천황가의 황손 ‘와다츠미 신’에 억지로 갖다 붙이고 말았다. 와다츠미 신사의 사가 출신 후예로서 그는 가문의 긍지를 천황가의 권위에 슬쩍 얹힌 것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와다츠미’에 왜 ‘바다[와다]’라는 신라어가 붙었는지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글쓴이가 문제의 ‘바다’에 대해 당연히 이는 의문을 그가 외면했다고 보는 까닭이다.

 

참고문헌

 

渋谷申博, <日本の神社>, 日本文芸社, 2007

 

永留久惠, <対馬国誌: ヤマトとカラの挟間で活きた対馬> 제1권 원시 고대 편, 2009

 

김달수, <일본열도에 흐르는 한국혼>, 동아일보사, 1993

 

글쓴이=김정기 한국외대 명예교수

 

◇ 김정기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석사, 미국 컬럼비아대학 정치학과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정치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언론학회 회장, 방송위원회 위원장,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다.

 

저서로 『국회프락치사건의 재발견』(I·II), 『전후 일본정치와 매스미디어』, 『전환기의 방송정책』, 『미의 나라 조선:야나기, 아사카와 형제, 헨더슨의 도자 이야기』 『일본천황, 그는 누구인가』 등이 있다.

 

English(中文·日本語) news is the result of applying Google Translate. <iN THE NEWS> is not responsible for the content of English(中文·日本語) news.

배너

박명기 기자 pnet21@inthenews.co.kr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