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최근 금융감독원이 영화나 드라마 등에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돈’과 3월말부터 MBC에서 방영 중인 수목드라마 ‘더 뱅커’ 등이다.
영화 ‘돈’에서는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는 금감원 직원이 주역으로 등장해 금감원의 이미지 제고에 일조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반면 ‘더 뱅커’에 나오는 금감원은 마치 ‘악의 축’으로 묘사되면서 금감원 내부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금감원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각각 1편씩 등장했다.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주연의 영화 ‘돈’과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주연의 MBC 수목드라마 ‘더 뱅커’ 등이다. 두 작품은 공교롭게 모두 3월에 처음 공개됐다.
우선 영화 ‘돈’은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주요 내용으로 다룬다. 조우진이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소속 ‘한지철 수석검사역’ 역할을 맡아 범죄 배후인 ‘조일현(류준열)’과 ‘번호표(유지태)’를 쫓는다. ‘돈’은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약 3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약 25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 전날 열린 시사회에는 이례적으로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내 자본시장 담당 5인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또 금감원은 자체 SNS방송(소셜라이브 ‘NOW’)에서 영화 속 실제 주인공을 인터뷰하는 등 금감원 이미지 제고에 열을 올렸다.
영화 ‘돈’에서 나오는 긍정적 이미지와 달리 드라마 ‘더 뱅커’에서 묘사되는 금감원은 타락한 감독기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금감원장이 ‘4인회’라고 불리는 배후세력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주인공 '노대호(김상중)'가 감사로 일하는 ‘대한은행’에 표적검사까지 직접 지시한다.
‘더 뱅커’는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서도 화제거리다. 한 금감원 팀장은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금감원의 이미지가 너무 부정적이어서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며 “금감원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드라마의 배경인 은행권 관계자들은 대부분 드라마 속 금감원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금융권 종사자로서 감독기관인 금감원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드라마에서 금감원 직원들이 검사를 빌미로 은행에 들어와 은행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걸 보고 남일 같지 않았다”며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어느 정도 현실 반영이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