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간 임금과 단체협상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회사의 앞날에도 짙은 안개가 깔렸다.
앞서 도미닉 시뇨라 대표는 임금단체협의 타결 데드라인을 다음달 8일로 못 박았지만 노조는 본교섭을 거부하고 이틀 간 부분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27일 르노삼성차 관계자에 따르면 시뇨라 대표는 전날 노조 집행부와 만나 28일 17차 임단협 본교섭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본교섭 테이블에 앉는 대신 이날부터 28일까지 이틀 간 주·야간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앞서 부산공장에서 노조와 면담한 시뇨라 대표는 신차 배정과 수출물량 확보 등을 위해 임단협 협상을 다음달 8일까지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도 지난 22일 부산공장을 찾아 2주 이내에 임단협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르노삼성차는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끝내지 못 했다.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임금 동결 및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는 사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임단협 장기화의 여파로 신차 배정 등 향후 경영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르노 본사는 부산공장이 다른 글로벌 공장들과 비교했을 때 생산비용이 크게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비용절감으로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향후 신차 배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현재 부산공장의 시간 당 생산비용은 이미 르노그룹 내 공장 중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부산공장처럼 수출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장들은 수출 물량 확보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발언은 노조가 임금동결에 동의하지 않으면 수출 물량 및 신차 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올해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신차 출시가 예정되지 않은 회사는 르노삼성차 밖에 없다.
르노 마스터의 승합차 모델 출시를 저울질 하고 있긴 하지만, 이미 지난해 마스터 화물밴이 국내에 들어왔기 때문에 순수한 신차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마스터는 많은 판매량을 기대할 만한 차종도 아니어서 르노의 카자르, 메간 등을 들여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왔다.
특히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오는 9월 계약기간 종료 후 중단될 예정이어서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가 생산한 총 22만 7577대 가운데 로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7.1%(10만 7245대)에 달한다.
올해 예정된 신차 계획도 없기 때문에 로그 이후 추가되는 수출물량이 없다면 부산공장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생산할 물량이 없어 문을 닫았던 악몽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업계 꼴찌인 르노삼성차는 올해 경영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없으면 한국지엠보다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어려움이 깊어지면 구조조정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노조는 파업을 풀고 사측과 함께 미래를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