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옥찬 심리상담사ㅣ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연출: 박신우, 남건/극본: 이강/출연: 박보영, 박진영, 류경수, 원미경, 임철수, 김선영, 장영남, 차미경 등)은 쌍둥이 자매인 미래(박보영 분)와 미지(박보영 분)가 서로의 삶을 바꾸어 살면서 진짜 사랑과 성장을 이루어가는 이야기다. 미래와 미지는 일란성쌍둥이로 엄마인 옥희(장영남 분)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지만 성격과 태도는 눈에 띄게 다르다. 미래와 미지는 쌍둥이기 때문에 더욱 서로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이 칼럼을 읽는 순간에도 당신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통해서 드넓은 세상에 사는 무수한 타인을 마주하고 산다. 특히, SNS를 켜는 순간, 타인의 외모, 일상, 경제적 성공 등 끝없는 비교의 잣대가 드리워진다. 그러면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타인과 나를 비교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나는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지’라고 되뇌게 된다. 비교의 늪에 빠져서 무기력하게 우울해진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의 미래와 미지(박보영 분)가 쌍둥이기 때문에 서로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쌍둥이가 아니어도 비교는 인간의 본능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하기 위해서 타인과 비교하는 것을 사회비교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으로 설명했다. 우리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가늠한다. 그러면서 자존감을 조절하는 것이다. 가령, ‘그래도 쟤보다는 괜찮아’라고 생각하면서 잠시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래(박보영 분)는 어릴 때부터 자주 아팠지만 공부를 매우 잘했다. 반면에 미지(박보영 분)는 미래에 비해서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지는 잘하는 것이 별로 없는 아이였다. 그러다가 미지가 육상 선수로 우승을 하면서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다. 미지는 ‘미래의 옆에 덤으로 묶인 신세에서 벗어나 난생처음 유미지로만 존재하는 그 짜릿함’이라고 말한다. 미지가 육상에서 성과를 내면서 존재를 인정받은 것이다.
뚜렷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사는 미지(박보영 분)가 육상 선수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던 시기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내 반짝임에 모두가 먼저 다가와 주던 시절 그런 반짝임이 다 사라지고 남은 건 다 타버린 폭죽처럼 아무 쓸모도 볼품도 없는" 실패한 삶을 사는 현재의 자신을 직면한다. 그리고 "그냥 나 이딴 나로 뭘 어떻게 해?"라고 자신의 미래를 희망하지 않는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박보영 분)는 달리기를 못 하게 되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3년 동안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방에서만 은둔하던 미지가 "오늘 할머니도 못 보러 갈 바에는 그냥 살지 말아야겠다"라고 결심하며 방 밖으로 나온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할머니가 미지를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이 미지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인 존재 자체로 미지를 사랑한 할머니와의 관계 경험이 심리적 힘으로 작용한 것이다.
미지도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한다. 미지가 열기 어려운 은둔했던 방문 앞에서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를 반복하며 힘을 낸다. 그리고 병원까지 30분이면 걸어갈 그 거리를 꼬박 네 시간을 걸려서 간다. 미지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미지의 발걸음처럼 삶의 변화는 빠르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결국 미지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육상 선수일 때 이뤘던 성취의 짜릿함은 없지만 말이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는 어릴 때부터 언니인 미래와 끊임없이 비교당한다.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안타깝게도 엄마다. 미래가 영재 시험을 보는 날, 미지가 철봉에 매달려 미래를 기다리는 엄마를 부른다. 나 좀 바라봐 달라고. “엄마 나 두 손 놓을 수 있다. 엄마, 나 두 손 놓는다?” 그러나 엄마는 미래가 시험 보는 곳만 쳐다본다. 미지가 결국 철봉에서 떨어져 울지만, “유미지! 좀, 가만 좀 있으라고 했지? 언니 힘들어, 빨리 가자”라고 한다. 미지는 엄마가 미래 가방을 메고 미래와 다정하게 가는 것을 울면서 바라본다. 있는 그대로인 존재인 미지가 사랑받지 못한 것이다.
미지가 어릴 때는 엄마가 미지와 미래를 비교했는데, 성인이 된 후에는 미지가 자기 자신을 타인과 비교한다. 끊임없이 미래와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영향이다. 다행히도 미지에게는 미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준 대상이 있었다. 아빠와 할머니다. 미지는 아빠를 기억하면서 "아빠는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누구인지, 좋아하는 사탕 색까지 다 꿰뚫고 있었다"라고 한다. 그리고 할머니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라고 말한다. 미지는 있는 그대로 존재함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아빠와 할머니를 통해서 경험했다. 참 다행이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의 미지 아빠는 임신 초음파를 보면서 아이들 이름을 지었다. 엄마 뱃속에 존재하는 별처럼 반짝이는 두 개의 점을 보고 말이다. 우리는 생명이 잉태되어 존재함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잘하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미래가 전교 1등 하는 것처럼, 미지가 육상 선수로 1등 하는 것처럼 해야 인정받고 사랑받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자신의 존재감마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비교당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아 본 경험이 찰나라도 있을 것이다. 그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깊이 경험하는 것만이 끊임없이 비교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다. 미지에게 아빠와 할머니가 마음속에 든든하게 있듯이, 우리 마음 안에도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심리적 대상이 필요하다. 이단, 사이비만 아니라면 신앙을 통해 심리적 대상을 찾는 것도 긍정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좋은 방법이다.
삶이 힘들고 미래가 미지(未知)인 수많은 미지들에게, 미지 할머니의 진심 어린 격려로 응원한다.
"우리 미지 이름처럼 아직 모르는 거야.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지만 오늘은 아직 모르는 거야. 미지야 어, 그러니까 우리 오, 오늘은 살자 나도 어떻게든 살아볼 테니까 미지도 살자."
■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그 사람 참 못 됐다"라는 평가와 비난보다는 "그 사람 참 안 됐다"라는 이해와 공감을 직업으로 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내 마음이 취약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잘 받다보니 힐링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주 드라마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찾아서 소비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