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와인에 사회적인 가치를 부여할 경우 좀 더 높은 가격으로 소비하는 게 가능하지만 일상에서 즐길 때까지 그렇게 할 필요성은 없다. 그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신세계L&B의 G7은 가성비 부분에 있어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테이스팅 평가 결과 G7이 최하위에 자리했을 때도 김진수 신세계L&B 상품전략팀장은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느낌마저 풍겼습니다. 신세계L&B는 G7의 장점으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 가성비'를 꼽았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여전한 한국 와인 시장에서 G7이 입문자를 위한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신세계L&B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와인복합공간 도운스페이스에서 미디어 대상 '칠레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행사는 신세계L&B가 선정한 칠레 대표 와인 10종을 현장에서 시음하고 직접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시각, 후각(강도·품질·향), 바디감, 맛(첫맛·중간맛·끝맛·균형), 피니쉬 등 10가지 평가 항목에 맞춰 화이트 와인 5종과 레드 와인 5종을 시음했습니다. 각 항목은 20점 만점으로 평가했습니다.
테이스팅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화이트 와인은 나라셀라의 '몬테스알파 샤도네이'로 총점 579.5점을 획득하며 1위에 올랐습니다. 이어 에라주리즈 MAX 샤도네이(아영 FBC)가 2위를 기록했고 뷰마넨 샤도네이(하이트진로), 1865 샤도네이(금양)가 뒤를 이었습니다. 신세계L&B의 G7 샤도네이는 총 456점을 얻어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레드 와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이트진로의 '뷰마넨 까베르네 소비뇽'이 550점으로 1위를 기록했고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소비뇽(나라셀라), 에라주리즈 MAX 까베르네 소비뇽(아영 FBC), 1865 까베르네 소비뇽(금양)가 2~4위를 차지했습니다. 최하위는 481점을 올린 신세계L&B의 레드 와인 G7 까베르네 소비뇽이었습니다.
평가자들이 전문가가 아니고 참여 인원도 적었지만 꼴찌라는 타이틀은 국내 1위 와인 수입·유통사인 신세계L&B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신세계L&B는 가격과 품질 간의 관계를 와인의 특성과 연결지어 설명했습니다.

김 팀장은 "와인은 재밌게도 가격과 품질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저가와 고가의 명확한 차이가 있는데 저가에서는 조그마한 차이에서도 품질이 드라마틱하게 차이 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와인에 1만원을 추가했을 때 품질 차이는 꽤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세계L&B는 순위 자체보다 제품별 가격 대비 점수 차이가 적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신세계L&B 화이트·레드 와인인 G7 샤도네이와 까베르네 소비뇽 가격은 7900원으로 2~3만원대인 경쟁사 제품보다 1만8000원에서 최대 2만8000원가량 저렴합니다. 1위와의 점수 차이는 레드 와인(69점)이 화이트 와인(123.5점)보다 적었습니다.
김 팀장은 "사실 신세계L&B 입장에서 이런 행사는 사실 엄청난 도전을 한 것"이라며 "G7의 명확한 포지션을 좀 더 고취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다. G7의 가치는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가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격만 봤을 때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성비 와인이라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칠레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이자 수출국 순위로는 세계 4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국가인 이 나라는 여름에는 일조량이 충분하고 건조하며 연중 강우량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지중해성 기후가 특징입니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찬 해륙풍과 안데스 산맥을 거치며 차가워진 바람이 포도재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합니다.
신세계L&B가 수입하는 G7은 칠레의 비냐 델 페드레갈 가문, 유명 와인메이커 '파스칼 마티'와 협업해 15년째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2009년 신세계L&B 설립과 동시에 론칭했습니다. 현재 까쇼, 샤도, 메를로, 소비뇽블랑 4종의 버라이어탈 급과 레세르바 3종을 운영 중입니다.
G7은 2009년 출시 후 3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병을 넘어섰고 5년 만에 200만병을 돌파했습니다. 2014년에는 이마트에서만 와인 100만병이 팔려 최단기간 최다 판매율을 기록한 밀리언셀러 와인브랜드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5년 판매 수치를 보면 연간 약 200만병씩 꾸준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사실 '사람들이 좋은 와인을 마셔야지'하며 저 가격대(7000원~3만원대) 와인에 접근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와인 시장에 진입하는 데 이어 G7이 누구보다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떠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와인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주류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홈술·혼술 문화가 자연스러워졌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맥(소주+맥주) 이외 다양한 주종을 맛보려는 수요가 늘면서 와인 인기가 부상했습니다. 마트, 편의점이 구색을 확대하며 접근성을 높인 것도 열풍에 한몫했습니다.
그러나 엔데믹을 맞아 야외 활동이 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습니다. 국내 와인 수입액은 2022년 5억8128만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5억602만달러로 13% 감소했습니다. 시장 축소에 신세계L&B도 지난해 매출 1806억원, 영업이익 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 94% 급감했습니다. 회사는 코로나 이후 쪼그라든 시장을 "오히려 기회"로 여겼습니다.
김 팀장은 "사실 와인 소비가 올라갔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 와인 소비 국가 순위에 끼지도 못한다. 소득 대비로 반영했을 때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그런 면에서 G7은 3만원대 언저리 와인에서 소비자들이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고물가에 최근 1만원 미만의 '가성비 와인'이 뜨고 있는 점은 신세계L&B에 분명한 기회입니다. 그럼에도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신세계L&B는 지난달 제주소주를 오비맥주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에서 과거 신세계L&B에서 영업팀장을 역임했던 마기환 나라셀라 영업마케팅 총괄을 새 수장을 임명하며 수익성 회복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신세계L&B 관계자 "테이스팅을 통해 알 수 있듯 그랑 리제르바·리제르바 급 타사 와인과 비교했을 때 G7이 준수한 품질을 보여줬고, 가격을 고려하면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와인임을 알 수 있다"며 "향후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마케팅 및 브랜드를 환기시킬 수 있는 상품성 보강 등 다양한 측면에서 G7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