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코스닥 상장사 디엔에이링크가 공언했던 대규모 자금 조달이 또다시 지연됐다. 자금 납입이 6개월 이상 미뤄지며 회사는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위기에 놓였다. 게다가 돈을 넣겠다고 밝힌 주체들이 사실상 유령법인으로 확인돼 향후 자금 납입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납골당에서 이뤄진 사채 투자?
9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디엔에이링크는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납입일이 일주일 뒤인 오는 14일로 변경됐다. 이로써 자금 납입은 총 4차례 연기됐고 최초 시점보다 6개월 이상 늦춰지게 됐다.
당초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9월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9회차 CB 발행을 예고했다. 발행 대상자는 제이제이무역, 남강디벨롭, 푸른공간으로 최초 납입일은 지난해 12월 8일이었다. 하지만 일정은 연거푸 지연됐고 이 과정에서 납입 주체도 스테이블로드, 덕천, 코빛파트너스라는 법인들로 변경됐다.

명목상 주체는 변경됐지만 일부는 사실상 한 몸인 것으로 드러났다. 30억원을 납입하겠다고 밝힌 덕천의 최대주주는 푸른공간이고, 푸른공간의 최대주주는 남강디벨롭이다. 덕천은 자본금 5000만원에 지난 2021년 설립된 법인으로 정태영 씨가 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기도 파주시로 등록된 덕천의 주소지에는 추모공원만이 존재했고, 영업활동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추모공원 관계자는 "이곳에 덕천이란 곳의 사무실과 상주 인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덕천 최대주주인 푸른공간이란 법인 역시 주소지(서울 강남구 소재)를 직접 방문한 결과, 해당 사무실은 다른 업체가 사용 중이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푸른공간 대표와 잘 아는 사이라서 사무실을 이용 중"이라며 "푸른공간 대표는 이곳으로 출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른공간의 사무실은 서울 서초구 소재 남강디벨롭 등록 주소지에 존재했다. 푸른공간 관계자는 "대표가 사무실로 출근하기도 하지만 보통 현장으로 출장을 가는 편"이라며 "남강디벨롭은 처음 들어본다"고 언급했다.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푸른공간 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대우 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다시 전화를 주겠다는 답변 이후 더 이상 입장 표명은 없었다.
"꼭꼭 숨어라"..행방 묘연한 투자주체
덕천 이외의 투자 주체들도 행방이 묘연하다. 100억원을 납입하겠다고 밝힌 스테이블로드는 경기도 성남 소재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리고 있을 뿐 영업활동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테이블로드는 자본금 500만원에 지난 2017년 설립됐고, 유명 프로골퍼인 안신애 선수가 지난해 말부터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성전력이었던 사명도 지난해 스테이블로드로 바꿨다. 이 법인은 지난 2022년 기준 자본잠식 상태로 매출액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000만원, 4100만원을 기록했다.

20억원을 납입하겠다고 밝힌 코빛파트너스도 유사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 소재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리고 있을 뿐 실질적인 사업활동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법인은 자본금 500만원에 지난 2020년 설립됐고 지난 2022년 기준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000만원, 200만원을 기록했다.
CB 납입이 지연되면서 디엔에이링크는 불성실공시 법인에 지정될 위기에 놓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법인이 예고했던 자금 납입이 6개월 동안 이뤄지지 않으면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불성실공시 법인 검토에 나선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법인이 8점 이상의 벌점을 부과 받으면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1년 이내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투자자 확보 여부에 대한 질문에 디엔에이링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공시로 확인해달라"고 말을 아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우려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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