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혁의 봄&톡] 코너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봄은 ‘보다, 보험(줄임말)'을, 톡은 ‘톡 건드리다, 이야기하다(Talk)'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풀어 보자면 ‘눈으로 보는 세상과 보험을, 톡 건드려보면서 이야기한다.'는 의미쯤 되겠습니다.
새내기 기자의 신선함을 살릴 수 있도록 형식과 내용 면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줄 계획입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매달 500원만 내면 사고를 당했을 때 최대 1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보험이 있다는 걸 소개받았을 때 가입을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그 사고라는 것이 미래에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면 어떨까요? 단돈 500원이라도 흔쾌히 낼 사람이 있을까요? 얼마 전 온 나라의 이슈가 됐던 ‘경주 지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지진은 ‘남의 일’일 뿐이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이 수차례 큰 지진으로 피해를 입는 걸 여러 번 봐왔어도 저게 ‘나의 일’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죠. 어느 누구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월 400~500원(아파트 기준). 지진 특약 보험료입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누가 “이렇게 해!”라고 해서 정해진 것은 아닌 걸로 압니다. 상품개발 담당을 하는 사람들이 위험률이나 각종 수치와 이윤 등을 고려해 뽑아낸 최적의 가격이었겠지요. 어쨌든 이전까지는 ‘지진 위험에 대한 지불 비용 = 500원’이었습니다.
지난달 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여진은 이달까지도 계속해서 발생 중입니다)은 사람들의 생각을 180도로 바꿨습니다. 지진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느껴지자 사람들이 심각하게 걱정하게 된 거죠. 500원을 쓰는 것도 아까워했던 사람들이 지진 보험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보험사들은 ‘갑작스럽게’ 보험 판매를 중단했다가 이내 판매를 재개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야 보험료나 가입조건 등을 재조정할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언론의 뭇매와 이에 따른 여론 악화로 너무 급하게 판매를 다시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했을 겁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위험에 둔감하다는 점입니다. 리스크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을 투자가 아니라 낭비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보험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대개들 이와 비슷할 겁니다.
다소 결이 다를 수 있지만,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삼성이 최근 갤럭시노트7 리콜 때문에 조 단위의 피해를 봤다는데, 사고가 터지기 불과 며칠 전에 들어놨던 리콜보험을 해지했다고 합니다. 내부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그런 판단을 내렸을 거라고 봅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적잖이 아쉬워 보였습니다.
미래는 흥미진진하지만 두렵기도 합니다.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좋은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도 항상 그런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래라는 게 항상 내 생각대로만 펼쳐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원래 했던 얘기로 돌아가 보자면, 이번 지진이 다행스럽다고 느껴집니다. 큰 피해 없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만’ 보내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에겐 시간도 주어졌습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될지, 그 사이에 얼마나 잘 대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게 불안하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