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재무관리나 자산운용 출신의 보험사 CEO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고, IFRS4 2단계 도입 등으로 보험사의 자본확충이 필요해지면서 재무와 자산운용에 능한 CEO가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CEO 40여명 중 재무 관리를 비롯해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를 주로 담당해 온 CEO는 생보사 5명, 손보사 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대표이사 역임 전 기업에서 재무를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 출신이거나 자산운용담당 임원 출신이었다.
우선 생보사 CEO의 경우 재무학 박사 출신부터 국제재무분석사를 보유한 재무 전문가 등 다양했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동양증권과 동양생명 전무에 이어 동양시스템즈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통해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으로 재무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오익환 DGB생명 사장도 미국보험계리인과 국제재무분석사를 보유한 보험 전문가로, 한화생명 재직 당시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을 맡으며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이주혁 현대라이프생명 사장의 경우 현대캐피탈에서 재무지원실 상무를 역임했고, 재경(재무+경리)본부 임원 출신이다.
자산운용을 담당한 보험사 CEO도 있다. 김주윤 흥국생명 사장은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현 스탠다스차타드)에서 자산운용을 담당했고, 흥국생명에서도 같은 업무를 맡았으며,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 흥국자산운용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신용길 KB생명 사장은 미국에서 재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다. 교보생명의 재무기획팀을 거쳐 투자사업 담당 임원에 이어 자산운용 총괄 본부장을 맡은 재무통이다.
손보사는 국내사는 물론 외국계 보험사 CEO중 재무관리 전문가가 두루 포진돼 있다. 먼저,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지금까지 자산운용만 담당해온 보험사 자산 관리 전문가다. 안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자산운용본부 투자사업부, 자산포트폴리오운용팀을 거쳐 자산운용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의 경우 보험사에서 영업기획부터 자동차보험 담당 임원을 거쳐 재경본부 전무, 경영기획부문 부사장을 지내면서 재무 관리 전문가라는 평을 받았다. 이 사장은 보험시장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끈 공을 인정받아, 보험업계 최초 세 번째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보험사 출신은 아니지만, 금융 계열사에서 재무관리를 맡은 CEO도 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은 삼성투신운용 운용기획실 실장, 삼성증권 채권사업부를 거쳐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최고재무관리자로 일했으며, 지난해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현수 롯데손보 사장도 롯데백화점 경리팀에 이어 롯데쇼핑에서 재무부문장을 맡은 그룹 내 '재무통'으로 통한다. 이윤배 농협손보 사장도 농협중앙회와 농협증권에서 각각 리스크관리 부장, 리스크관리 본부장을 역임했다.
에드워드 콥 에이스 손보 사장은 미국 시그나 월드와이드에서 회계를 담당했고, 라이나생명에서 재무회계 부사장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프랑수아 르꽁뜨 악사손보 사장 역시 프랑스 악사 본사에서 기업재무담당 최고 책임자와 아시아 재무담당 최고재무관리자로 일했다.
보험사의 재무 전문가 출신 CEO이 많아진 이유로 자산운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보험시장 침체기로 인한 영업 하락 등으로 과거보다 보험사의 투자수익에 좀 더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보험업계의 의견이다.
IFRS4 2단계 준비로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재무관리에 대한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각 보험사마다 작게는 수 십억원에서 많게는 수 조원의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리스크관리와 투자가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험사 CEO의 경우 경영기획 또는 경영전략을 주로 담당했거나, 보험영업에 성공한 CEO가 환영받는 편이었다”면서 “요즘은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무 관리 또는 자산운용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향후 몇년 간은 IFRS4 2단계 도입 준비가 가장 큰 이슈로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어떻게 구성할 지와 어떤 방식으로 자산운용을 할 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올해와 내년 자산운용에 따라 보험사 자본확충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