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은행과 한국경제학회가 공동개최한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긴축 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자금흐름을 비은행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국은행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 강도(stress)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부문에서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월 12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0%포인트 단숨에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밟았습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인데다 4·5·7·8월에 이은 5차례 연속 인상도 한은 역사상 역대 최초 기록입니다.
이 총재는 다만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 연준 금리인상 속도도 연준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단기적 도전과제이자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큰 관심사로는 '경제적·지질학적 분절화(fragmentation) 위험'이 지목됐습니다.
이 총재는 "미-중 긴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양상의 추가적 악화는 국제금융·무역 분절화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성장과 무역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장기성장을 억제하는 구조적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 총재는 "분절화로 인한 무역과 글로벌 성장 약화는 모든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정치적 차원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며 "지난 20년간 중국과 무역확대 혜택으로 한국 경제는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여유는 없다"고 잘라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일부 산업에 치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균형있고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