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대웅 기자ㅣ 사명 변경과 함께 새출발을 다짐했던 신용카드 제조업체 셀피글로벌(옛 아이씨케이)의 주가가 대주주 반대매매 물량에 수직낙하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증권사 보고서를 통해 ‘신규 사업으로 극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왔던 터여서 충격이 더한 모습이다. 애초에 무자본 M&A 과정에서 지분인수 계약 조건에 리스크가 내재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셀피글로벌의 주가는 전날 하한가로 추락한데 이어 이날도 장중 20% 넘게 폭락하며 이틀새 반토막이 났다.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의 이유는 최대주주의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던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시키며 수백만주의 주식을 장내에서 집어던졌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로켓인터내셔널은 셀피글로벌 주식 578만여주를 담보로 120억원을 빌린 상태였다.
담보권 실행 주체(채권자)는 케이엔제이인베스트다. 올 초 코스닥 상장업체 이즈미디어의 상장폐지 사유 발생 과정에서도 담보권을 실행해 반대매매에 나서는 등 코스닥 한계기업들을 상대로 공격적 행보를 보여온 곳이다.
셀피글로벌은 지난달 창업주인 김남주 고문이 지분을 팔고 떠나면서 불안한 지배구조를 보여왔다. 새 대주주가 차입금에 의존해 지분을 사들이다보니 확보한 주식 전량이 담보로 잡힌 상태로 회사를 인수한 것. 이후 한달만에 최대주주가 또 다시 바뀌며 시장의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새 주인 역시 자기자금 없이 전액 차입금으로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 7일 새롭게 대주주로 등극한 로켓인터내셔널은 기존 대주주인 오름에프앤비의 주식담보계약을 이어받았다. 이 계약의 반대매매 기준가격은 대출금 대비 160% 이하였다. 담보로 제공된 주식수와 차입금 120억원을 계산하면 주당 3300원대에서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조건이었다. 당시 주가가 4000원 전후를 오가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불안한 조건의 담보계약이었던 셈이다.
23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김남주 고문이 지분 일체를 정리하고 떠난 자리에는 이같이 불안한 조건 속에 새 주인이 들어섰다. 이들은 사명을 아이씨케이에서 셀피글로벌로 변경하는 등 새 출발을 모색했다. 하지만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지분은 강제로 팔렸고 셀피글로벌은 당분간 주인없는 회사로 남게 됐다.
새 주인이 들어선 후 증권사들이 잇달아 사업 전망에 대해 호평을 쏟아내며 분위기를 띄웠던 터라 투자자들의 충격은 더했다. 지난 2일 한양증권은 "신규 사업을 통한 완전한 체질 개선이 기대된다"며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9000원을 제시했다. 셀피글로벌은 지난해 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오랜기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증권사는 올해 셀피글로벌이 1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3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화증권 역시 지난달 하순 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부터 신성장동력인 셀피의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며 70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한편 회사는 지난달 새 대주주가 들어선 후 회사 보유의 자사주 50만주 처분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한다며 자회사를 신설해 4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달 초에는 같은 업체가 발행한 전환사채에 38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달 새 대주주가 두번 바뀌고 대부분의 지분이 담보로 잡힌 것으로 보아 사실상 무자본 M&A 성격으로 보인다"며 "실적도 오랜기간 적자가 이어진 만큼 극적인 턴어라운드에 대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