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가 지난해 아메바 경영 방식을 회사에 도입해 화제가 된 가운데, 이번엔 성과평가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팀에서 팀원들의 성과를 개별 점수로 매기는 방식으로 인력 효율화 작업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직원들은 본인의 업무성과 지표와 기여도가 성적표로 나오는 상황에 처해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같은 업무를 하고 있지만, 평가 점수는 서로 엇갈릴 수 있는 탓에 점수를 매기는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내부 분위기가 뒤숭하다는 말도 나온다.
◇ 성과평가제 일본 교세라 그룹서 전수..업무 성과·기여도 점수로 매겨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점수로 나타내는 개별성과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평가는 김 대표가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아메바 경영의 일환이다.
아메바 경영이란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큰 조직을 여러 개의 작은 조직으로 나눠 독립적으로 경영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5~10명으로 구성되는 조직은 하나의 작은 회사 같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며, 매달 전사차원에서 매출, 이익, 경비 등의 수치가 공개된다.
일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그룹의 명예회장이 도입한 조직관리 기법인데, 큰 조직이 독립 채산이 가능하도록 작게 나누는데 끝없이 분열을 거듭하는 아메바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메리츠화재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과제도는 일본 교세라 그룹에서 도입한 제도를 그대로 전수받아 적용하고 있으며, 중간에 필요할 때마다 자문을 받고 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해 아메바 조직편성 기준에 맞춰 인력 낭비가 없어야 한다고 판단해 최소한의 필요한 기능을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한 바 있다.
이번 평가방식은 각 팀의 부서장이 팀원의 성과와 기여도를 점수로 매기고, 각 팀원은 자신이 일한 지표(성과)를 데이터(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영업부서를 비롯해 일부 부서에서는 이번 평가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일부 다른 보험사에서도 점수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KB손보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팀원과 팀장이 서로 5단계(매우좋음~매우나쁨)에 걸쳐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메리츠화재의 경우 각 팀원의 성과평가를 점수로 나타내, 일종의 업무 성적표가 되는 방식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성과를 점수로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부서를 우선적으로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영업부서를 비롯해 IT부서, 장기상품 부서 등에서 평가하고 있으며, 그외에 인사, 기획, 홍보부서 등은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성과주의 도입 이어 점수평가로 갈수록 경쟁 치열
아메바 경영은 경영자가 어느 부서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객관화된 수치로 알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매출은 최대, 경비는 최소’라는 목표로 전 사원이 경영자 마인드로 회사에 참여하게 돼 단단한 경영체질을 만드는 것이다.
또 회사 매출에 크게 기여한 사원의 경우 금전적인 보상으로 이어진다. 김용범 대표는 작년부터 성과주의 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1인당 생산성이 뛰어난 직원들에게는 기존 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성과평가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직원들의 소리 없는 눈치경쟁이 더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각 개별 팀원마다 성과가 바로 점수로 매겨지는 탓에 직원들간 서로 팀장과 부서장의 눈치를 보는 일도 부쩍 많아졌다는 것. 특히 같은 팀원들간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처음으로 도입된 성과평가제도가 생소하긴 부서장들도 마찬가지. 팀원들의 기여도를 따져 객관적인 점수를 매기는 역할을 하는 부서장들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본인이 제시한 점수가 팀원의 인사고과에 바로 반영되는 탓에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 메리츠화재는 아메바 경영의 일환인 이번 성과평가제도를 정교하게 분석해 인력 효율화 목표를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메리츠에서 하고 있는 평가방식은 다른 회사와 조금 차별성이 있다”면서도 “본사의 전체 부서에서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