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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장릉 아파트 사태’ 중국과 일본이 보고 있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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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27, 2021, 11:09:23

김포 장릉 인근 3400세대 아파트 공사 문화재보호법 위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공사 중단 요청 쇄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가진 '문화적 상징성' 중요
공사 강행 시 한중일 '문화주도권 싸움'에서 약점 가능성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결정된 것을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합니다.”   

  

지난 2009년 6월 26일 당시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스페인의 세비아에서 대통령의 축전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본 심사에서 다른 국가들로부터 이례적이란 뒷말이 나올 만큼 진행된 지 15분 만에 등재결정을 받아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덕분입니다.

 

유네스코 “유교적, 풍수적 전통을 근간으로 한 조선왕릉, 통합적으로 보존관리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로써 우리는 모두 9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문화국가로서의 자긍심을 한층 더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며 “이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 된 조선왕릉을 더욱 잘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네스코는 “조선왕릉은 유교적, 풍수적 전통을 근간으로 한 독특한 건축과 조경양식으로 세계유산적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고 지금까지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인 전통이 이어져 왔으며, 조선왕릉 전체가 통합적으로 보존관리되는 점 등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유네스코의 높은 평가와 함께 대통령의 축하 및 관리에 대한 다짐을 이끌어 낸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이 최근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조선왕릉 40기 중에 한 곳인 김포 장릉 주변에 지어지는 아파트와 이에 대한 반대 국민청원과 이에 따른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 입니다.

 

특히 이번 '김포 장릉 아파트 사태'는 단순히 건설사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사례로만 보기에는 꽤 중요한 문제가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한국과 중국, 일본이 유네스코를 무대로 벌이고 있는 동북아 문화주도권 경쟁에서 자칫하면 한국에게 약점이 될 빌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은 청원 열흘 만인 27일 오전 현재 12만 7000여 명이 동의했고 청와대가 공식적인 답변을 해야 하는 20만 명 청원 동의 도달도 어렵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포 장릉 경관 및 조경 훼손하는 아파트 공사 반대 청원     

 

김포 장릉(사적 제202호)은 조선 제16대 왕인 인조가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입니다. 청원인은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김포 장릉-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이나 봉분 앞 언덕에서 계양산쪽을 바라보면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와 조경을 심하게 해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청원인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나 이를 받지 않고 지어진 건축물”이라면서 “위 아파트들이 그대로 그곳에 위치하게 된다면 위와 같은 문화유산등재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워져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심하게 떨어질 것이다”고 우려했습니다. 

 

청원인은 또한 “아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면서 “장릉 쪽으로 200m 더 가까운 곳에 지은 A아파트는 최대한 왕릉을 가리지 않도록 한 쪽 방향으로 치우치도록 지어졌다. 좋은 선례가 있었음에도 나쁜 선례를 새로 남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포 장릉 주변 아파트 공사가 장릉의 경관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이달 초 문화재청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과 인접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내 아파트 신축 중인 3개 건설사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이들 건설사에 대해 10월부터 공사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들 건설사는 문화재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반경 500m 내 최고 25층·3400여 가구 규모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습니다. 문화재보호법 상 문화재 및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반경 500m 내에는 7층 높이인 20m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문화재청 허가를 받지 않고 건물을 짓는 경우 공사 중단 또는 원상복구 명령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3개 건설사들은 모두 아파트 가장 위층(20~25층)까지 올린 뒤 내부 마감 작업 중입니다. 건설사들이 법을 무시하고 ‘나 몰라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재보호법, 건설사들 알고도 모른 척?      

 

문화재청은 지난 7월 이들 건설사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건설사들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문화재청은 기존 명령을 직권 취소한 뒤 재처분했고 다음 달부터 공사를 중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건설사들은 지난 2014년 해당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며 문화재청의 조치가 가혹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토지매매와 무관하게 문화재보호법상 건축물을 지을 때는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뿐만 아니라 허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반박합니다.     

 

실제로 문화재보호법 제90조(건설공사시의 문화재 보호)를 비롯해 시·도별 문화재 보호조례 등에 따르면 건설 공사 시 문화재에 대한 영향을 검토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절차는 문화재 주변지역에 대한 건축행위를 심의 · 허가하는 행위로써 건축법 제11조(건축허가)에서 정하고 있는 건축허가와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 및 허가를 받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서울 성북구 정릉 제6구역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조선 태조의 비인 신덕왕후의 능인 정릉(사적 제208호) 일대는 지난 2008~2010년 무렵 재개발 및 아파트 건축 붐이 한창이었습니다. 정릉을 마주하고 있는 정릉 제6구역은 조합이 설립됐고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9월 문화재청 사적분과와 세계문화유산분과 합동위원회는 “정릉 주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경우에는 현대적이고 획일화된 높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릉의 역사 문화적 특성과 경관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인해 정릉 제6구역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의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 신청을 부결했고 결국 정릉 제6구역의 재개발과 아파트 신축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건설사와 인천도시공사, 김포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한 곳인 김포 장릉 주변에 건물을 지으면서 문화재 현상변경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절차를 외면하고 공사를 방조, 진행했기에 초유의 아파트 철거 상황까지 오게 됐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건설사들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정황을 벗어나긴 쉽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건설사들은 막대한 소송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아파트를 허무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더라도 설계 변경과 공사 지연에 따른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죽은 조상 무덤보다 산 사람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김포 장릉 사태를 놓고 왕릉을 직접적으로 훼손한 것도 아니고 장릉에서 보는 풍경을 가렸다는 이유로 거의 완공된 아파트를 철거한다는 것은 억지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김포 장릉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이유도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우선 조선왕릉은 북한에 있는 2기 외에 남한에 있는 40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왕릉은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예외적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먼저 각 지역으로 산재해 있는 한 왕조의 사후 공간 전체가 같은 날 한꺼번에 등재된 것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상 유례없는 일이었습니다.     

 

여기에 유네스코 등재 실사 당시 외국 학자들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선정릉(사적 제199호)을 보면서 도시 개발의 압박 속에서도 능을 유지한 한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유네스코 심사보고서는 조선왕릉마다 각자 다른 이야기가 내려온다는 것에도 주목했습니다.     

 

즉 조선왕릉은 한 개의 왕릉이 아니라 40개 전체를 보전한 한국의 노력과 각 왕릉마다 깃든 서사 등이 종합적으로 호평을 받아 등재신청 기간과 등재까지의 기간이 짧았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72년 처음 시작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각 나라에서 자국의 ‘문화적 영향력과 자긍심’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세계무형유산, 세계기록유산과 달리 역사적인 장소나 건물, 지역 등 구체적인 부동산을 주로 등재합니다. 국가별 문화적 관점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관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관광객 숫자가 몇 배로 늘어나는 경우가 흔해서입니다.    

   

무엇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동북아 3개국은 각 부문 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자국의 문화적 우월성 내지 역사적 정당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홍보하려 합니다. 중국과 일본은 유네스코 내 분담금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중국과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 분담률은 각각 15.49%, 11.52%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분담률이 2.92%로 10위입니다.

 

중국이 걸핏하면 유무형의 한국 문화유산을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 하고 일본이 한국인 징용노동자들의 원한이 서린 일본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을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어서 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8월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과 사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유네스코를 장으로 하는 유산 외교(HeritageDiplomacy)가 각국의 외교전략에서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며 “유네스코에 등재된 유산은 보전의 의미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의미를 내포해 자국에 유리한 관점을 국내 및 세계적으로 제시할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고 지적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였습니다.     

 

한국은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샀던 국가였습니다.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효율적인 공략으로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종묘를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이후 지금까지 문화와 자연, 무형과 기록 등 각 분야의 세계유산을 등재시켜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포 장릉 사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국가 브랜드의 향상을 도모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악재’이며 중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내심 반길 문제입니다. 즉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관리를 잘하지 못하고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어서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이를 빌미로 앞으로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방해할 가능성도 큽니다.     

 

4대강 사업과 뉴타운 사업을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 4대강 공사현장이나 뉴타운 현장에서 문화재 현장변경 허가를 섣불리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 불명예 뒤집어 쓸 수도 

 

문화 선진국이라는 자긍심이 높은 독일과 영국이지만 세계문화유산에서만큼은 감추고 싶은 사례가 있습니다. 독일은 드레스덴의 엘베 계곡입니다. 엘베 계곡은 구 동독의 드레스덴 시가 중심부를 20km에 걸쳐 가로지르는 엘베강 일대를 일컫습니다.     

 

엘베강을 끼고 순수 녹지대와 계곡, 르네상스 시대 옛 도시유적이 잘 남아 있는 도심권이 두루 포함돼 지난 2004년 7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하지만 드레스덴 주정부가 엘베 강에 현대적 다리를 놓았고 교량 건설이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유네스코는 2009년 등재를 취소합니다.     

 

영국은 비틀스의 도시 리버풀이 등재 취소의 불명예를 뒤집어썼습니다. 리버풀은 18∼19세기 세계 무역 중심지로서 역사적 중요성과 건축학적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받아 2004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2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개최한 제44차 회의에서 '리버풀, 해양산업 도시'를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했습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리버플의 세계유산 지정 지역 안팎에서 이뤄진 개발로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는 속성이 돌이킬 수 없이 손실됐으며 진정성과 온전함이 현저히 사라졌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독일과 영국 정부는 유네스코 등재취소에 항의를 했지만 유네스코는 이들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유네스코 내에서 발언권이 강해지는 배경에는 분담금을 많이 내는 이유도 있지만 이처럼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다른 국가들을 압박했던 서구 주요 국가들이 정작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중·일 '문화주도권 싸움'에서 약점 잡히지 말아야

 

‘김포 장릉 사태’는 한국 사회가 ‘문화강국’을 위해 마주한 또 다른 질문이자 도전입니다. 문화강국은 단순히 K팝과 K드라마, 웹툰, 영화 등 콘텐츠 분야의 선전으로만 가능하지 않습니다. 한 사회의 지성과 예술적 감성, 그리고 기술의 총체가 면면히 이어져 후대로 계승될 때에만 비로소 가능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른 사회적 합의로 문화재보호법이 제정 후 유지되었습니다. 개발의 장애물과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지만 그래도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정권과 무관하게 정부도 문화재보호에 애를 쓰고 있습니다.      

 

2009년 조선왕릉의 등재 당시 유네스코는 “조선왕릉의 발전적 보존을 위해 일부 훼손된 능역의 원형 보존과 개발압력에 따른 완충구역의 적절한 보존지침 마련․시행, 종합적인 관광계획 마련과 안내해설 체계 마련 등을 함께 권고했습니다. 정부도 이런 유네스코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태릉선수촌 이전을 비롯한 조선왕릉 정비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김포 장릉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당장 보이는 경제적 손실은 분명 누군가의 피해로 전가될 것입니다.

 

다만, 문화재 주변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법적 절차인 현상변경을 피하고 고층 아파트 건설을 강행했던 3개 건설사와 이를 방임했던 관리 감독기관의 모습은 ‘문화강국’으로 가는 데 어떤 난관이 지속될지 보여주는 명징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정부가 이런 난관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자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중국과 일본이 이번 ‘김포 장릉 사태’를 보고 향후 한국을 향해 어떤 발언과 압박을 할지가 우려됩니다. ‘김포 장릉 사태’를 단순히 국내 부동산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핵심적인 이유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어떤 무게인지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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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 lucky@inthenews.co.kr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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