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한재학 기자] 우리나라 55세 이상 퇴직자(퇴직연금 수급대상자)의 대다수가 일시금으로 퇴직급부를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퇴 후 퇴직금이 연금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퇴직금 수령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과 김동겸 선임연구원은 5일 발간한 ‘OECD 국가의 퇴직급부 연금화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장수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선 은퇴 후 원활한 현금흐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퇴 후 퇴직금을 연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5세 이상 퇴직자 중 96.9%가 일시금으로 퇴직급부를 수령했다. 불과 3.1%만 연금으로 전환해 매월 수령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매우 높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 퇴직금의 일부를 연금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는 제도적으로 연금수령을 의무화한 유럽 주요국가의 예를 제시했다. 네덜란드와 스위의 경우 각각 은퇴자의 100%와 80%가 종신연금으로 퇴직급부를 수령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도 적립금액의 52% 가량이 종신연금으로 받고 있다.
위의 국가들은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일시금 수령을 제한하고, 연금수령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연금수령방식에서 개인의 선택의 폭을 넓힌 나라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퇴직연금 임의 가입형태인 미국 등 앵글로색슨 국가는 연금수령 의무화 대신 근로자의 선택폭을 확대했다. 가령,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시금수령의 경우보다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이다.
보고서는 이런 OECD 국가의 연금화 정책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퇴직금 수령방식에 대한 장·단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인 방안으로 미국 등 앵글로색슨 국가처럼 자율적으로 퇴직금 수령을 보장하되, 단기적으로는 최소한의 연금수령이 이뤄지도록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류건식 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퇴직금의 일정부분을 연금으로 전환하는 방향(부분연금화)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일시금수령 대신 연금수령을 선택하면 세제혜택을 더 부여하는 등의 미국 방안을 예로 들었다.
또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고령친화형 연금상품 개발과 자영업자 등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건식 실장은 "선진국의 경우처럼 자영업자가 연금상품을 통해 노후소득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차원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