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보험 업계가 최근 빅데이터에 대한 '열공모드'에 돌입했다. 금융권 전반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의 리스크를 예측해 대비하는 것이 추세인 데다 금감원에서 보험사의 빅데이터 활용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산업은 타 금융권에 비해 여전히 빅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 온 게 사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끼리 빅데이터 활용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응원에 나섰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0일 서울 통의동 소재 인재개발원에서 생명보험사의 IT담당 실무자를 대상으로 신한생명과 삼성생명이 보험업무에 빅데이터 활용사례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신한생명은 지난 2월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신규계약에 대한 유지율 예측시스템'을 소개했다. 이는 보유계약을 빅데이터로 분석, 유지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찾아 항목별로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신계약 시점에서 가입자의 미래유지확률선행(계약유지)을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신계약을 입력하면 계약·설계사·고객의 속성 등으로 나눈다. 이 정보를 유지율 예측모형에 적용해 분석하면 7회차, 13회차, 25회차 유지율이 계산된다. 신한생명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데이터활용을 검증한 결과, 신계약유지율의 예측 적중율이 92.9%에 달한다.
신한생명은 이번 예측시스템을 6개월 동안 시범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후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내년 1월부터는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우수계약에 대한 우대 지원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계약자의 재정심사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주소지와 수득수준을 연계해 보험계약을 인수(언더라이팅)할 때 적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삼성생명은 20억 이상(사망보험금 기준)의 고액계약을 인수할 때 집중적으로 이를 활용할 방침이다.
발표 내용을 요약해 보면, 소득정보를 산출하기 위해 계약자의 소득·주택·가구주·가구원·소비 정보를 GDS-KOREA의 소득추정모델(ECI, Estimated Customer Income)에 적용한다. 이 모델을 통해 소득수준, 주택거주년수, 면적, 자동차, 등기본소득 등으로 나눠서 분석한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 00아파트 1동 201호'에 산다면 이 거주지를 기반으로 아파트 평형, 시세, 행정도 평균 소득 등의 데이터를 취합한다. 이 데이터를 추정소득 모형(ECI)에 적용해 보험 계약자 또는 가구소득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20억원 이상 고액계약에 대해선 재정심사를 따로 진행해 왔다. 주로 가입자의 직업과 건강위험을 우선적으로 평가해 가입한도 내에서 보험가입 여부가 적절한지 심사해 왔다.
2013년부터는 고용노동부의 소득모델과 연계해 심사에 적용했고, 지난해엔 신용정보(신용등급)를 재정심사에 참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액계약이 늘면서 해당계약에 따른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을 따라잡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최근 3년간 고액계약자 중에서 추정소득에 비해 50배 규모로 보험에 가입하는 등 역선택하는 경우가 5건이 발생했다"며 "가장 최근엔 추정소득의 18배로 가입한 계약을 신용등급 등을 적용해봤더니 청약이 거절되는 사유가 나왔다"고 전했다.
삼성생명은 오는 8월부터 주소지를 근거로 한 재정심사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추후 고액계약에 대해 심사자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위원회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익 금감원 생보검사국장은 "보험산업의 빅데이터 활용이 은행권 등에 비해 뒤쳐지고 있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만들어 계약유지율을 예측하고 성공률을 가늠하는 것이 보험영업을 성장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빅데이터를 언더라이팅에 적용해 역선택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 소송분쟁 위험계약 등도 예측할 수 있는 등 활용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