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현대자동차는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올해 1분기 부진한 판매 성적을 거뒀습니다. 생산 차질과 수요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는데요. 우호적인 환율과 자율주행 합작법인 ‘앱티브’ 덕분에 일단 한숨 돌리게 됐습니다.
현대차는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컨퍼런스콜을 갖고 2020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총 90만 3371대를 판매한 현대차는 25조 3194억 원의 매출액과 863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현대차의 1분기 판매 실적은 100만대를 넘어섰던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한 수치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하면 24.5%나 줄어들었는데요.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내수(15만 9061대)와 해외(74만 4310대)에서 각각 13.5%, 11.1%씩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더 뉴 그랜저, 제네시스 GV80 등 신차들이 호조를 보였지만 국내공장 생산 중단과 노후차종(투싼 등) 부진 탓에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했는데요. 해외 시장에서도 중국, 인도,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두드러진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부진한 판매량과는 달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 내외의 상승 폭을 기록했는데요. 현대차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4.7%나 껑충 뛰었습니다.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도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된 겁니다.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수익성이 오른 건 원·달러 가치가 크게 하락한 덕분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지난해 1분기 1달러 당 1125원였던 환율은 올해 1분기엔 1193원까지 떨어졌는데요. 수출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82.4%(1분기 기준)에 달하는 현대차가 원화 약세 효과를 제대로 누린 셈입니다.
이와 더불어 앱티브 합작법인에서 약 1000억 원의 기타매출이 발생한 것도 영업이익에 영향을 줬습니다. 자율주행 전문 합작법인인 앱티브에 현금 출자한 1056억원이 회계 처리상 일회성 수익으로 들어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에 모두 반영됐는데요. 앱티브 관련 출자액을 빼면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감소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이외에도 신차 및 SUV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 미국 시장 인센티브 축소 등으로 인한 자동차 부문 매출 증가 등도 현대차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요. 다만 영업이익률은 2019년 1분기와 같은 3.4%를 기록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실물경제 침체 및 수요 하락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되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계속되고 있지만 유동성 관리 강화, 적정 재고 수준 유지 등 수요 회복을 위한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현대차는 향후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판매가 견조한 내수시장에서 신차 판매 확대에 주력할 방침인데요. 해외시장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SUV 위주로 판매 라인업을 구축해 실적 악화를 만회한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