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좋아했던 구 전 회장이 LG트윈스 격려 위해 산 시계
호피무늬·다이아몬드 56개·꼬냑 사파이어 36개로 디자인
인더뉴스 주동일 기자 |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작년 6월 프랑스 영화잡지 ‘SOFILM’에 등장했을 때 시계 팬들은 경악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찬 롤렉스 데이토나의 다이얼과 스트랩은 호피무늬로 도배됐고, 베젤은 오렌지 사파이어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 시계는 커뮤니티 등에서 ‘최악의 롤렉스’로도 꼽히는 한정판 ‘레오파드 데이토나’다. 하지만 LG트윈스 팬들은 이 호피무늬 시계에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 같다. 해당 잡지가 나오기 전달인 5월 20일 눈을 감은 故 구본무 전 LG회장이 LG트윈스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산 시계와 같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 구 전 회장이 LG트윈스 위해 산 시계
구 전 회장은 평소 야구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것으로 유명하다. LG트윈스의 초대 구단주를 직접 맡고, 해외 야구 캠프를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심지어 LG트윈스가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자 이듬해 그룹명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꿀 정도였다.
하지만 그 뒤로 LG트윈스가 우승하지 못하자, 구 전 회장은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겠다며 1998년 해외 출장에서 호피무늬 롤렉스 시계를 사왔다. 바로 롤렉스 ‘레오파드 데이토나(Cosmograph Daytona 116598SE)’다. 구 회장은 이 시계를 당시 약 8000만원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다.
LG트윈스가 현재까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면서 레오파드 데이토나는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상태다. 레오파드 데이토나는 구 전 회장이 LG트윈스가 우승했을 때 건배를 하자며 1995년 사 온 아와모리 소주와 함께 구단 금고에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가장 추한 롤렉스 시계” 혹평도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레오파드 데이토나는 일각에서 혹평을 받는다. 다이얼과 가죽 스트랩엔 호피 패턴을 프린트했다. 케이스와 핸즈는 18K 골드로 만들었고, 베젤은 짙은 오렌지색 꼬냑 사파이어 36개로 가득 채워 색감을 통일했다. 인덱스는 다이아몬드 8개를 사용했고, 러그 사이에도 다이아몬드 24개씩 총 48개를 세팅했다.
시계 마니아로 알려진 니콜라스 케이지의 시계 컬렉션 중에서도 레오파드 데이토나는 상당히 독특한 편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롤렉스·파텍필립·제니스 등 브랜드·모델별로 다양한 시계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니콜라스 케이지는 1992년 LIFE지 화보에선 양손에 롤렉스 시계 세 피스를 차고 등장하기도 했다. 해외 시계 블로그 ‘베커타임’은 레오파드 데이토나를 두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찬 시계 중 가장 놀랍다”며 “많은 사람들이 ‘가장 추한 롤렉스 시계’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 호불호 갈리는 디자인, 스토리가 넘어설 수도
하지만 레오파드 데이토나를 두고 부정적인 의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국내 시계 유튜브 채널 ‘피터튜브’에서 해당 시계를 소개한 영상엔 “시계 진짜 멋있다 경매 나오면 부르는 게 값일 듯”, “진짜 블링블링하네요”, “어떻게 보면 예쁘고 어떻게 보면 너무 화려하고” 등의 댓글이 달렸다.
특히 구 전 회장의 레오파드 데이토나는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계가 지닌 사연 때문에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매를 비롯한 빈티지 시계 시장에선 각 시계가 지닌 스토리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기도 한다.
한편 레오파드 데이토나의 다이얼 너비는 40mm, 두께는 11.2mm다. 무브먼트는 롤렉스의 칼리버 4130로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지원하고 100m 방수 기능을 더했다. 파워리저브는 72시간이다. 케이스백은 솔리드, 밴드를 고정하는 클래스프는 폴딩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