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진희 기자ㅣ “농심의 제품력과 체계적인 생산·유통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년 내 일본을 넘어 미국시장 1위에 올라서는 게 목표입니다.”
농심은 자사의 해외사업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17일 밝혔다. 올해 해외매출이 전년 대비 18% 성장한 7억 60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또한 사상 처음으로 미국 내 주류시장이라고 불리는 메인스트림(mainstream; 아시안 등 소수계를 제외한 현지 백인·흑인 중심의 주류(主流)시장) 매출이 아시안 마켓을 앞질렀다.
미국·일본을 포함한 전 해외법인이 최대실적을 거뒀고, 사드 여파로 주춤했던 중국사업도 23% 가량 성장하면서 신기록 달성을 견인했다는 것이 농심 측의 설명이다.

농심은 '정체된 국내 라면시장 돌파구는 해외시장에 있다'는 구호 아래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글로벌 사업을 펼쳤다. 이에 작년 업계 최초로 미국 전역 월마트(Walmart) 4000여 점포에 신라면을 공급하고, 코스트코(Costco)·크로거(Kroger) 등 현지 대형마켓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농심 관계자는 "덕분에 올해 농심은 미국 내 주류시장이라 불리는 메인스트림(mainstream)에서 매출이 34% 급증하는 등 아시안 매출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며 "메인스트림 마켓과 아시안 마켓의 매출비중이 지난해까지 5:5, 올해는 6 : 4 정도"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농심 측은 미국 내 메인 유통사 판매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올해 농심의 미국사업 실적이 작년대비 12% 성장한 2억 2500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사드 이슈를 극복하고 전자상거래와 대도시 중심의 판매를 늘린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농심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2억 8000만 달러 실적을 올렸고, 이는 전년 대비 23% 성장한 수치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판매를 강화하고 신라면 데이·신라면 키친 카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호주에서도 교민시장과 현지시장을 두루 공략하며 성장세를 이어갔고, 필리핀·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 국가에서도 현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매출이 급증했다.
농심이 강조한 해외사업 주역은 ‘신라면’이다. 신라면이 가진 브랜드 파워를 통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과 기존 시장의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것. 신라면은 올해에만 약 2억 8000만 달러의 해외매출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이밖에도 농심은 '차별화된 맛'도 해외매출 호조의 요인으로 손 꼽았다. 자사의 대표 제품 신라면을 접한 해외 소비자들은 특유의 매운맛에 반해 다시 농심 제품을 찾게 된다는 것.
실제 농심이 올해 미국 월마트 1300여 매장에서 진행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은 맛”, “한끼 식사로 손색없는 품질”을 주요 구매요인으로 꼽았다. 농심측은 여기에 K-POP 등 문화한류가 겹쳐 신라면의 인기가 지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심의 내년 미국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농심은 이달 중으로 LA공장 생산라인 증설을 마무리하고 내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새로 구축하는 라인은 용기면 전용으로, 성장세인 미국 용기면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현재 봉지면 2개 라인, 용기면 3개 라인을 갖춘 농심 LA공장에 추가로 용기면 1개 라인이 늘어나면서, 용기면 중심의 생산 체계가 완성 될 예정이다.
농심이 밝힌 미국 라면시장은 연간 12억 달러 수준으로, 용기면과 봉지면의 시장 규모가 비슷하다. 미국은 전자레인지 식품 조리가 대중화돼 있기 때문에 간편하게 즐기는 용기면 시장 전망이 더 밝다는 게 농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농심은 신라면큰사발·신라면블랙사발·육개장사발면·김치사발면 등 용기면 제품 전체를 전자레인지용으로 현지 생산·판매 중이다.
농심은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와 촘촘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현지 일본업체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저가정책을 펼치는 일본라면 브랜드와 달리 신라면·신라면블랙을 중심으로한 맛과 품질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브랜드들은 미국 내 주공략 대상이 저소득층이고, 공장을 미국 현지에 두고서도 외부에서 면과 스프를 공급받아 믹스해 저가에 판매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일본 토요스이산(46%)과 닛신(30%)에 이어 15%의 점유율로 미국 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10년 전만 하더라도 2%에 불과했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원조인 일본 라면을 따라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내수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잠재력이 큰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게 식품업체들의 필수 과제이자 경쟁력”이라면서, “한국의 매운맛으로 식품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신라면을 중심으로 라면한류 열풍을 계속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엽 농심 미국법인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남미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농심 제품을 찾고 있다”며 “농심의 제품력과 체계적인 생산·유통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년 내 일본을 넘어 미국시장 1위에 올라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농심은 지난 1971년 미국 라면수출로 해외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1994년 미국에 최초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해외사업에 돌입했다. 현재 미국 LA를 비롯해, 중국 상해·심양·청도·연변 등 해외에서 5개 생산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