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가상의 중학교 2학년생이 쓴 '집밥 일기'입니다. 예전에 집밥은 '엄마가 지어준 밥'이었는데요. 지금의 집밥은 '집에서 차려 먹는 밥'으로 의미가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변화된 모습을 가상의 일기 형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편집자 주]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오늘 나는 정말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식탁에 내가 좋아하는 메뉴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주방에 선 엄마는 낙지를 살짝 데쳐 마트에서 구입한 낙지볶음용 소스에 휘리릭 볶았다. 역시 낙지볶음은 '달짠(달고 짠)' 소스가 제격이다. 그리곤 엄마는 냉동실에서 버섯영양볶음밥 3봉지도 꺼내 후라이팬에 쏟았다.
그 사이 아빠는 마트에서 사온 고구마 샐러드와 빈대떡, 고추잡채와 꽃빵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식탁에 올렸다. 엄마가 좋아하는 반찬가게에서 주문한 멸치볶음과 애호박 나물을 더해 순식간에 한식과 중식을 섞은 저녁 밥상이 차려졌다. 매콤한 낙지볶음과 달고 부드러운 고구마 샐러드는 환상적인 궁합이다.
디저트는 내가 준비했다. 엄마와 아빠를 위해 식사 전 냉동실에서 마카롱을 꺼내 녹혔고, 따뜻한 녹차를 만들었다. 고소한 맛이 당긴 난 냉동실에 아껴뒀던 치즈스틱 몇 개를 꺼내 접시에 담고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오래간만에 집에서 풀코스로 먹으니 배도 마음도 불렀다.
식사 후에 엄마 아빠랑 함께 TV를 봤다. 집밥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는데, 흥미로웠다. TV속에서 이야기한 '집밥'과 내가 생각하는 '집밥'은 많이 달랐다. 예전에는 엄마들이 손수 김치도 담그고, 매 끼니마다 찌개와 국, 반찬을 직접 만들어서 가족들에게 차려줬단다.
엄마와 아빠는 TV를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 모두 "엄마가 직접 담근 김치와 된장으로 만든 구수한 찌개가 그립다"고 했다. 나도 예전에 할머니가 담가준 김치를 먹어본 적은 있지만, 엄마가 직접 담근 김치는 맛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김치를 마트에서 사지 않고, 집에서 담갔다니! 놀라웠다.
다큐멘터리가 끝난 후 엄마는 다음 주에 먹을 메뉴를 고르자고 제안했다. 우리집은 주로 주말에 그 다음주의 '집밥 메뉴'를 결정한다. 메뉴를 선택하면, 아빠는 엄마가 적어준 리스크를 보며 휴대폰 앱으로 장을 봐 집으로 배송시킨다.
하지만 이번주 모처럼 셋이 대형 마트로 장보기에 나섰다. 이번주 메뉴로 난 카레를 선택했고, 엄마는 연어돈가스덮밥, 아빠는 부대찌개를 골랐다. 마트에는 카레 종류가 엄청 많아 고를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난번엔 일본식 카레를 먹었는데, 이번엔 엄마가 추천한 인도식의 '치킨마샬라 커리'를 집어 들었다.
이 때 아빠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냉동밥 코너로 갔다. 아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타이식 볶음밥과 국수가 있었다. 지난 가을 태국 방콕에서 맛있게 먹었던 볶음 국수의 맛이 떠올라 입에 군침이 돌았다. 원래 사려던 메뉴에는 없었지만, 결국 두 봉지를 꺼내 장바구니에 담았다.
각자 고른 메뉴를 바구니에 담고,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사과&고구마 샐러드와 버섯이 들어간 돼지불고기, 마파두부 소스, 과일 등을 더 샀다. 여기에 간식으로 먹을 야채 고로케, 국물떡볶이, 김치부침개, 대만식 호떡을 골랐다.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서 특식도 골랐다. 바로 끓여서 먹을 수 있는 매생이 삼계탕이 주인공. 역시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건 엄마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