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열흘에 가까워질 때 즈음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됐다. 김 교수는 그동안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을 맡으면서 재벌개혁과 불공정거래를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온 인물이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원회 수장에 김 교수가 내정되면서 각종 규제가 산적한 대기업 계열의 유통 업체들 사이에서는 우려섞인 반응이 나온다. 재벌개혁을 1순위 과제로 꼽으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보호 등 현재 대기업 유통규제 이슈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통 업계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복합쇼핑몰에 대한 입지제한과 영업제한 도입 등 각종 규제에 둘러싸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비정규직 격차 해소', '골목상권 살리기' 등을 내걸은 바 있다.
새 정부가 우선순위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 상당수가 유통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공정위가 공정거래질서 확립이라는 큰 틀에서 대기업 유통사 출점·영업 규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가장 먼저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중 일자리 질을 높이는 비정규직 격차 해소는 빠른 시일내 풀어야 할 현안으로 꼽힌다. 현재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마트)에는 상당수의 근로자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주로 단기 계약직 근로자와 파견업체 직원, 용역업체 직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주로 매장 내 행사장과 식품판매장, 주차, 미화, 시설, 안전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캐시어(계산원)의 근로 형태는 회사마다 약간씩 다르다. 이마트는 지난 2007년 고용노동부의 지적에 따라 전국 점포의 계산원 4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후 2013년 판매용역 사원 1만 700여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했다. 이 때문에 이마트 점포 내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다른 마트보다 낮은 편이다.
롯데마트의 경우는 캐시어를 포함해 점포 내 근로자 상당수(전체 1만 3814명 중 9236명)가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2년 이상(24개월) 근무한 직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사실상 4대보험 등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사원이 아니기 때문에 급여 체계는 연봉제가 아닌 시간제 형태다.
대형 유통사들은 신규 점포 출점과 영업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축소 정책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들 회사는 신규 점포 출점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최근 부천 상동 내 영상문화산업단지 걸립 예정이던 '복합쇼핑몰' 계약을 돌연 연기했다. 롯데의 '상암 복합쇼핑몰' 건립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신임 공정위원장이 비정규직 축소 정책을 추진하면 단계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숨 돌릴 틈은 줘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정규직 전환에 따른 추가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 모두가 우월적 지위에서 공룡 또는 갑으로 보고, 문어발식 규제를 하진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