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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소중한 보험료, 내 돈처럼 아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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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y 04, 2017, 06:05:00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보상 업무 10년차 A씨와 동행 취재기
“블랙컨슈머 막기 위해 보험금 지급기준 높아져..보완책 필요”

[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나이롱 환자들에게 과도하게 합의금이 지급되면, 그 자체로 고객들이 낸 소중한 보험료를 낭비하는 셈이 됩니다. 고객이 낸 보험료를 내 돈처럼 아껴야 합니다.” 

손해보험사에서 자동차보험 보상 업무만 10년 이상 맡아 온 A씨. 그는 자신의 평소 보상 지론을 이렇게 밝혔다. 자기 돈이 쓸데없는 곳에 낭비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상담당 직원도 자신이 지급하는 보험금이 적정한지 여부를 항상 따져봐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5월의 황금연휴를 앞둔 지난 4월 마지막 주 목요일, 보험사의 보상 담당 직원인 A씨를 만났다. 평소에 이들의 일과가 어떤지 궁금했는데, 마침 기회가 닿아 동행할 수 있게 됐다. 보상 업무가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일을 방해하지 않는 그의 하루를 들여다 보기로 했다. 

보험사 보상 직원은 지역마다 있는 보상 지점에 소속돼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자동차보험 보상 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자신에게 배정된 지역 내 병원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병원에 입원한 피해자를 만나러 가거나 조용한 카페에 앉아 사고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것이 주된 일이다. 

“사고 피해자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로 원만하게 합의를 보는 것이 보상 직원의 주요 업무입니다. 사실, 밖에서 보면 크게 어려운 일 같지 않은데요. 막상 경험해 보면 이 일이 왜 보험사 신입사원들의 기피 1순위 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보상 직원들이 만나게 되는 피해자들은 대다수가 ‘아픈’ 사람들이다. 물론, 이 중에는 아픈 척을 하는 일명 ‘나이롱환자’들이 더러 있지만, 어쨋든 ‘아픈 사람’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피해자 입장에선 아프기도 하고 후유증도 걱정되는데, 합의를 재촉하는 보상 직원이 그냥 밉다. 그걸 A씨도 느낀다.

“피해자들 중에는 보상 직원이 보험금을 적게 주면 차액을 수수료로 챙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간혹 있어요. 피해자로부터 짜증 섞인 목소리도 많이 듣고, 전화를 피하거나 아예 만나주지 않는 경우도 많죠. 빨리 합의를 하지 않으면 실적은 물론이고 다른 업무도 밀리기 때문에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직접 만나 대화를 한다고 해서 합의가 잘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합의금 수준에 대해 보상 직원과 피해자 간 이견이 크게 되면, 합의는 더욱 요원해진다. 피해자와 보상 직원 사이의 첨예한 대치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보상 직원은 기본적으로 보험 약관에 나와 있는 지급 기준에 따라 합의금을 책정한다. 하지만, 이 지급 기준이 모든 피해자에 대해 정답은 아니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보상 직원이 존재하는 이유인 셈이다. 보상 직원은 자신에게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합의금을 조정할 수도 있다.

“보상 직원은 피해자의 정확한 손해액을 파악해 적정 금액을 지급하는 사람입니다. 보험사의 지급 기준은 보험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비교적 타이트하게 설정돼 있는데, 무조건 지급 기준에만 맞추게 되면 실제 손해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해야만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보상 직원은 실제 손해액에 맞춰 보험사에서 정한 지급 기준보다 합의금을 더 지급하기도 합니다. 보상 직원이 무조건 보험금을 낮춰 지급하려 한다는 것은 큰 오해인거죠. 보상 직원은 항상 실제 피해액에 맞는 금액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야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는 것이고요.”

이런 보험사의 보상 정책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블랙컨슈머다. 손해를 최대한 부풀려 보험사를 속이기만 하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상 직원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바로 나이롱환자를 걸러내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나이롱환자들에게 과도하게 합의금이 지급되면, 그 자체로 고객들이 낸 소중한 보험료를 낭비하는 셈이 됩니다. 합의금을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 과연 이 돈을 나이롱환자들에게 순순히 넘겨줄 수 있을까요. 보상 직원은 자신이 지급하는 합의금을 항상 자기 돈처럼 아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한다. 블랙컨슈머를 막기 위해 보험금 지급 기준을 높이다 보니,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간혹 생겨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보험사와의 분쟁 때 법원 판결까지 갈 여력이 없어 싸움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보상 업무 담당자로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일이고 책임을 통감합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사와 저희 보상 직원들이 더 노력해야 하는데, 아직은 미흡한 점이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동행 취재를 마치면서 A씨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앞으로 만나게 될 피해자 분들에게 꼭 한 말씀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손해액을 솔직하게만 이야기해 주시면,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꼭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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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혁 기자 jjh27@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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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2025.05.11 10:37:57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보험사가 있을까? 2024년 11월을 기준으로 영업 중인 보험회사는 생명보험회사가 22개 손해보험회사가 31개로 총 53개의 보험회사가 있다. 보험회사가 완전히 무너진 사례는 아직 없지만 사실 지급여력 부분에서 건전성을 의심받는 보험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M 손보사 사태로 인해 가입자의 불안 및 보험사를 향한 불신의 시선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이용한 일부의 갈아타기 유도 영업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해 현장에서 일하는 설계사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인생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가입한 내 보험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가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수 중 RBC 비율이 있다. Risk-Based Capital, 줄여서 RBC라 부르는 이 지수는 보험회사의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 요구되는 자본 계산 방식으로 쉽게 풀면 '지급여력'을 뜻한다. RBC 지수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손실 금액(요구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쌓아놓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당연히 RBC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좋다. 가령 RBC 비율이 200%라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자본이 감독 당국이 제시한 기준의 2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100% 미만일 경우에는 그만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최근 논란이 된 M 손보사의 사태를 되짚어보자면, M 손보사는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경영관리 체제로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해 왔으나 무산되었고,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자본이 마이너스 184억원이 되어 완전 자본 잠식 사태에 빠졌다. 당시 M 손보사의 지급여력비율은 35.9%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커녕 법정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시장 매력도가 크게 하락해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매각은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 문제를 두고 M 손보사의 노조와 인수 후보 회사 간 갈등까지 깊어지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해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각에 실패한 M 손보사가 청산이나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경우 '124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보험 자산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게다가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설계사들이 지금도 보험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M 손보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어 소비자의 불안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M 손보사에 오랜 기간 보험을 유지해 온 가입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장 기대하고 싶은 가능성은 과거 리젠트 화재보험사의 선례처럼 계약이 타 보험사로 이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M 손보사의 경우 손해율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 계약 이전이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끝까지 버티다 보험사가 파산이나 청산의 길을 밟게 되면 당국의 '예금자보호법'에 기대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보험 자산이 아닌 ‘해지환급금’을 보전해 주는 제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무해지나 저해지 보험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거의 없다. 역시 건전한 보험사를 통해 새로 보장자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내게도 무척 쉽지 않은 일이다. 중도해지의 손해는 가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 가입하게 되면 나의 보험 나이와 병력 유무에 따라 이전보다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손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선이나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피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보험이 정치도 아닌데, 최선이나 차선이 아닌 최악을 피하라고 조언해야 하는 상황이 참 씁쓸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보장자산을 관리하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정도는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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