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롯데칠성음료 소주 ‘새로’가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7억병을 돌파했습니다. 흔한 연예인 모델 없이 이룬 성과입니다. 핵심 콘텐츠부터 패키지, 판매 전략, 오프라인 마케팅 등 기존 소주와는 다른 노선을 택했던 새로의 전략이 세계관에 열광하는 MZ세대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포스트 코로나’ 전략 통했다..제로슈거 소주 열풍의 시작
롯데칠성음료는 '포스트 코로나'가 업계 화두였던 2022년 9월 소주 신제품 새로를 출시했습니다. 처음처럼 출시(2006년) 이후 16년 만에 선보인 신제품이라는 점보다 더 주목받은 키워드는 ‘제로슈거’였습니다. 기존 소주 제품과 달리 설탕·과당 같은 당류를 아예 사용하지 않은 소주를 내놨습니다. 건강 관리 트렌드를 반영해 알코올 도수도 16도도 낮췄습니다.
새로는 당류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습니다. 패키지는 도자기의 곡선미와 세로형 홈을 강조하는 동시에 당시 소주업계에서 흔하지 않았던 투명 병을 사용했습니다. 소주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증류식 소주를 첨가했으며 이듬해 도입될 주류 제품의 영양성분 표시를 선제적으로 적용했습니다.
톱스타를 모델로 앞세워 흥행을 노리는 방식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새로는 처음부터 각종 미디어에서 매력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구미호에서 따온 '새로구미(새로+구미호)'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한때 배우 이도현을 새로 엠배서더로 선정하고 캠페인 광고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공식적인 브랜드 모델을 발탁한 적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새로가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자 경쟁사들도 무가당 소주 시장에 참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2023년 1월 기존 진로에서 당류를 제거한 진로 제로슈거 제품으로 리뉴얼해 선보였습니다. 맥키스컴퍼니는 3월 제로슈거 버전의 저칼로리 희석식 소주 선양을 출시했습니다.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소주를 출시한 게 새로가 처음은 아닙니다. 새로가 나오기 1년 전인 2021년 9월 무학이 무가당 소주를 앞세운 좋은데이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새로 출시 이후 국내 주류업계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부분에서 새로는 제로슈거 소주의 전국적인 대중화를 촉발시킨 계기로 평가받습니다.

새로도원 팝업, 새로구미 유튜브 콘텐츠..2030 겨냥 마케팅
새로는 온·오프라인에서 세계관과 스토리에 열광하는 MZ세대를 적극 공략했습니다. 출시 1주년을 기념해 2023년 9월 성수동 팝업을 열었고 이후 대전, 부산, 대구 등 새로의 브랜드 스토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운영했습니다. 올해 3~8월 서울 압구정에서 진행한 ‘새로도원’ 팝업에는 약 5개월 동안 4만명 이상이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사람의 간을 탐했던 구미호가 간담췌전문의 새로구미로 다시 태어난다는 에피소드 중심의 마케팅과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8월까지 새로만의 세계관과 한국적 문화 요소를 담은 동영상 콘텐츠 43편을 유튜브에 공개했으며 총 누적 시청 수는 8600만뷰를 기록했습니다.
새로는 '부드러운 목 넘김과 알코올 특유의 향이 덜해 마시기 편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번져 나갔고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5000만병을 넘어섰습니다. 1억병 판매까지는 단 7개월이 걸렸으며 출시 3주년을 앞둔 올해 7월 누적 판매량 7억병을 돌파했습니다. 새로는 지난해 봄 ‘새로 살구’, 올해 ‘새로 다래’ 등 제품군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의 다양한 캠페인은 ‘참신하다’는 평과 함께 다양한 수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새로는 지난해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포함해 유튜브웍스, K디자인 어워즈 등 3관왕을 달성했습니다. 4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최고 귄위 광고제인 스파익스 아시아 2025에서 크리에이티브전략 부문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롯데칠성 소주 매출의 43% ‘새로’..판매량은 진로가 앞서
새로가 연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올라서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새로 매출은 출시 첫해 180억원으로 시동을 건 뒤 2023년 1256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을 넘겼습니다.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6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새로의 활약은 전체 소주 매출도 끌어올렸습니다. 롯데칠성음료 소주 매출은 2022년 2767억원에서 2023년 3387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약 3700억원(예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6.5%에 불과했던 새로 매출 비중도 2023년 37%, 지난해 43% 수준까지 확대되며 명실상부한 롯데칠성음료의 효자 품목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새로가 출시될 당시만 해도 롯데칠성음료 주류 사업의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시선이 존재했던 게 사실입니다. 가뜩이나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하이트진로(참이슬·진로)에 밀려 롯데칠성음료 소주가 점유율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제 살 깎아먹는 거 아니냐'는 우려였습니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은 새로 출시 이전 2021년 15.3%에서 2022년 16.6%로 소폭 올랐고 2023년에는 20.7%로 20%대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점유율은 약 23%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 지분이 10% 이상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금까지는 새로와 처음처럼의 시너지가 어느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판매량에서는 여전히 하이트진로가 앞서는 실정입니다. 2023년 리뉴얼한 이후만 봐도 진로 제로슈거는 5억병까지 1년 4개월, 9억병까지 2년 4개월가량 걸렸습니다. 7억병 돌파도 새로보다 약 1년 빨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제로슈거 소주 누적 판매량 기준 진로는 2위(새로)와 1.5배 판매 격차를 벌리며 1위를 지켰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각종 연말 모임과 기념일 등이 포함된 4분기 ‘소주 성수기’에 돌입한 만큼 새로구미의 확장된 세계관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국내 소주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새로가 제로 슈거 소주를 넘어 대한민국 소주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