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신라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부분 철수 결정으로 면세점 입찰전(戰)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롯데면세점이 2년 만에 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면세점은 서너 장의 카드를 쥔 채 판세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도 참전 후보로 거론됩니다.
인천공항은 일정 수준의 매출이 보장되고 글로벌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창구입니다. 반면 과도한 임대료와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적극적인 입찰을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관광 소비 트렌드마저 변하는 상황에서 공항 면세점 입성을 둘러싼 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황금알 낳는 거위’ 옛말...공항 면세점 ‘200억 적자’ 사이트 전락
2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화장품·향수·주류·담배를 판매하는 DF1 권역 사업권을 애초 계획보다 7년 일찍 반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DF1 권역은 지난해 기준 매출이 429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1% 차지하는 면세점의 메인 상권입니다. 면세점 매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만 60%를 넘습니다.
면세 업황 부진 속 신라면세점이 공항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출구 전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신라면세점은 2023년 신세계면세점을 제치고 DF1 구역에서 2033년 6월까지 사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지만 2년 만인 올해 1900억원이라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고 영업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6개월간 의무영업기간을 준수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실제 영업은 2026년 3월 17일까지 지속합니다.
인천공항은 2023년부터 월 여객수를 곱해 임대료를 산출하고 있는데 당시 신라면세점은 객당 8987원을 제시했습니다. 엔데믹 이후 하늘길이 열릴 거란 기대감의 발로였지만 수익성 개선은 요원했습니다. 2019년 5조4000억원 수준이던 신라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약 3조3000억원으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70억원에서 697억원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고환율로 인한 가격 이점 하락과 공항 면세점 경쟁력 약화,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객당 매출가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탓입니다. 신라면세점 국내 공항점은 분기당 200억원 적자를 내는 사이트로 전락했습니다. 이에 신라면세점은 지난 5월 법원에 인천공항 상대로 DF1 권역 임대료를 40%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사는 임대료 조정을 거부했습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사업권 계약 이후 면세 시장은 주 고객군의 소비패턴 변화 및 구매력 감소 등으로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있었다. 공사에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영업을 지속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라면세점 측은 지난해 말부터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이 중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은 위약금과 재고 처리 비용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겠다”면서도 “2026년 이후부터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기존 대비 연간 1000억원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신세계·롯데 유력 후보..수익성 강화 기조에 참전 여부 ‘안갯속’
업계는 비슷한 처지인 신세계면세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2023년부터 DF2 권역(주류·담배)에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여객 수 증가에도 높은 임대료 부담 등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59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도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신라면세점의 철수 결정으로 신세계면세점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르면 이달 말부터 진행될 DF1 권역 입찰과 향후 공사 측이 취할 스탠스에 따라 셈법이 복잡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신세계는 신라면세점과 비슷한 규모의 위약금을 내고 DF 권역 포기하거나 공사와 장기 소송 돌입, 현 임대료 체제 수용, 재입찰 사이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신세계는 지난달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신세계면세점 수장으로 새롭게 선임하며 면세 사업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신세계는 이 신임대표가 조선호텔, 스타벅스 등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흑자 전환, 사이렌 오더 도입 등 뚜렷한 성과를 내온 ‘위기관리형 리더’로 평가받는 만큼 공항 임대료 갈등 문제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 DF1 운영 경험이 있는 롯데면세점이 공항 재입성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임대료가 과도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으나 18020억원 규모의 위약금을 내고 철수한 바 있습니다. 2023년에는 DF1·DF2·DF5(명품 부티크) 입찰에서 경쟁사들 대비 낮은 금액을 쓰며 사업권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다만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 거래를 중단하는 등 수익성 강화로 경영 기조를 전환한 만큼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입찰 공고가 나오면 RFP(입찰 제안서)를 보고 신중히 결정할 예정”이라며 “공항 측에서 적절한 임대료를 제시하고 운영을 하면 흑자를 낼 수도 있기에 잘 판단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1위 면세 사업자인 CDFG가 절치부심해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천공항 입성을 다시 노릴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2023년 당시 CDFG는 DF1·DF2 입찰에 참여했지만 사업권 기준 3위에 그쳤습니다. 인천공항에서 DF5 권역을 운영 중인 현대면세점도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됩니다. 현대면세점은 최근 부실 영업점 통폐합 등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가 확대되면 현재는 크루즈로 왔지만 나중에는 전세기로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업황은 지금보다 나아질 거란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인천공항 임대료는 인두세 개념이고 공항 이용자와 해외 여행객이 계속 증가하면서 임대료도 계속 늘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큰 것도 맞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