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기존에는 TV에 머무르던 스포츠 경기 시청자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쿠팡플레이입니다. 현재 쿠팡플레이는 세계 주요 프로 축구 4대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 1) 중계권을 모두 확보·독점했습니다. 최근에는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경기 국내 중계권도 독점하면서 축구 대표 OTT라 해도 손색없는 라인업을 갖췄습니다.
해외 축구 외에도 K리그 전 경기 중계를 비롯해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와 NFL 슈퍼볼 등 다양한 스포츠 중계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쿠팡은 이어 지난 15일부터 스포츠 경기 시청 부가 서비스 '스포츠 패스'를 9900원에 판매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스포츠 중계를 통한 수익 창출과 이용자 확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기존 쿠팡 와우멤버십(월 7890원)에 스포츠 패스까지 총 1만7790원을 내야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올리기가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지만 해외의 스포츠 OTT 구독료가 월 10만원이 넘는 이용료를 요구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가성비'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OTT 앱에서 넷플릭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스포츠 시청자들이 많이 즐겨보는 축구 관련 중계권 독점이 이러한 기록에 기여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스포츠 중계권 독점은 구독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됩니다. 스포츠라는 흥행 콘텐츠를 바탕으로 해당 스포츠를 시청하는 충성고객을 장기간 유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중계권을 독점하면 타사의 OTT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해당 스포츠를 보기 위해 이동하게 되는 현상도 발생합니다.
실제로 CJ ENM의 OTT 티빙은 지난해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를 중계하기 시작하면서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전년 대비 31% 증가했습니다. KBO 중계를 위해 티빙은 2026년까지 1350억원을 투자했지만 확실한 이용자 유치 효과를 본 셈입니다. 6월의 경우에도 야구 경기가 없는 날에는 평균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가 84만명이었으나 경기가 있는 날은 110만명을 기록해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효과는 티빙과 네이버[035420]의 제휴가 끝났음에도 나온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네이버는 지난 4년간 자사의 멤버십 제휴 혜택에 티빙을 포함시켜 왔지만 최근 넷플릭스와 새롭게 제휴를 맺으며 티빙과 결별하게 됐습니다.
기존 네이버 멤버십 가입자는 티빙을 사실상 0원에 이용할 수 있었기에 제휴가 종료되면 티빙 가입자가 일부 이탈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탈하는 이용자가 30%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야구 경기를 보는 시청자 수가 계속해서 유지·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KBO 중계의 힘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티빙과의 결별로 KBO 중계는 놓게 됐지만 스포츠 중계에서 힘을 빼지는 않겠다는 기조입니다. 전 경기 실시간 생중계, 인공지능(AI) 기반 하이라이트 영상, '치지직' 같이 보기 등의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 타사의 OTT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치지직에서 사용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회차별로 구매해 감상할 수 있으며 스트리머는 기존 '같이보기'와 동일하게 프라임 콘텐츠를 개인 방송 소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첫 번째 프라임 콘텐츠로 SPOTV와 협력해 치지직에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주요 경기를 제공하며 미국 US오픈 골프 대회도 치지직에서 중계하기로 했습니다.

네이버는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과 2026~2030년 월드컵의 국내 독점 중계권이 있는 중앙그룹의 뉴미디어 중계권 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글로벌 스포츠 축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올림픽과 월드컵인 만큼 네이버가 중계권을 확보한다면 많은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스포츠의 주 시청자 층인 2030 세대는 TV보다 OTT를 익숙해하는 만큼 스포츠 중계 플랫폼이 OTT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기존 OTT가 주력으로 삼던 영화, 드라마는 일회성 고객을 유치했다면 스포츠 중계는 장기적으로 충성할 고객을 확보하기에 좋다"라며 "광고와 관련해서도 다른 콘텐츠와 비교해 거부감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어 수익 창출에 용이하다"고 말했습니다.